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 '반기문 대망론' 실체 있나?
[여의도본색]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1위 오르며 다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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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가 지난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총장은 39.7%의 지지를 얻어 차기 대선후보 1위를 차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13.5%)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9.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4.9%), 안철수 의원(4.2%)의 지지도를 다 합쳐도 반 총장에 뒤진다. 이렇게 압도적인 지지도를 두고 "반기문은 여당의 다크호스"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반 총장 "대선에 출마 안 한다" 줄기차게 부인
▲ 국회 방문한 반기문 UN사무총장자료사진. ⓒ 사진공동취재단
'반기문 대망론'은 지난 이명박 정부 때부터 나왔다. 여권에서는 친이계를 중심으로 반 총장의 영입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후보에 맞설 대항마로 반 총장의 영입을 적극 검토한 것이다. 당시 한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는 반 총장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야당이었던 박지원 당시 민주당 의원은 당내 반발에도 지난 2010년부터 반 총장 영입 가능성을 내비쳤고, 지난 2012년 대선 직전에는 직접 영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 반 총장은 박 의원에게 "정치권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는 지난해에도 "본인이 원한다고 하면 상당히 경쟁력 있는 대통령 후보다"라고 말하는 등 '반기문 대망론'에 상당히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 총장은 지난 2009년부터 대선출마설을 일축했다. 그는 지난 2009년 8월과 10월 여야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선후보 영입설 때문에 곤혹스럽다"라며 "유엔 사무총장직을 연임하고 싶은데 대선출마설이 유엔에서 저를 공격하는 소재로 사용된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앞으로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사무총장으로서의 직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36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해온 반 총장에게 '대선출마'라는 정치적 외유보다는 '유엔 사무총장 연임'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오른 그는 지난 2011년 연임에 결국 성공했다.
반 총장이 최근 '권력의지'를 보이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사무총장 관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청와대
반기문 총장이 줄기차게 대선출마설을 부인해도 여야에서는 그를 차기 대선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반 총장을 2017년 대선후보로 영입하기 위해 그를 전담하는 팀을 비밀리에 만들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여권 안에 '반기문 대안론'이 있는 것만은 대체로 사실이다. 이들은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 연임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반기문=글로벌 리더십'을 내세운다.
한 현역 의원은 친박 핵심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과 윤여철 유엔 의전장의 관계를 근거로 "윤상현 의원이 '반기문 대권 프로젝트를 가동할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인 윤여철 의전장은 '반기문 오른팔'로 불리는데 그가 윤상현 의원과 잘 아는 사이다"라고 귀띔했다.
야당 일부에서도 반 총장을 차기 대선후보감으로 눈독 들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2년 대선 이후 당 안에서 '반기문이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라며 "일부에서는 계속 공을 들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더 흥미로운 '첩보'도 있다. 반 총장이 그동안 대선출마설을 부인해온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권력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유력 언론사의 내부정보보고에 따르면, 반 총장은 이 언론사의 해외특파원을 만난 자리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내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차기 대선후보 1위, 인지도이지 지지율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대체로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낮게 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여권에 주목할 만한 대선후보가 보이지 않아서 반 총장이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라며 "특히 김무성 대표에 부정적인 쪽에서 '반기문 대망론'을 부채질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반 총장이 대선에 나올 사람도 아니다"라며 "나오면 (서울시장에 도전했다 실패한) 김황식 전 총리처럼 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여권 관계자는 "유엔의 모든 권한은 이사회 등에 있기 때문에 사무총장은 얼굴마담에 불과하다"라며 "그런 실체를 모르는 데서 '반기문 거품'이 생겼다"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반 총장은 외교부장관일 때나 현재 유엔 사무총장으로서도 인상깊은 활동이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라며 "차기 대선후보 1위라는 결과는 인지도에 가깝지 진짜 지지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고 해도) 절대 새누리당에 못간다"라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에 못가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두고 봐라"라고만 대답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반 총장의 재선 임기는 오는 2016년 12월에 끝난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결심한다면 대선출마는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 정치사를 되돌아보면 정당체제 밖에서 키운 대망론이 성공한 적은 없었다. 안철수 의원의 부침이 증거다. 게다가 '글로벌 리더십'을 내세우며 '반기문 대망론'을 주장하지만 지금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이 과연 글로벌 리더십인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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