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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남학생도 '즉시 입원'... 무서운 고소증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B.C(5364m) 트레킹⑤] 극한의 육체적 고통

등록|2014.11.09 20:58 수정|2014.11.09 20:58

▲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은 고소증과 육체적 고통과 한계 때문에 극한의 고통이 따른다. ⓒ 서종규


박범신의 소설 <촐라체>를 읽다 보면 히말라야 촐라체(6440m)는 별로 힘든 산이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산을 오르는 두 사람이나 촐라체 베이스캠프까지 달려가는 서술자도 별로 힘들어하지 않는 듯했다. 그 사람들이 동상에 손발이 얼어 고통스러운데도 읽는 사람들은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그러나 소설의 느낌처럼 쉽게 접근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 고통은 너무 컸다.

히말라야 칼라파타르 및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 트레킹은 무척 힘들었다. 왕복거리 약 120km 정도이고 2850m의 루클라 공항에서 5550m의 칼라파타르 정상까지의 트레킹은 고소증과 육체적 고통과 한계 때문에 극한의 고통을 느꼈다.

사실 이번 트레킹을 위하여 나름대로 국내에 있는 산들을 오르며 훈련했다. 10여 년 산악회 활동을 하면서 한라산도 오르고, 지리산도 오르고, 트레킹에 앞서 무등산, 월출산, 달마산, 두륜산, 호남정맥 구간 산행 등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데 트레킹 내내 나의 몸은 나의 몸이 아니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었다. 동행한 최용기 선생은 위장 장애로 인하여 설사가 나고 밥을 잘 먹지 못하고 몹시 힘들었다며 "속이 아프니 그 에너지가 모두 속에서 소비되는가 봐요. 그래서 걸을 수가 없었어요. 약간의 처방약을 사용했지만, 위장 장애는 쉽게 그치지 않고, 몹시 힘들었어요. 누가 공짜로 에베레스트 트레킹 가자고 해도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금기사항

히말라야 트레킹에는 금기사항이 많다. 가이드 정오승씨(산악인, 혜초여행사 광주지사장)는 이것만은 '트레킹의 철칙'이라고 말한다. 우선, 오르는 도중에 목욕할 수 없다. 머리도 감을 수 없다. 양치질만 허용하고, 세수는 물티슈로 한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모자를 쓰고 있어야 한다. 쉴 때는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한다. 열을 빼앗기면 고소증이 더 쉽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 점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물론 술은 마실 수 없다 등등 항목이 많다. 

특히 고소증에 대하여 몇 번이나 주의를 주었다. "고소증에 적응하기 위하여 빨리 올라가면 절대 안 됩니다. 천천히 자기 몸을 생각하며 올라야 하고,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적응훈련도 할 것입니다. 고소증이 나면 고도가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합니다"고 고소증의 대처 방법에 대하여 설명했다.

▲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중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원들 ⓒ 서종규


▲ 칼라파타르 정상에 올라왔으나 극한의 고통을 느끼는 대원들의 모습. ⓒ 서종규


트레킹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이 고소증이었다. 고소증이란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산소 부족 상태에서 피로, 두통, 복통, 구토, 호흡곤란, 식욕 부진, 무기력, 불면 등의 증세를 말한다. 고소증이 계속되면 환각 증상, 시력장애, 폐부종, 뇌부종까지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밤에 두통의 고통에 잠을 자지 못하고, 다음 날 아침 또 산을 올라야 하는 고통은 엄청나게 컸다. 나는 최종 목적지 칼라파타르 밑 고락셉 로지(5170m)까지 오르는 모든 로지(숙소)에서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두통에 시달렸다. 진통제 한 알을 먹어도 아무런 효험도 없이 고통스러웠다. 매일 밤 고소증에 시달린 것이다.

고소증은 특히 밤에 잠을 잘 때 두통으로 많이 나타난다. 그 이유를 김태중 교수(전남대학교 수의학과)는 이렇게 설명했다.

"낮에 활동할 때에는 모든 신진대사가 활동하기 때문에 어렵게 두뇌에 산소를 공급하지만, 잠을 잘 때에는 대부분의 신진대사도 쉬고 필요한 신진대사만 활동을 하기 때문에 산소 공급이 둔화되어 두통이 나타납니다."

고소증에 시달리던 내게 복통까지 찾아왔다. 산행 시작 3일째 남체바자르(3440m)에서 시작됐다. 고소 적응을 위해 남체바자르 뒷산 에베레스트 뷰 포인트호텔(3880m)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순간 배가 쥐어짜듯 아팠다. 밥을 먹으려고 하니 식은 땀이 나서 먹을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시작된 위장 장애는 산을 오르는 힘을 모두 빼앗아 가 버린 것 같았다. 이후 하산할 때까지 겨우 흰밥에 물만 말아 먹으며 고통스럽게 트레킹을 이어갔다.

남체바자르를 떠나 풍기탱가(3250m)에서 탱보체(3860m) 오르는 길은 3km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경사가 너무 심했다.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이 산을 오르는데 다리가 풀려서 몇 번이나 쉬었다. 결국, 탱보체를 몇십 미터 남겨 놓고 나는 배 속에 있는 모든 것을 토해버렸다.

▲ 기압을 높여 고소증의 치료에 필요한 도구 '감우백' ⓒ 서종규


▲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은 가끔 눈을 맞거나, 비를 맞거나, 안개에 싸이기도 한다. ⓒ 서종규


그날 밤 디보체 로지(3820m)에서 나는 여행사에서 준비한 '감우백'에 들어가야 했다. 이 백은 거대한 튜브로 사람이 안에 들어가면 기압을 높여주는 펌프질을 해 감우백 안의 기압을 떨어뜨려 고소증을 치료하는 장비다.

내가 감우백 안에 들어가니 펌프질을 시작했고, 고도계가 3820m에서 2500m 지점까지 내려갈 때까지 그 안에서 1시간 동안 있었다. 한 시간 후에 감우백에서 나오자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동료들이 크게 박수를 쳐주었다. 감우백에 들어갔다가 나오니 고소증이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었지만, 기분은 상당히 좋았다.

에베레스트보다 더 힘들었던 고소증

많은 대원들이 고소증에 시달리고, 위장 장애와 체력 저하, 무기력 때문에 힘들어 했다. 정이완 선생은 에베레스트에 대한 로망으로 트레킹에 참여했다. 정 선생은 "기대, 두려움 때문에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나 봐요. 위장 장애가 나서 몹시 힘들었어요. 걸어가기 힘들었는데, 대원들의 도움으로 조심도 하고 약도 먹어 극복할 수 있었어요"라며 모두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김용대 교수(전남대학교 독일어문학)는 위장 장애 등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고소증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제가 군대생활 때 느꼈던 극한 상황의 고통 이후 가장 큰 고통을 느꼈어요. 유럽에서 산티아고 순례 트레킹도 힘들었지만, 이곳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네요"라고 말했다.

모 선생님의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은 밤에 찾아온 두통으로 계속 토하고, 낮에 또 산에 오르는 고통에 시달렸다. 결국 기진맥진한 몸으로 걷다가 트레킹 4일째 되는 디보체(3820m)에서 아버지와 함께 하산했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로 가서 대한민국행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고, 도착하는 즉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 칼라파타르(5,550m) 정상 고도계에 나타난 기압은 505hPa로 지상의 절반 수준. 건너편 검은색 피라미드형 봉우리가 에베레스트 정상. ⓒ 서종규


▲ 히말라야 트레킹은 극한의 고통을 느낀다. ⓒ 서종규


남성 대원들보다 여성 대원들의 고통은 더 컸던 것 같았다. 22명의 대원 중 여성 대원은 4명이었는데 고소증 고통도 그렇지만 체력의 한계를 많이 느낀 것 같았다. 최종 목적지 칼라파타르(5550m)에 오르는 길은 더욱 힘들어했다. 칼라파타르 정상에 도착하기 전에 여성 대원 두 명은 여행사에서 준비한 고산등반용 산소호흡기를 사용할 정도로 극심한 고소증을 앓았다.

칼라파타르에서 고도계에 나타난 기압은 505hPa(헥토파스칼)이었다. 우리나라 기압은 보통 1000hPa 정도이니, 절반 정도로 낮은 기압이다. 기압이 낮아지면 공기의 밀도가 낮아지고 따라서 산소 호흡이 줄어든다. 칼라파타르의 공기 밀도는 평지의 50%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고소증에다 체력의 한계까지 느끼는 것이다.

고소증을 해소하는 방법은 낮은 지역으로 내려가는 것밖에 없다. 최종 목적지 칼라파타르에 오른 다음 날 고락셉 로지(5170m)에서 하산을 시작해 오후에 숙소인 페리체 로지(4240m) 도착했다. 고통스러운 밤을 어떻게 보낼까 걱정하며 잠에 들었는데, 정말 신기했다. 히말라야 트레킹 중에 처음으로 두통 없이 단잠을 잤다. 높은 지역에서 낮은 지역으로 내려온 지 하루 만에 두통이 사라진 것이다. 고소증이 완전히 나았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너무나 신기했다.

여행일지
지난 1월 6일(월)부터 21일(화)까지 우리 풀꽃산행팀 22명은 히말라야 칼라파트라 및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다녀왔다. 인천공항에서 네팔수도 카트만두로 가서, 다시 국내선 18인승 경비행기를 갈아타고 히말라야 산속에 있는 아주 작은 루클라(해발 2,840m)공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남체 바자르(3,440m), 딩보체(4,410m), 로부체(4,910m), 고락셉(5,170m), 그리고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인 칼라파타르(5,550m)에 올라 전면에 있는 에베레스트 정상(8,848m)을 보고, 다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 페리체(4,240m), 남체, 루클라까지 120km를 왕복하는 트레킹이다.

덧붙이는 글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및 칼라파타르봉 트레킹 산행기를 처음에 9회를 계획했는데, 개인 사정으로 7회로 조정하여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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