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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피구와 청백 계주... 신나는 가을 운동회

경기는 경기일 뿐, 즐겁고 의미있게 마무리

등록|2014.10.16 10:23 수정|2014.10.16 10:24
우리 학교는 이번 가을 운동회를 전교생 단위가 아닌 학년 단위 운동회와 놀이 마당으로 진행했습니다.

학교 차원의 운동회가 전교생의 공동체 의식을 일깨우고 지역 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의미도 있지만, 전교생이 함께 하기에는 운동장이 좁고 자칫 보여주기를 위한 연습 위주의 운동회가 될 우려가 있어 새로 오신 교장 선생님께서 교사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학년 부장을 맡고 있는 나는 학년 아이들에게 신나고 의미있는 운동회를 열어줘야 할 책임감이 더 컸습니다. 같은 학년선생님들과 수차례 의논하면서 좋은 종목들을 선정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통일 피구입니다.

통일 피구는 제가 10여 년 전 고안, 전임 학교 운동회에서 5학년 종목으로 처음 시행했습니다. 양편으로 똑같이 나누어지는 일반 피구장 대신 통일 피구장은 3줄로 나뉘는데, 가운데는 양쪽의 두 배 정도로 공간을 넓힙니다.

학생 전체를 두 팀(예. 청, 백)으로 나눈 후, 한 팀은 방편(통일을 방해하는 것을 상징 : 어감을 위해 중팀이라고도 함)이 되어 가운데로, 다른 한팀은 한민족이 남북으로 나뉘듯 양쪽으로 갈라져(예. 백두, 한라) 마주 합니다.

학생 수에 따라 사각 모양 경기장 크기를 달리하고, 학년 단위의 경우 대형이 됩니다. 경기 시간을 고려해 피구공 여러 개를 동시에 사용합니다. 중팀인 방편은 양쪽을 공격하고, 남북팀은 양쪽에서 가운데를 공격합니다. 양쪽으로 나뉜 팀이 이기면 통일로 보고, 중팀이 이기면 분단 유지로 보지만, 경기는 경기일 뿐입니다. 설명과 적용 과정에서 그냥 쉽게 일반 피구로 하자는 분들이 있었지만 좀 더 의미있게 하자고 설득해 당일 경기로 최종 결정 됐습니다.

짧은 기념사를 가질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학교 교육의 목적을 상기하고, 운동회도 그 교육의 일환임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여러분, 운동회 많이 기다렸습니까? 충실하게 여물어가는 가을과 자연처럼, 학교의 교육도 교육답게 아름답고 충실하면 좋겠습니다, 교육의 목적은 민주 시민 양성, 바르고 건강하고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까지 저 운동장 펜스에 걸려 있던 노란 리본의 의미를 잊으면 안 되겠습니다. 오늘 운동회가 여러분의 민주 생활, 바른 생활, 건강 생활에 도움되기 바랍니다."

아이들은 박수로 호응했습니다. 이어 체조, 줄넘기, 신발 투호, 반별 달리기 등을 끝내고 통일 피구가 진행됐습니다. 남녀 따로, 자리(가운데와 양쪽 자리)를 바꿔 가며 두 번 씩 했는데 남녀 모두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아이들의 경기를 보며 저는 "역시 한민족이 갈라진 뒤 통일을 위해 노력해도, 방편를 이기고 통일하기는 참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중팀이 좀 불리할 것으로 예상돼 경기장을 조금 넓게 해준 것이 잘못이었고, 더불어 안에서 아웃 된 중팀은 다시 바깥으로 가서 공격이 가능했기에 오히려 양편으로 나뉜 팀이 불리했습니다. 경기 방식의 보완이 필요한 면이 있습니다.

예상보다 많이 오신 어머니들 덕분에 달리기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처음하는 학년 단위 운동회라 다음 기회로 미루었습니다. 준비해 둔 줄다리기를 한 판 한 뒤, 끝으로 계주 경기를 펼쳤습니다.

계주의 출발은 역시 신호총이 제 격이지요. 어렵게 찾아 성능을 회복한 신호총 소리와 함께 청백 계주가 시작됐습니다. 동료 교사의 제안에 따라 골인을 남자로 정하지 않고 가위바위보로 해서 여자 선수가 마지막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운동회 뒤 상품도 모든 학생들에게 한 가지 이상 골고루 나누어 줬습니다. 끝으로 학생들에게 "오늘 운동회 신나고 즐거웠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모두 우렁차게 "예!"하고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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