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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무들 잘 키우는 으뜸 정원사 되고 싶어요"

김세란 '정다운 어린이집' 원장이 전하는 영유아교육 이야기

등록|2014.10.29 10:28 수정|2014.10.29 10:28

▲ 정다운 어린이집 김세란 원장 ⓒ 조종안


지난 25일 오후, 전북 군산시 경장동에 위치한 '정다운 어린이집'(원장 김세란)을 찾았다. 작은 골목길 입구 주택 대문에 '보건복지부 평가인증 어린이집'이라고 적힌 사각 현판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앙증맞은 소품들과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실내가 TV 프로에서 봤던 '어린이 꿈동산'을 연상시킨다. 

"저는 어려서부터 아이들을 끔찍이 좋아했어요. 저보다 어린 아이들이 모르는 걸 알려주고 동화도 들려주면서 노는 게 재미있었죠.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장래 희망을 물으면 유치원교사라고 대답했으니까요. 사촌 동생들과 놀이를 할 때도 교사 역할만 했습니다. 동생들도 좋아라 하며 따랐고요(웃음). 장래 희망은 사춘기에도 변하지 않았고, 대학교 전공도 가족아동학과를 선택했죠."

김세란(30) 원장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된 동기이다. 아이들은 보면 볼수록 천사처럼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그는 "대학에 입학해서 아이들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영유아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터득해서 자격증을 취득하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 덧붙였다.

주변의 도움, 다양한 프로그램 계획과 실행에 큰 도움 돼

어린이집을 운영한 지 올해로 4년째. 그동안 딸 둘을 낳았다. 김 원장은 아무래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엄마가 된 지금도 군산대학교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에 재학 중이다. "출산 후 부모님 심정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됐고, 가족의 소중함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예전에는 아이들을 그냥 예뻐했는데,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예쁜지 분석하고 연구하는 버릇이 생겼다"며 환하게 웃는다.

▲ 아이들을 돌봐주는 김 원장 친정어머니 ⓒ 조종안


김 원장은 효과적인 영유아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보여준다. 그는 "오늘이 있기까지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컸다"며 "그래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마따나 정다운 어린이집은 김 원장 가족 모두가 구성체의 일원으로 참여해서 끌어나간다. 친정어머니는 주방에서 음식을, 친정아버지는 차량운전을, 남편은 아이들 양육을 챙겨준다는 것. 그는 친정어머니의 정성은 각별하다며 보육교사들과 학부모들 정성도 그에 못지않다고 했다.  

"평소 먹거리에 관심이 많고 손맛도 좋았던 친정어머니는 개원 초기부터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주십니다. 그것만으로 성에 안 차시는지 요리학원에 들어가 한식조리사 면허를 취득하는 열의를 보이면서 어린이집 운영에도 많은 조언을 많이 해주시죠. 제 인생에 영원한 멘토이기도 합니다. 친정아버지는 차량운전과 아이들 안전을 보살펴주시고, 남편은 퇴근하면 틈틈이 아이들 양육을 챙겨줍니다. 모두가 든든한 버팀목이죠.

어린이집을 더욱 풍성하고 푸근하게 하는 분들은 교사들과 학부모입니다. 그래서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하죠. 교사들은 항상 엄마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보육하는 것으로 저에게 주어진 짐을 덜어주고, 학부모들이 보내주는 믿음과 신뢰는 응원의 소리가 되어 더욱 기운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여러분들의 관심과 격려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죠."

아이들 가르치면서 배우는 게 더 많아

▲ 원아들의 하루 생활을 설명하는 김세란 원장 ⓒ 조종안


정다운 어린이집은 현재 정원(18명)을 채우고 있으며 선생님 6명(원장 포함)이 보육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맞벌이 부모 아이들이 많아 부모들이 보육 일과를 지켜보거나 생활 일부를 자녀와 함께할 수 있도록 항상 개방하고 있단다. 자녀의 행동 및 어린이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김 원장은 외부인들의 보육실 출입은 담임과 협의하여 이루어지며 전염성 질환이나 감기 환자는 자제해달라고 당부를 잊지 않았다. 

김 원장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고향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생태체험이나 현장체험학습을 수시로 운영하고 있다"며 "원아들 나이에 따라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는 장점을 발견해서 칭찬해주고 그 장점을 스스로 계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해온 체험학습은 군산 교통공원 관람(안전지도 및 교통규칙 체험), 무피클 만들기(채소에 관한 이야기 나누기), 송편 만들기(추석의 유래 설명), 군산 세계철새축제(철새조망대 방문), 감자 캐기, 고구마 캐기(자연 학습), 주말농장 견학(과일 따기 체험), 나운동 국군묘지 견학,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견학, 물놀이(군산문화원 야외수영장), 산타 행사 등. 행사가 끝나면 평가를 거쳐 부족한 점을 보완한단다.

김 원장은 "흔히 우리가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사실은 순진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행동에서 배우고 느끼는 게 더 많다"며 경험담을 소개했다.

▲ 긴 통나무 위에서 기차놀이하는 원아들. ⓒ 김세란


"사람들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으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배우는 게 더 많아요. 아이들에게 양보를 가르치고, 기본생활 습관을 지도하면서 배우죠.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도 배웁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반성도 하고 모델링이 되기 위해 늘 노력하죠.

아이들은 상상주머니가 커서 같은 것을 보고도 어른과 다른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목걸이를 만들어 왕관이라고 하고, 긴 통나무를 기차라며 기차놀이를 합니다. 그처럼 아이들의 순수한 꿈과 호기심, 재치 발랄한 상상력 등은 저희를 자극하죠. 결과적으로 제 생활은 배움의 연속인데, 어떤 때는 아이들을 따라 변해가는 저 자신을 보면서 놀랍니다."

긍정적으로 변하는 아이 모습에서 신비감마저 느껴

김 원장은 "어린이집 운영은 금전적인 면보다 마음의 만족, 즉 보람에서 행복을 느끼는 직업으로 생각한다"며 "돈을 바라고 한다면 다들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들과 생활하며 순수함, 상상력, 귀여운 말, 긍정적인 변화 등에서 금전 이상의 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일화 하나를 들려주었다.

"작년 9월이었어요. 한 원아가 입소했는데 너무 우는 거예요. 적응 시간이 지냈는데도 친구들보다 더 불안해하는 거예요. 야외활동 시간에 포도밭에 데리고 가서 선생님 옷이 흙 범벅이 되도록 업어주고 안아줘도 진정이 안 되고···, 애착을 형성하려고 노력했지만, 아이가 마음을 열지 않아 비상이 걸렸죠.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일주일쯤 지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과밭에 갔는데 그날은 아이가 울지도 않고, 선생님 손을 잡고 규칙도 잘 지키면서 스스로 사과를 보란 듯이 따먹는 거예요. 그때는 아이 모습에서 신비감마저 느꼈죠." 

김 원장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던 철부지 아이들이 모여 움직이다 보니 작은 활동 속에서도 다치거나 넘어져 상처를 입는 일이 일어나고, 아무리 주의하고 신경 써도 다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이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어려움도 있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지혜롭게 변하는 모습에서 행복을 느낀다"며 미래 희망도 밝혔다. 

"흔히 아이들을 나무에, 저 같은 보육인(보육사)을 정원사에 비유하죠. 어린 나무에 물과 거름을 주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가꾸는 일을 하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저는 힘든 일임을 알면서도 꿈나무들을 잘 키우는 으뜸 정원사가 되는 게 희망입니다. 우리 어린이집 원훈이 삶에 가장 기본인 '사랑해요. 아껴줘요. 건강해요'인데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아이들과 함께 사랑하고 아껴주며 함께 성장해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취재를 마치고 어린이집을 나오는데 김세란 원장의 행복 가득한 미소가 눈앞에 그려지면서 독일 교육자이자 유치원 창시자인 F. 프뢰벨이 했던 말 중 '사랑스러운 아기와 함께 놀고 있을 때 돌봄의 거룩함을 느끼는 어머니는 행복하다'는 대목이 떠올랐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와 매거진군산(11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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