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현장조직, 통상임금 관련 고소장 제출
"상여금지급시행세칙은 근로기준법 위반"... 현대차노조와 보수언론 "정치적 공세"
▲ 현대차노조 내 현장조직인 들불의 하부영 대표(오른쪽) 등 현장 노동자들이 27일 서울중앙지검에 현대차 정몽구 회장 등 경영진을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했다. ⓒ 들불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통상임금과 관련해 현대차의 정몽구 회장과 윤갑한 사장, 김충호 대표이사를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현대차노조 내 현장조직인 금속연대, 금속민투위, 들불, 민주현장과 이에 동의하는 활동가들은 지난 27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에 8070명의 조합원 서명으로 탄원서를 제출하고 고용노동부에도 진정서를 냈다.
이들은 현대차가 법망을 피하기 위해 상위법을 무시하고 사내업무표준 형식인 '상여금지급시행세칙'을 임의대로 제정해 운영해 왔으니 근로기준법에 따라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대차노조 집행부는 "집행부가 먼저 조합원 탄원서 서명을 시작했고, 조합원 전원 서명이 필요한 전략적 사업임에도 집행부 성과를 깎아내리기 위해 사조직 서명에 몰두하느라 절반도 실적을 내지 못했다"며 "일부 제조직은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보수언론도 "현대차 노조의 일부 현장조직들이 다음달 대의원·사업부대표 선거를 앞두고 현 집행부 흠집내기를 통한 정치적 공세 성격의 돌발행동에 나서고 있어 노조 내부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11월 7일 법원은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현대차의 상여금을 둘러싼 이같은 논란은 왜 시작됐을까.
현대차 현장노동자들 "회사가 상위법 어기고 회사규칙 임의 제정"
현대차는 지난 1994년부터 사내업무표준 형식인 '업무시행세칙' 중의 '상여금지급시행세칙'을 제정해 '15일 미만 근무자에게는 상여금 지급을 제외한다'라고 규정했다. 이번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은,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결정짓는 '고정성'을 판단하는 것으로 소송에서 핵심적인 사항이다.
하지만 몇몇 현장조직들은 '현대차가 만든 하위 규정은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27일 이들이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현대차가 임금과 근로조건과 관련된 중대한 사항을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기 위해 '상여금지급시행세칙'을 1994년 6월 1일부터 임의대로 제정, 임금착취 제도를 운영해 왔다"는 것이다. 이들 노동자들은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근로기준법,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불법행위이므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현대차 노동자들은 지난 20여 년간 이 규정에 대해 왜 침묵했을까. 이에 대해 현장조직 들불 하부영 대표는 "지난 1994년 회사측이 '15일 미만 상여금 제외' 회사규칙을 만들었지만 실제로 그동안 (고정성이 있는) '일할지급'을 해왔고 현장 노동자들은 그 내용을 잘 알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회사측이 소송을 앞두고 이 규칙을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8일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소식지를 내고 "노조가 통상임금 판결에 대응하기 위해 서명운동에 돌입하자 일부 현장노동조직이 집행부의 성과를 깎아내리기 위해 법원에 진정서와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장조직의 말은 다르다. 들불 하부영 대표는 "소송을 앞두고 현장조직들이 적극 대응하자고 집행부에 주문했지만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27일 이후 입장을 내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소송일 1주일 전에는 조합원 서명을 통한 탄원서 등이 나와야 하기에 제조직들이 보다못해 20일부터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그러자 집행부도 20일 서명운동에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집행부도 서명운동을 하자 제조직은 '현장에 서명지가 두 장이면 조합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어 중단하기로' 했다"며 "따라서 전체 조합원 중 일부인 8070여 명의 이미 받은 서명지만 법원에 제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현장조직의 이같은 움직임을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보수언론도 "대의원 선거를 앞둔 집행부 흠집내기"라고 보도한 것도 논란거리다.
현대차 현장조직은 29일 공동소식지를 내고 "조합원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 정치적 목적이라면 우리는 더 열심히 하겠다"며 "지부장이 '통상임금 소송은 패소할 것'이라고 대의원들에게 설명했는데, 그럼 패소하든지 말든지 가만 있으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노조 대의원들에 따르면 지난 9월초 현대차 노사의 임금협상이 잠정중단된 후 이경훈 지부장은 대의원 설명회에서 "변호사가 이번 소송에서 노조가 패소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조직들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를 말한 것은 지부장이었다. 통상임금 승소를 위해서는 (집행부의 비하와 보수언론의 공세 등) 더 큰 굴욕도 참겠다"며 "충분히 승산 있는 소송이 패소한다는데 가만 있는 건 조합원을 위하는 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현장조직 "이번 소송은 현대차뿐 아니라 1천만 노동자 위한 것"
현대차 현장조직들은 이번 소송이 현대차뿐 아니라 노조가 없는 노동자 등 1천만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하위 규정을 만들어 임금을 착취하는 불법 규정이 통상임금의 고정성 결여 판단기준이 된다면 현대차뿐 아니라 노조가 없는 1천만 노동자들은 통상임금 때문에 임금을 삭감 당할 것 아닌가"며 "이를 그냥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에 대해 "우리가 승소해야 노동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며 "보수언론을 동원한 비난해도 우리 갈 길은 간다. 당당하게 재판부에 올바른 판결을 촉구하고 불법 착취제도는 강력한 사법처리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들불 하부영 대표는 "근로기준법 8개, 노동관계조정법 1개, 단체협약 2개를 위반하는 불법 임금착취제도인 상여금지급시행세칙을 통상임금 고정성 결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회사측이 소송에서 이를 주장하면 할수록 불법과 범죄를 인정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재판 과정에서 11개 불법 사항 중 하나만 걸려도 통상임금 고정성 결여 주장은 원인무효가 되는 것은 상식"이라며 "재판부가 정치적 판단만 아니면 불법규정을 근거로 판결할 수는 없지 않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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