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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던 삶의 감사함을 일깨워 주는 시인

[서평] <눈물은 왜 짠가>를 읽고

등록|2014.10.21 17:53 수정|2014.10.21 17:53
삶이 단조로웠습니다. 의미없는 삶에 힘이 빠지는 터였습니다.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다.'

실제로는 추리소설같은 책을 원했는지 모릅니다. 동네 도서관에 갔습니다. 신간 코너를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기를 30여분,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눈물? 원래 짜잖아.' 그런데 손이 갔습니다. 우연히 고른 책입니다. '함민복? 산문집이네?'

서서 책을 펴보았습니다. 선 자세로 어느 새 20여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이 책 읽고 싶다.' 빌려서 집에 왔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읽고 싶은 책을 가방에 넣고 집으로 올때의 설렘말입니다. 어서 빨리 읽고 싶어서 흥분하는 그 짧은 순간의 기쁨 말입니다. 서둘러 집에 왔고 스탠드를 켜고 배를 깔고 누워 책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 '눈물은 왜 짠가' 책 표지 - 출처 BookPR Media ⓒ 김용만


평범하지 않은 시인, 함민복

이 책이 신간인 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개정판이더군요. 이 책을 썼을 당시에는 함 시인께선 미혼이셨던 모양입니다. 2011년 결혼을 하신 것 같습니다. 늦었지만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책에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당신을 걱정하시는 어머니, 어머니를 걱정하는 시인, 만만치 않았던 가족사를 이야기하며 현재(책 속에서) 강화도에서 어부일을 하고 있는 시인. 시인에게는 강화도에서의 생활이 퍽 만족스러워 보였습니다. 잔잔한 평화가 느껴집니다.

어부답게 낙지 잡는 법, 망둥어 낚시법, 숭어 이야기 등 많은 어촌에서의 이야기가 펼쳐 집니다. 시인은 강화도에서 생활하며 거의 어부가 다 된 듯합니다. 이제 물이 들고 나는 때도 능히 헤아릴 수 있다고 합니다. 동네 주민들과 어색한 듯 만나면서도  어느새 어부가 된, 시인의 마음이 참 정답습니다.

시인은 공업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월성원자력 발전소에서도 일을 했습니다. 그 후 일을 그만두고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함민복, 그의 시에는 그의 삶이, 그의 세상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더 감동적인지도 모릅니다.

친척을 돕기 위해 들어갔던 공장을 그만 둘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 기사하고 같이 만년필하고 연필을 샀어. 좋은 시 많이 써." 나는 공장장과 이 기사와 공장 건물을 뒤돌아보며 무거운 발길을 옮겼다. '좋은 시는 당신들이 내 가슴에 이미 다 써 놓았잖아요. 시인이야 종이에 시를 써 시집을 엮지만, 당신들은 시인의 가슴에 시를 쓰니 진정 시인은 당신들이 아닌가요. 당신들이 만든 착유기가 깨끗한 소젖을 짜 세상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들 거예요."(본문중)

가난한 시인, 가난하지 않은 시인

이 책에는 시인의 고달펐던 삶도 소개가 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형의 이야기, 가세가 기울었던 이야기, 단칸방에 살 때의 이야기, 슬픈 200만 원 이야기. 시인은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의문도 많이 던집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에 대해 시인이 던지는 의문은 저에게 큰 깨우침을 주었습니다.

"농약상회에서

.....(중략)
슈퍼 옥수수
슈퍼 콩
슈퍼 소

꼭 그리해야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다면
차라리 
사람들이 작아지는 방법을 연구해 보면 어떨까

앙증맞을 집, 인공의 날개, 꼬막 밥그릇
나뭇가지 위에서의 잠, 하늘에서의 사랑
무엇보다도 풀, 새, 물고기들에게도 겸손해 질 수 있겠지

계산대 앞에서
푸른 빛 쏟아질 듯
흔들리는 아욱 씨앗소리"(본문중)

많은 글에서 시인의 '가난'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왠지 '함민복=가난'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더군요. 전 이 책을 읽고 나서 느꼈습니다. 시인은 가난함으로 마음 애리고 불편했던 적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덕에 그의 시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가난이 불편할 것 같지만 불편하지 않은 시인, 그의 시가 감사함을 주는 이유입니다.

이 책은 산문집이지만 시인의 시를 소개하고 상황을 설명하는 부분도 많아 번외편이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만큼 시에 대한 이해가 잘 된 것도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시집에는 문외한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하고 시인의 시집은 꼭 읽어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사소하지만 감사함을 느끼고 하루하루를 뜻있게 사는 시인을 보며 참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좋은 책입니다. 따뜻한 책입니다. 책 크기는 작지만 내용은 거대한 책입니다. 비오는 가을, 외롭다고 느끼시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아직 우리의 삶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눈물은 왜 짠가/함민복/책이 잇는 풍경/2014.2월/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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