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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하루 30만원 이행강제금 '논란'

노동자들 "학생 동원해 게시물도 철거했다" 주장... 대학측 "자발적으로 한 것"

등록|2014.10.17 21:06 수정|2014.10.17 21:06

▲ 10월 16일 오후 울산 동구 화정동에 있는 울산과학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청소노동자들이 걸어 놓은 소망리본을 떼고 있다.이를 두고 청소노동자들이 "대학측이 학생들을 동원했다"고 하는 반면, 대학측은 "학생들이 스스로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파업이 장기화되며 강제이행금 부과와 소망리본 철거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16명은 생활임금 쟁취와 노동통제 금지 등을 요구하며 지난 6월 16일부터 124일째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학교 학교본관 안에서 전면 농성파업 중이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현재 "시급 5210원, 월급 108만 8천원으로는 살 수가 없다"며 시급 6000원, 상여금 100% 인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용역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이고, 업체 측은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는 입장을 고수해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관련기사: <파업 장기화...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고통 가중> 

여기다 지난 8일부터 파업노동자 16명 각각에게 매일 30만 원씩의 강제이행금이 부과되고 있다. 법원이 대학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결과다. 파업으로 4개월째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한 청소노동자들이 이제는 법원의 가압류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특히 지난 16일에는 대학 측이 학생들을 동원해 노동자들이 대학 내 나무 등에 걸어 놓은 소망리본을 철거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청소노동자들은 "학생을 강제 동원한 데다 법원 집행관이 해야 할 일을 불법으로 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달 108만원 받는 청소노동자에게 하루 30만원 강제 이행금

지난 8일 울산지방법원은 울산과학대학 측이 요청한 '퇴거단행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의 일부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파업 농성중인 학교 본관에서 퇴거하고, 이에 불응할 시 조합원 1인당 1일 30만원의 강제이행금을 부과하고, 학교건물과 부지에서 현수막 게시나 소음행위를 금지한다"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현재 파업 중인 청소노동자 16명에게 매일 하루 30만 원식의 강제이행금이 부과되고 있다. 파업 당시 20명이던 청소노동자는 4명이 줄어 현재 16명이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여기다 '학교건물과 부지에서 현수막 게시나 소음행위를 금지한다'는 법원의 가처분 조항과 관련해 이 대학 교수와 학생, 직원들이 나서 게시물을 철거하고 나서 논란이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울산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3시쯤 학생, 교수, 직원 등 수백 명의 사람이 학교 곳곳에 청소노동자들이 부착한 소원 리본을 칼 등 도구로 떼기 시작했다. 이에 놀란 청소노동자들이 학생들에게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묻자 일부 학생들은 "교수님이 시켜서 한다"거나 "교수님이 이것을 하지 않으면 학점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청소노동자들은 "몇 몇 학생들은 리본을 떼는 행위들을 말리지 못해 주변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청소노동자들을 보고 깔깔 웃으며 리본 제거 작업을 했다"며 "철 없는 학생들, 측은지심 없는 학생들이라 폄하하기 전에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노동탄압을 출석과 학점을 미끼로 강요하는 대학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는지를 알게 했다"고 밝혔다.

청소노동자들은 "가처분 집행의 주체는 법원의 몫이며, 집행관들의 역할이다"며 "법원 집행관 등이 아닌 제 3자가 직접 강제할 경우 재물손괴와 기물파손에 해당돼 법적 처벌을 받는다. 엄연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앞서 대학 측은 지난 10일 저녁에는 교직원들을 동원해 파업 현수막과 소망리본을 철거하다 발각돼 청소노동자들의 신고로 경찰에 한 차례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노동자들은 "학교측은 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음에도 학생들을 구사대로 동원했다"며 "법적 정의와 교육의 가치를 훼손하고 스승이 제자들에게 불법을 강요했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도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17일 "배움을 위해 학교에 온 학생들을 동원해 파업방해 행위를 한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 것은 물론 명백한 학생인권 침해"라며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금, 학점쌓기와 취업전쟁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처지를 이용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대학측이 청소노동자들이 농성 중인 학교 본관에 단전, 단수조치를 단행한 것도 논란거리다. 밤샘 농성중인 청소노동자 중에는 60대가 포함돼 있어 최근 갑자기 떨어진 기온으로 건강악화마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울산과학대학교측은 "16일 리본 철거는 봉사조직에 몸담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며 "20일부터 중간고사가, 그후 대학 축제가 있어 학생들이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의 학점 발언 등에 대해서는 "자원봉사 학생 외 일부 다른 학생이 나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강제이행금 세어가며 조합원 분노와 결의 모을 것"

▲ 울산지역 시민사회와 노동계, 진보정당이 3일 오후 2시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학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활임금 쟁취를 위해 싸우는 청소노동자들을 외면·탄압하지 말고 울산과학대가 앞장서 파업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 박석철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17일 입장을 내고 "청소노동자들이 올해 요구한 것은 시급 몇 백원 인상이지만 대학측은 자신들과 무관한 문제라고, 업체는 임금인상을 할 권한도 힘도 없다며 책임을 전가했다"며 "당연히 협상은 이루어지지 않고, 노동자들은 파업에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00만원 즈음의 월급으로 혼자도 살고, 둘도 사는 청소노동자들이 4개월 넘게 벌이 없이 파업을 하는데, 울산과학대는 이것을 방치하다 못해 이런 식의 노동탄압을 저지른다"며 "최저임금을 받는 청소노동자들의 당연한 임금인상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노동조합 말살 의도"라고 덧붙였다.

또한 "울산과학대는 이미 7년 전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을 해고시켰지만 당당히 싸운 청소노동자들은 복귀했고 노동조합도 유지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울산과학대는 호시탐탐 노동조합을 제거할 기회를 엿보던 중 그 기회가 이번 파업이라 생각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과 울산과학대 지부는 파업초기부터 대화와 양보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바라고 기다려 왔지만 학교는 단 한 번도 대화의지를 보인 적이 없고 총장면담 신청도 번번히 거절하는가 하면, 시민 사회 정당 대표자들의 중재노력도 묵살했다"며 "돌아온 건 파업무력화, 노조파괴를 위한 갖은 공격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가 지금처럼 대화를 거부하고 계속 불법행위를 자행한다면 하루하루 쌓여가는 강제이행금을 세어가며 조합원들의 분노와 결의를 모아 나갈 것"이라며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투쟁승리를 위한 전 조합원 5000원 투쟁기금 결의 뿐 아니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면적인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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