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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에 30만원짜리 자리... 꼭 이렇게 해야 하나요

부산불꽃축제 단상...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불꽃과 닮아

등록|2014.10.27 14:12 수정|2014.10.27 14:13

▲ 불꽃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했던 대폭발 불꽃, 한꺼번에 수 백발이 터지는 장관을 이룬다. ⓒ 진민용


수만 발의 불꽃이 까만 초겨울 밤하늘을 수놓는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임이 틀림없습니다. 누군가는 그 불꽃을 배경으로 추억의 사진을 남기고, 또 누군가는 그 불꽃이 터지는 시간에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주기도 하고, 어떤 누군가는 그 불꽃과 함께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도 합니다.

10년째를 맞는 부산의 불꽃축제를 해마다 빠지지 않고 다녀보니, 불꽃축제 현장이 마치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수만 발의 화려한 불꽃이 터지며 사람들은 환호하지만 불과 한 시간이면 모든 불꽃은 밤 하늘로 사라지고 그 흔적조차 남지 않게 됩니다. 

▲ 낮부터 사람들은 좋은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부지런히 다녔다. ⓒ 진민용


먼저 10년을 맞이하는 부산불꽃축제 현장을 스케치해 드린 후 느낀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산불꽃축제가 벌써 10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25일 저녁 8시, 광안리해변과 광안대교 사이에는 수십 척의 바지선에서 불꽃을 쏴 올리기 위해 오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한 발에 6천만 원짜리 초대형 불꽃이며, 광안대교에서 흘러내리는 일명 '나이아가라' 폭포가 두 종류로 늘어났다는 점, 그리고 내년에는 광안대교가 아닌 새로생긴 부산항대교에서 불꽃축제가 열린다는 점 등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만성적인 고질병이었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와 수영구청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입니다. 행사 한 시간 전부터 자원봉사자들은 노란 봉투를 해변 관람객들에게 일일이 나눠주면서 쓰레기를 담아서 버려 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 이번 축제때는 쓰레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청에서 쓰레기봉투를 나눠줬고, 이 덕분에 쓰레기 수거에 많은 도움이 됐다. ⓒ 진민용


그 때문인지 이번 불꽃행사 이후 해변에는 버려진 쓰레기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바가지 요금은 여전했습니다. 광안대교가 바라다 보이는 건물 2층 이상에 자리잡은 카페나 음식점에서는 1인당 7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자릿세를 받고 있었고, 이마저도 한달 이전부터 예약을 해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위생적인 길거리 음식에 대한 단속도 찾아볼 수 없어서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길거리 공연이나 퍼포먼스는 훨씬 다양해지고 많아졌습니다. 부산 출신의 비보이그룹인 '오샤레크루'는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매시 정각에 거리 비보잉을 펼치며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고, 미녀 미시그룹 '줌바' 팀은 화려한 피트니스 댄스로 일찌감치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했습니다.

인생을 느끼는 불꽃의 현장

불꽃구경을 목적으로 모여드는 인원은 해마다 10만 명 이상입니다. 이들은 광안리 해변과 이면도로를 가득 메우면서 인근 상인들은 특수를 누리기도 하죠. 특히 해변가 편의점에서는 이날 하루에 판매하는 양이 평소 대비 수십 배에 이를 정도라고 하니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곳에서 편의점을 운영한 지 4년째 접어든다는 김현수(42)씨는 "지난 4년간 불꽃축제가 열리는 날이면 전야제를 포함해 2일 동안 수입이 가장 많다"면서 "매출로 따지면 하룻동안 벌어들이는 규모가 많게는 한 달치와 맞먹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한마디로 불꽃축제 현장은 인생의 축소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 닮아 있더군요. 우선 자리다툼입니다. 불꽃을 가장 멋지게 관람하기 위해서는 음향이 중요합니다. 불꽃 수천 발은 저마다 음악을 배경으로 발사하게 됩니다. 때로는 테마별로 나뉘기도 하고, 때로는 국가별로 불꽃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 소위 명당자리로 알려진 일부 카페는 바깥쪽이 30만원에 이른다. ⓒ 진민용


따라서 관람석 자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약 1.5km 펼쳐진 백사장 중 중앙부분은 VIP석으로 내빈들을 위한 자리와 무대로 만들어집니다. 그 때문에 스피커는 무대 중앙을 중심으로 양쪽 약 100여 미터 간격으로 설치돼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자리로 가면 스피커는 설치가 안 돼 있습니다. 그 때문에 가장자리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불꽃을 절반 밖에 못 보는 꼴이죠.

불과 몇 시간 차지할 자리에 목숨 거는 사람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은 가상합니다. 불꽃축제를 하는 날 오전부터 자리를 들고 나와 찜을 해 놓습니다. 그 자리가 영원할 것 같은 착각으로 사수하게 되고, 누군가 자기 자리 옆에 다가온다면 자기의 영역이 침범을 받을까봐 매우 경계합니다. 불과 몇 시간 후면 뒤도 안 돌아볼 자리를 두고 말입니다. 이것이 곧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 이 세상에서 자신의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불과 수십 년 후면 인생의 축제를 마치고 그 자리를 떠나야 하는데, 마치 영원할 것 같은 착각으로 발버둥을 치는 게 인생이 아닐까요. 자기 소유의 땅을 수만 평을 가졌거나, 빌딩을 소유하고도 더 욕심을 내는 사람도 많습니다만, 반대로 자기 집은 고사하고 전세집도 하나 마련하지 못하는 인생도 비일비재합니다.

자신의 몸 하나 누울 땅 있으면 만족한다던 옛 성인의 말처럼 시신을 묻을 땅이면 만족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조차도 화장을 하면서 묻힐 땅조차 필요없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살아있는 기간 동안은 자기의 욕심을 최대한 충족할 수있는 큰 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겁니다.

화려한 불꽃은 불과 한 시간이면 하늘로 사라져 버립니다. 그것을 보려고 좋은 자리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의 땅이 아니듯, 우리 인생에서도 불꽃같이 사라져 버리는 인생이라는 영광을 위해 옆의 사람에게는 단 한 뼘의 공간도 허락되지 않는 욕심을 부리게 됩니다.

부익부 빈익빈, 자리값 30만 원과 밀쳐지는 사람들

부산 불꽃축제를 위해 몇 달 전부터 인근 카페는 자리 예매를 받습니다. 전망이 좋은 자리는 1인당 7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합니다. 오후 5시가 되면서 이들 카페는 일반 손님들은 모두 내 보내버립니다. 명백히 위법이며 불법이지만 관계당국의 단속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한 시간을 위해 수십만 원의 명당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일반 관람객들 대부분은 길바닥에 앉아서 관람을 하거나 모래사장으로 나가서 봐야 합니다. 물론 그런 자리가 나쁘진 않지만, 한 시간의 이벤트를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게, 그리고 정상적이지 못한 비정상적인 거래가 오가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는 누구 한 사람 따지지 않습니다.  마치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말죠.

▲ 축제현장에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공연도 펼쳐져 일찍 온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끌기도 했다. ⓒ 진민용


불꽃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빛난다.

음향 좋고 전망 좋은 중앙의 명당자리든, 수십만 원씩 웃돈으로 거래가 되는 카페 자리든, 소리도 안 들리고 앞사람에 가려 제대로 볼 수 없는 자리든 그 어느곳이든 불꽃은 같은 불꽃입니다. 한 시간의 불꽃에 사람들은 환호하고 감동합니다. 밤 하늘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불꽃을 볼 자격은 누구에게나 주어집니다. 하늘을 수놓는 불꽃을 볼 자격은 자리를 따지지 않습니다.

이처럼 우리 인생에서 불꽃처럼 화려한 행복을 누릴 권리는 있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 행복의 가치가 돈이거나 땅이거나, 때로는 사람이거나 직장이 되기도 하지만, 저마다 자기의 기준에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있을 테지요.

불꽃은 사라져 버리고 없어질 존재입니다. 우리 인생의 절정도 곧 사라지고 말겁니다. 다만 그런 행복과 절정을 나 혼자가 아닌 타인과 공유하면서 함께 누리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짧은 인생이 그리 삭막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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