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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유리로 가을 아침이 통째로 찾아와

[디카詩로 여는 세상 38] <아침>

등록|2014.10.27 16:34 수정|2014.10.27 16:35

▲ 거실 통유리 ⓒ 이상옥


통유리 한 가득
찾아와서
날 깨운다
-이상옥의 디카시 <아침>

지난해 5월 시골로 거처를 옮기고는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많아 고향집을 리모델링한 지도 일년이 되었다. 고향집은 시골집이라 평수는 제법 넓지만 쓸모없이 여기저기 우사며 창고와 낡은 건물이 많았다. 15평 정도 되는 집 한 채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철거해버리고 새로 5평 정도의 창고를 하나 지었다. 그 창고는 지금 서재로 쓴다. 그러고는 나무를 심고 작은 연못도 조성했다.

어차피 풀과의 전쟁이라면, 차라리 잔디 조성

마당이 넓다 보니, 잡풀들이 너무 많이 나서 정말, 매일 풀과의 전쟁을 벌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로는 담장 밑에 봉선화도 나고, 나팔꽃도 자라나서 그런 것들은 그대로 두고 즐기기는 하지만. 어차피 풀을 뽑아야 한다면, 차라리 잔디를 마당 전체에 까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잔디 조경 업자에게 문의를 해보니, 인건비만 백만 원이 든다고 한다.

▲ 손수 조성한 잔디. 네 차례에 걸쳐 심었지만, 아직 완성하지는 못했다. ⓒ 이상옥


그렇게 많은 경비를 들여서 잔디를 조성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직접 내가 조성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인근의 잔디 파는 곳을 직접 찾아가서 잔디를, 승용차 트렁크에 한 번에 5만 원어치 정도 사서, 퇴근 하고 저녁에 흙을 파고 잔디를 심었다.

지난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잔디 심기를 했는데, 그래도 삼분의 일은 남았다. 아직 완성은 안 됐지만, 내년 봄 마당이 새 옷을 갈아입고 눈부신 푸른 초록 융단의 새 잎이 돋아나는 것을 경이롭게 바라볼 것을 생각하면, 벌써 마음이 설렌다.

가을 들판... 영화 속 주인공 된 듯

가을 시골은 그 자체가 예술이다. 가을 들판을 거닐며 상념에 잠기다보면,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하다. 가을걷이가 막 시작되는 들판은 너무 풍요롭고, 한편으로 점점 비어져가는 들판이 적막해지기도 한다. 원래 생이 그런 것 아닌가. 토요일 같은 날은 하루 종일 시골집 마당을 어슬렁거리다 들녘으로 산책도 하고, 더러는 인근 야산으로 산행도 한다. 

▲ 고향집 앞 들녘이다.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 펼쳐진 가운데 수확이 한창이다. ⓒ 이상옥


▲ 마을 앞산에 애견 원더랑 가을 산행. ⓒ 이상옥


퇴근 후 저녁 들판으로 애견들과 함께 늦은 산책을 해서인지, 잠이 달다. 특히나 가을의 아침은 매혹적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을. 푹 수면을 취하고 나면 통유리로 가을 아침이 통째로 찾아와 나를 깨운다. 눈을 뜨면 경이로운 가을 아침 풍경, 어느 위대한 화가가 저런 풍경을 빚을 건가.

고향집을 하나하나 새롭게 완성해나가듯 내 삶도 지금 리모델링 중이다.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이제는 채호석 교수가 쓴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두리미디어, 2009)에 새로운 시문학 장르로 소개될 만큼 대중화되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날시)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순간 소통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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