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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304명이 하늘로 떠난 지 200일이 됩니다

29일 문화제 '기억과 행동, 이 길에 서다' 예정... 당일엔 청계광장 '범국민추모대회'

등록|2014.10.25 16:14 수정|2014.10.25 16:14

▲ 세월호 참사 200일을 앞두고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실종자들. 단원고 고창석 선생님, 일반인 승객 권재근씨와 아들 권혁규군,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 3반 황지현, 일반인 승객 이영숙씨, 2반 허다윤, 6반 남현철, 양승진 선생님, 6반 박영인(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중략) 쏟아져 들어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 / 가녀린 손가락들 / 나는 괜찮다고 바깥세상을 안심시켜주던 /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 물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보았을 / 공기 방울 글씨 / 엄마, 아빠, 사랑해! / 아, 이 공기,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 함만복 시인의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중에서

2014년 4월 16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시계는 멈춰 섰습니다. 11월 1일은 세월호 참사가 난 지 200일이 되는 날입니다. 304명이 하늘로 떠난 지 200일이 됩니다. 아직 10명이 돌아오지 못한 지 200일이 됩니다.

세월호 참사 200일 다가오지만 세월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단원고 엄마아빠들은 왜 아이들이 하늘의 별이 되었는지, 왜 돌아오지 못하는지 진실을 알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지금껏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세월호가 지겨울 수 없는 이유입니다.

여야는 오는 10월 30일 처리를 목표로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벌여가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의 독립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특검이나 진상조사위가 외압에 휘둘려 엉터리가 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반면 여야는 위원장 선임 문제와 특검 후보군 추천에 유가족 참여를 보장하는 부분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현재진행형인 이유입니다.

지난 8월 29일 안산시청 앞에 자리 잡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촉구 안산시민농성장'도 11월 1일이면 65일이 됩니다. 시민들은 그간 단 하루도 농성장을 홀로 두지 않았습니다. 또 지난 6월 24일 와동을 시작으로 고잔동과 일동 등지에서는 '세월호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동네촛불'이 매주 쉼 없이 어둠을 밝히고 있습니다. 10월 10일부터는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이 두 손을 맞잡는 '국민간담회'가 닻을 올렸습니다. 세월호가 외롭지 않은 이유입니다.

10월 29일, 시민문화제 '기억과 행동, 이길에 서다'

▲ 세월호 참사 200일을 앞두고 10월 29일 오후 7시부터 합동분향소가 있는 화랑유원지 소공연장에서 안산시민문화제 ‘기억과 행동, 이 길에 서다’가 열린다. ⓒ 세월호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와 세월호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가 참사 200일을 맞아 오는 29일 오후 7시 화랑유원지 소공연장에서 잊혀져가는 세월호가 아닌 안전사회 구축의 표상이 되는 세월호를 위해 안산시민문화제 '기억과 행동, 이 길에 서다'를 엽니다.

세월호 참사 후 충격과 슬픔, 고통과 상처를 어루만지며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며 시퍼렇게 날이 선 분노를 가슴에 품었던 '기억의 시간'을 되살리기 위한 만남입니다. 4월 16일에 멈춰버린 시계바늘을 유가족과 시민들의 힘으로 움직여 진상규명을 위한 새로운 꿈과 희망을 되살리기 위한 자리입니다. 안산시민대책위는 '안산시민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에서 다음과 같이 호소했습니다.

"진실을 밝히는 특별법이 좌초되지 않도록 안산시민이 '평형수'가 되고, 4월 16일 이전과는 다른 안전한 사회로 똑바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타수'가 되어야 합니다."

1부 문화제는 영상 상영 '200일 동안의 기록', 극단 출의 추모 공연, 전명선 가족대책위원장의 발언, 엄마와 아이들의 합창, 유가족 추모편지 낭송, 극단 동네풍경의 연극, 시민 발언, 기타리스트 김광석의 공연, 안산시민선언 등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2부 퍼포먼스에서는 참가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분향소를 한 바퀴 돌며 희생자 영령을 기리는 '분향소 껴안기', 분향소 앞에서 시민들이 촛불로 커다란 리본을 만드는 '인간 리본 만들기', 10명의 실종자들이 우리 곁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실종자 이름 부르기' 등의 시민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동네촛불'은 세월호 참사 200일을 기리는 주간으로 '기억과 행동, 우리동네 작은 문화제'로 확대되어 진행됩니다.

27일 상록수역 광장, 28일 와동 체육공원 사거리, 30일 고잔동 행복한유치원 앞, 31일 일동식물원 앞에서 오후 7시 30분에 만나 참사 200일 기록영상 상영, 가족대책위와 시민 발언, 문화공연, 세월호 관련 전시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11월 1일, 세월호 참사 200일 청계광장 '범국민 추모대회'

▲ 세월호 참사 200일이 되는 11월 1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범국민 추모대회'가 열린다. 대회에 앞서 오후 1시부터 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 참사 200일, 가족 추모식’이 열린다. ⓒ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한편 세월호 참사 200일이 되는 11월 1일은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과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본청앞 농성 113일, 광화문 광장 농성 111일, 청와대 앞 농성 72일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참사 200일을 맞아 가족대책위와 국민대책회의는 11월 1일 오후 5시 청계광장에서 성역없는 진상규명을 강력히 촉구하기 위해 '세월호 참사 200일 범국민 추모대회'를 개최합니다. 대회에 앞서 이날 오후 1시에는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 참사 200일, 가족 추모식'이 열립니다. 유가족들은 추모식이 끝난 후 청계광장으로 이동합니다.

참사 200일을 앞두고 단원고 엄마아빠들은 말합니다. 사실 이 말은 참사 한 달이 지나고, 100일이 지나고, 6개월이 지났을 때도 똑같이 했던 말입니다. 그럼에도 엄마아빠들은 같은 말을 되풀이해서 말합니다.

"자식들의 얼굴을 지키기 위해, 자식들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끝까지 가야 합니다."

자식을 앞세우고 참척의 고통에 일그러진 부모를 마주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습니다. 고통으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하지만 고통스러울지라도 눈을 감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망각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경우 우리 자식들 마저 제2, 제3의 단원고 아이들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망각의 유혹에서 벗어나 '기억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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