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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가 아들의 폭로 "아버지가 비리 은폐하려 날 겁박"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기자에 이례적 메일... "부끄럼 없는 모습에 비애느껴"

등록|2014.10.28 17:48 수정|2014.10.28 17:48
"오로지 그룹 내 불법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진실을 알고 있는 저를 회장님의 권위로 겁박하여 입막음하러 오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둘째아들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변호사)의 말이다. 조 전 부사장은 28일 오전 기자들에게 A4용지 한장 분량의 편지를 보내왔다. 조 전 부사장은 편지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인 조 회장 등 그룹 오너일가들이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자신을 겁박했다고 폭로했다.

조 전 부사장은 먼저 자신이 회사를 떠나게 된 배경부터 적었다. 그는 "2011년 9월 효성그룹의 불법비리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이를 바로잡다가 부친이신 조석래 회장님 (이하 "회장님")의 명령으로 그룹에서 쫓겨났고 2013년 회사를 떠났다"고 밝혔다.

이어 "그 이후, 효성그룹의 경영진(회장님, 조현준 사장, 조현상 부사장, 그리고 전문경영인)들은 자신들의 불법행위들을 은폐하기 위해 본인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우려는 행동들을 서슴지 않았다"면서 "그룹의 홍보실까지 동원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본인을 음해해 왔다"고 그는 주장했다.

"아버지와 형의 불법자금 계좌 은폐, 나에게 뒤집어씌우려"

▲ 2010년 당시 조현문 효성 중공업PG장(왼쪽)과 압둘라 빈 하마드 알 아띠야 카타르 부총리 겸 전력청장이 카타르 도하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만남을 갖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실제 조 전 부사장이 작년 2월 회사를 떠난 것을 두고, 언론에선 '효성가 형제의 난'이라며 앞다퉈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쪽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의 잇속만을 챙긴 후, 그룹을 위기로 내몰았다', '아버지의 방문도 거절한 패륜아' 등의 이야기들이 나돌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아버지가 자신의 집에 찾아왔던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작년 제가 출국금지를 당해 한국에서 검찰 수사를 받는 수 개월간 집에 거주하지 않았고 회장님께서는 아주머니만 혼자 계신 빈 집에 비서 2명을 대동하고 들어오셨다"면서 "회장님께서는 집안을 다 돌아보신 후 제가 살지 않는 것을 확인하시고 가셨다. 이것이 시중에 유포된 '문전박대'의 진실"이라고 적었다.

이후 작년 7월에 조 회장과 만났던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회장님께서 7월 23일 오전 9시 저희 집에 비서 2명을 대동하고 들어 오셨고, 거의 3년만의 첫 만남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50분 동안 조 회장과의 대화를 전하면서, 자신의 형인 조현준 사장의 회사 자금 횡령건과 조 회장 불법자금 계좌 등을 자신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조 전 부사장은 "(아버지에게) '현준이형 그러면 천벌 받습니다. 아버지는 현준이형의 온갖 망나니 짓을 은폐하고 감싸기 위해 저를 내쫓으셨다'라고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비자금 계좌를 네게 뒤집어씌우려고) 그런 적 없어. 뒤집어씌우려 한 적 없어. 건방지게 왜 대들어. 불법비리 없어. 있든 없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이 집안은 내가 다스려. 나한테 맡겨"라고 말했다고 조 전 부사장은 전했다.

그는 이어 조 회장에게 "3년이 지난 지금도 횡령· 배임· 불법비리는 아무것도 바뀐 게 없습니다. 불법비리를 아버지라는 권위로 강요하지 마세요. 그건 가족이 아니고 마피아입니다"라며 "저는 그룹의 불법비리가 싫어서 이 집안과 가족을 떠났고 그룹과 가족의 불법에서 자유롭고 싶으니 놓아 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는 것.

그는 이어 3년 전 회사에서 쫓겨났을 당시와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회장님의 방문이 효성의 주장처럼 '병든 아버지가 아들을 보고 싶어 찾아온'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룹 내 불법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진실을 알고 있는 저를 회장님의 권위로 겁박하여 입막음하러 오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마지막으로 언론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면서도, "효성이 계속해서 사실왜곡 등으로 저를 음해할 경우 향후 더 많은 진실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쾌한 효성 "부자간의 사적대화 공개가 자식된 도리인가"

검찰 소환되는 조석래 효성 회장바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을 받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 권우성


효성그룹은 조 전 부사장의 편지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효성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아버지와의 사적 대화를 공개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자식된 도리로써 해야 할 일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 전 부사장 말대로 그룹을 개혁하려고 했다면, 회사에 남아서 싸워야 한다"면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은 주식대로 처분해 이익을 올려놓고, 뒤에서 뭐라 한다면 무슨 명분이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한편 조석래 회장과 조현준 사장 등 효성그룹 오너일가 등은 지난 6월부터 수천억 원에 달하는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1일 조현준 사장 등 8명을 회삿돈 수백억 원을 유용, 횡령했다면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보낸 메일 전문

저는 2011년 9월 효성그룹의 불법비리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이를 바로잡다가 부친이신 조석래 회장님 (이하 "회장님")의 명령으로 그룹에서 쫓겨났고 2013년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 이후, 효성그룹의 경영진, 즉 회장님, 조현준 사장, 조현상 부사장, 그리고 전문경영인들은 자신들의 불법행위들을 은폐하기 위해 본인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우려는 행동들을 서슴지 않았고 그룹의 홍보실까지 동원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본인을 음해해 왔습니다.

기자님들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이 중에는 "회장님께서 저를 세 차례나 찾아오셨는데 문전박대 했다"는 터무니 없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며칠 전에는 한 언론에 "회장님께서 금년 여름 저를 만나려고 집 앞에서 기다렸다"는 허위기사까지 게재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고심 끝에, 효성그룹의 홍보실까지 동원되어 조직적으로 본인을 음해하고, 기자님들을 상대로 근거 없는 허위 사실들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진실을 기반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시는 기자님들께 정확한 사실을 제공해 드리고자 아래의 사실관계를 알려 드립니다.

첫 번째 사실은, 작년에 제가 출국금지를 당해 한국에서 검찰 수사를 받는 수 개월간 저는 집에 거주하지 않았고 회장님께서는 아주머니만 혼자 계신 빈 집에 비서 2명을 대동하고 들어오셨습니다. 아주머니는 남자 셋이 늦은 밤 갑자기 집안에 들어 온 것에 대해 너무 놀랐고 그 이후에도 한 동안 벨소리만 들으면 심장이 뛴다고 하셨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집안을 다 돌아보신 후 제가 살지 않는 것을 확인하시고 가셨습니다. 이것이 시중에 유포된 "문전박대"의 진실입니다.

두 번째 사실은, 제가 금년 7월 잠시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제가 서울에 있다는 사실을 탐지하신 회장님께서 7월 23일 오전 9시 저희 집에 비서 2명을 대동하고 들어 오셨습니다. 제가 회장님에 의해 그룹에서 쫓겨난 지 거의 3년만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회장님은 언론에서 보도된 것과는 달리 매우 건강하셨으며 대화는 50분간 지속 되었습니다. 그 중 일부의 내용을 공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저는 "검찰 수사에서 아버지 (비자금) 계좌를 제 계좌로 뒤집어씌우고 조현준 사장이 저질렀던 2천만불 (횡령건)을 제게 뒤집어씌우려다가 실패하셨지요? 효성그룹에서 조직적으로 저한테 씌우려 하였습니다. 가해자가 가해하려다 실패해 놓고 거꾸로 피해자인 척 하는 게 말이나 됩니까? 현준이형 그러면 천벌 받습니다. 아버지는 현준이형의 온갖 망나니 짓을 은폐하고 감싸기 위해 저를 내쫓으셨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에 대해 회장님께서는 "(비자금 계좌를 네게 뒤집어씌우려고) 그런 적 없어. 뒤집어씌우려 한 적 없어. 건방지게 왜 대들어. 불법비리 없어. 있든 없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이 집안은 내가 다스려. 나한테 맡겨"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저는 그룹의 불법비리가 싫어서 이 집안 이 가족 떠났고 이 그룹, 이 가족의 불법에서 자유하고 싶으니 놓아 주십시오"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이에 대해 회장님께서는 "가족문제는 부모한테 맡기라고 했잖아"는 말씀만 되풀이 하셨습니다.

저는 "3년이 지난 지금도 횡령, 배임, 불법비리 아무것도 바뀐 것 없습니다. 불법비리를 아버지라는 권위로 강요하지 마십시오. 아버지, 그건 가족이 아니고 마피아입니다. 그 것은 범죄이고 부도덕한 행위입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렇게 서로의 입장을 반복하는 대화가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이러한 대화는 3년전 제가 그룹 내 심각한 불법비리들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이에 대한 감사를 추진하다 회장님에 의해 쫓겨났을 당시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이로써 회장님의 방문이 효성그룹의 주장처럼 "병든 아버지가 아들을 보고 싶어 찾아온"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룹 내 불법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진실을 알고 있는 저를 회장님의 권위로 겁박하여 입막음하러 오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동안 검찰, 국세청 등의 조사로 이미 일부 불법이 드러난 것을 전혀 인정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책임감을 느끼지도 않는 회장님의 이러한 모습에 비애를 금치 못하였고, 당신이 직접 내쫓은 아들을 3년만에 만난 자리에서 예전과 전혀 달라진 바가 없이 진실 은폐와 겁박 만을 일삼으시는 비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접하면서 아들은 고사하고 한 인간을 어떻게 이렇게 취급하실 수 있나 하는 참담함마저 들었습니다.

저는 기자님들께 사실만을 말씀 올리오니 혹시 향후에 기사를 게재 하실 경우 사전에 사실 관계 확인을 해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 올립니다. 또한 효성그룹이 차후에도 계속해서 사실왜곡과 거짓말로 저를 음해하고 언론을 호도할 경우, 저는 회장님과의 대화의 추가 내용 등 더 많은 진실들을 공개할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감사합니다.

조현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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