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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만물이 모두 '공유물'이 된다면?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84] 公

등록|2014.10.15 18:40 수정|2014.10.15 18:40

공평할 공(公)은 나누는 의미의 팔(八)과 입 모양의 사(?)가 합쳐진 형태로, 사유물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에서 의미가 생겨난 걸로 보인다. ⓒ 漢典


흔히 '공화국'으로 번역되는 '리퍼블릭(republic)'은 주권을 가진 국민이 자신의 대표를 직간접으로 뽑고, 그 대표가 국민을 지배하는 국가형태를 말한다.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도, 중국(The people's Republic of China)도 모두 공화국이다. 모든 공화국 형태의 현대국가는 국민의 공익 도모와 국민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는 공공성 확대를 표방한다.

허신(許愼)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공평할 공(公, gōng)을 '평등하게 나누는(平分)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평등하게 나누는 '공(公)'이야말로 공산(共産)하여 공평하게 분배하는 공산주의의 태생적 이데올로기이며, 후진타오(胡錦濤)시대부터 줄기차게 중국지도부가 강조되는 허셰(和諧, 조화로운 발전)사회와도 맥을 같이 한다. 중국공산당이 자신들의 모태로 여기는 쑨원(孫文)도 "큰 도가 행해지면 천하는 공공의 공유물이 된다(大道之行也,天下爲公)"는 <예기(禮記)>의 말을 인용하여 '천하위공'을 대동(大同)세계와 같은 삼민주의(三民主義)의 최종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공평할 공(公)은 나누는 의미의 팔(八)과 입 모양의 상형인 사사로울 사(私)의 본자인 사(厶)가 합쳐진 형태로, 사유물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에서 그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公은 私와 상반되는 것이니 곧 공정무사(公正無私)한 것을 말한다. <한비자(韓非子)>에도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것을 私라 하고, 이와 반대되는 것을 公이라 한다(自環者謂之厶, 背厶謂之公)"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철밥통(鐵飯碗)'으로 통하는 공무원이 선망의 직업이라 공무원시험의 경쟁률이 천문학적인 숫자를 기록하곤 한다. 보통 한해 1만 명 모집에 150만 명이 참가해 평균 150대 1, 심한 경우는 1,000대 1의 경쟁이 펼쳐지기도 한다. 공무원이 안정적이기도 하지만 정보를 선점하여 돈을 버는데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정하게 인민을 위해 복무해야(爲人民服務, 마오쩌둥이 한 말로 중국 관공서 입구마다 돌에 새겨져 있다) 할 공무원이 사회주의 시절에는 인민보다 상좌에 앉아 과도한 권력을 행사했고, 최근까지도 인민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쫓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자주 언론에 오르내린다.

이미 송대 불교서적인 <오등회원(五燈會元)>에 "일단 관공소에 기소하면 아홉 마리의 소 중 한 마리도 건질 수 없다(一字入公门,九牛曳不出)"는 말이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공무원의 제 잇속 차리기가 오랜 전통으로 내려오는 모양이다. 모든 사람은 완벽하게 불완전하고, 누구든 돈과 물욕 앞에서 쉽게 흔들린다. 그 사람을 붙잡아줄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공(公)을 실현하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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