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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구청장 떠난 울산 동구, 무상급식 축소

권명호 구청장, 5학년 무상급식 폐지... 학부모 "가계 부담 늘어"

등록|2014.10.15 18:18 수정|2014.10.16 17:51

▲ 울산 동구청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구청장 공약사항 친환경 무상급식 사업개요. 친환경급식 지원학교는 늘어난 반면 무상급식은 축소됐다. 이에 따라 전체 예산도 대폭 줄었다 ⓒ 울산 동구청


전국 최고 부자도시 답지 않게 '최하위 무상급식 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울산에서 진보구청장이 시행하던 기초지자체의 무상급식마저 축소될 전망이라 학부모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올해 울산지역 무상급식 실시율은 36.5%로, 전국 평균 무상급식률(69.1%)의 절반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그나마 진보구청장이 있던 동구와 북구는 자체 예산으로 2012년부터 올해까지 일부 학년에 대해 무상급식을 시행해 왔다(관련기사: <울산 무상급식 전국 꼴찌, 2018년까지 계속될 듯>).

하지만 6·4 지방선거에서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새누리당)이 당선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전임 진보구청장이 시행한 무상급식 지원을 축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울산 동구청장, 무상급식 5학년 지원 폐지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은 동구청 홈페이지 '구청장 공약사항'에 공개한 교육분야 공약 '친환경 급식확대지원'에서 올해 24개교인 친환경급식 지원 학교를 내년에는 32개교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아토피, 비만을 예방하고 지역 농산물 소비를 통한 농가소득 증대, 학교급식 질 향상, 학부모의 경제적·시간적 부담 경감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한다는 취지와 달리 무상급식 지원 학교는 줄이기로 했다. 올해는 초등학교 5~6학년에 무상급식을 지원했는데, 내년에는 그 대상을 6학년으로만 한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동구청의 관련예산이 대폭 줄어들게 됐다. 올해 15억 9800만 원이던 동구청의 친환경·무상급식 예산은 내년에 12억 9900만원으로 2억9900만 원 줄어든다. 이같은 울산 동구청의 내년도 급식 예산은 전임 진보구청장이 처음으로 초등학교 6학년만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2012년도 예산 14억 393만 원보다도 적은 금액이다.

내년 동구청의 친환경·무상급식 예산 12억 9900만 원 중 친환경급식비는 8억8200만 원, 무상급식비는 4억1700만 원이며, 전체 예산 중 울산시 지원분은 2억6000만 원이고 동구청 자체 예산은 10억3900만 원이다. 동구청은 이 게시물에서 지난 9월 이같은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동구청 담당자는 "구청장 공약사항으로 추진되는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이런 계획이 되어 있지만 아직 내년 당초예산 확정이 안 됐으므로 변동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진보구청장 떠나니 줄어든 무상급식 예산... "확대 약속 지켜달라"

현대중공업이 자리 잡은 울산 동구는 현대자동차가 있는 북구와 함께 노동자의 도시로 불리며 잇따라 진보 성향 구청장을 배출해왔다. 2010년 당선된 진보진영 동구청장과 북구청장은 지난 2012년부터 울산에서는 처음으로 자체 예산을 들여 친환경·무상급식을 시작했고, 최근까지 점차 확대해왔다.

특히 전임 김종훈 동구청장(통합진보당)은 내년부터 무상급식 비율을 더 높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낙선하면서, 안타깝게도 이 지역 무상급식 예산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더 문제는 동구청이 축소된 친환경·무상급식 예산을 2018년까지 적용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이같은 무상급식 축소 움직임에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 김말순씨는 동구청 홈페이지 '구청장과의 대화'에 올린 글에서 "3명의 자녀를 둬 급식비가 가계의 부담이 되었던 처지였다"며 "급식비용이 한달에 15만 원을 훌쩍 넘어 20만 원에 육박했지만, 막내가 중학교에 올라가는 바람에 더이상 그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다른 가정에서도 제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부디 구청장은 선거 때 한 무상급식 대상 확대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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