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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대사 예언... 가사 입은 도적떼의 횡포

[릴레이기고] 한국불교는 죽었는가

등록|2014.10.29 17:50 수정|2014.10.29 17:50
사부대중 릴레이 기고 '파사현정'. 시대의 마지막 선지식 송담 스님의 탈종 선언은 경책이자 화두다. 1962년 가깝게는 1994년 개혁정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조계종으로 대표되는 포장된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적나라하게 형해화시키는 위기다. 하여, 가면을 벗고 민낯을 드러내야 한다. 전도된 수행가풍을 다잡고 계율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위기는 기회다. 사부대중이 뼈아픈 자성과 대안을 릴레이 기고한다. 참회, 비판, 발심, 대안...사부대중의 다채롭고 지속적인 기고를 기다린다. (편집자 주)

최근 조계종 개혁불사 20주년기념 세미나에서 교육원장 현응스님은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조계종단 산하 2900여 개 사찰의 연간 수입이 1조5000억이 되는데 총무원의 1년 예산이 고작 250억 원으로 중간정도 수준의 교회예산이라는 것이다. 나머지 1조 수천억은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모른다는 것이다.

기사내용과 발표 자료를 읽어보면 그저 기가 막힌다. 하기야 말로만 선불교를 외치고 내용은 1백년전의 전근대에 머물러 있는 조계종이다 보니 무슨 논리나 윤리가 필요하겠는가.

94년 개혁종단의 선두 주자로 온건합리적인 승려교육의 책임을 맡고 있는 그가 20년 동안 종단공직을 맡으면서 한 발언은 매우 혁신적이다. 그는 이대로 조계종의 재정 인사권이 파행된다면 5년 내 조계종은 해체될 것이라 단언했다.

맞는 말이고 핵심을 짚었다. 50년대 비구대처분쟁의 불교정화로 조계종이 전국사찰을 장악하고 최대종단이 된 이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일제에 협력한 친일승려는 물론 항일독립지사라 할지라도 결혼한 소위 대처승들은 청산되고 추방됐다. 산중불교와 대비되는 신구기독교가 도시를 점령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친일세력의 연장선상에서 전국민 기독화를 꾀하고 있는 것과 극명한 차이가 난다.

60년 동안 청정지계불교를 천명한 조계종이 장기간 혼란과 위기를 겪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거대종단으로 변하면서 세상의 변화를 주도한 게 아니라 추종했기 때문이다. 불과 7백여 명의 독신수도승이 수천 명에 달하는 대처승들을 물아내고 급진적으로 세력을 차지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많은 선지식과 학자들이 지적한대로 시간을 두고 인재를 양성하고 대처승일지라도 친일세력이 아니거나 인품이 고매한 분이라면 역할분담과 협력의 상생을 하면서 차분히 개혁과 쇄신을 추진했어야 했다. 기득권을 가진 대처승들의 완강한 반대, 해방과 6 25전쟁직후의 혼란한 사회 환경, 이승만 대통령의 일방적인 편들기에 힘입어 물리적으로 물아부친 결과 오늘날의 혼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부의 공권력과 여론에 힘입어 비구∙대처승분쟁의 일등공신들은 교구본사와 관광사찰을 하나씩 맡았다. 그들의 제자 문도들은 파벌을 형성, 개인과 문중이 독점하는 봉건시대 영주가 됐다. 공적으로 4년인 임기는 고무줄처럼 40년이 된 사찰도 허다하다. 공찰이란 불교전통사찰로 50년 이상 천년 역사가 있는 공공사찰이다. 부패한 관료건 공이 많은 공직자건 예전의 현감 군수 관찰사와 현대의 시장군수 도지사는 임기는 4년이고 중임하는데 그친다.

그런데 조계종의 공사찰은 능력이 있으면 평생 개인과 문중이 독점한다. 이것은 불교전통에도 없던 일이고 사회법제도에도 존재할 수없는 악습이고 독재구조에 다름 아니다. 하기야 개신교 가톨릭도 당회장이나 주교급은 평생 동안 그 직을 유지하고 권력을 행사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서구의 권력종교인 기독교와 뿌리부터 다르다. 불교는 석가모니부터 평생 옷 한 벌 발우 한 개를 가지고 얻어먹으면서 수행하고 세상 사람을 교화하는 철저히 평등과 민주주의에 입각한 인문학종교인 것이다.

진짜 승려와 가짜 승려 구별법

우희종 서울대교수를 비롯한 재가 불자 지식인들은 얼마 전 공동선언을 했다. 지난 9월말 종단 법인법적용으로 선학원과 송담 스님등이 제적멸빈당한 게 아니라 반대로 송담 스님의 탈종으로 조계종이 멸빈당했으므로 조계종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송담 스님은 최고 선승이므로 그분의 탈종선언은 조계종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조계종의 종권투쟁은 마지막 성역인 종정을 몇 번씩이나 부정하고 추방하면서까지 수십 년째 반복, 종정을 비롯한 어른의 기강과 권위가 떨어진 지 오래되었다.

94년 종권 혼란 직후 도입된 조계종의 선거제도는 20년 시행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요직인 총무원장, 교구장, 중앙종회의원 선거가 모두 돈, 파벌, 담합으로 세속정치를 답습한 것으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16대 중앙종회의원 선거 역시 총무원장과 다수의 본사주지가 지지하는 여당 측이 압승했다. 이를 견제하고 감시할 야당은 소수로 전락했다.

조계종단의 현실에 반성과 개혁이 없는 것도, 만장일치의 정치와 종교가 횡행하고 폭력 성희롱 이념편향 막말하는 것도 빼닮았다. 재가불자모임은 부패한 도박승려 폭력 은처 정치권승을 승려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계 수행 포교에 매진하는 청정승려만 삼보로 공경하는 승가 쇄신운동으로 올바른 승려 모시기운동과 더불어 가짜승려 추방 대중운동을 천명했다.

물론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반세기 전의 정화운동이 사회정화와 불교정법에 의해 순리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정부의 간섭과 물리력, 비구∙대처간의 피흘리는 충돌로 이뤄졌듯이 반세기동안 더 공고하게 굳어진 종단 권력체계가 쉽게 바뀌거나 무너지지 않을 전망이다.

타종교도 동일하지만 작게는 종단과 문중승려간의 힘겨루기일 수 있으나 크게는 정부권력이 깊이 연관되어 있는 문제로 이해관계가 얽혀있음을 알아야 한다. 불교신도수는 제1종교이나(개신교와 가톨릭을 합하면 이미 한국은 기독교국가다.) 조계종 등록승려는 수만 명밖에 안 된다. 물론 송담 스님의 경우처럼 분한신고가 누락되어 제적된 사례도 많고 필자처럼 탈법이 판치는 종단과 거리를 두고자 은퇴선언을 하거나, 가벼운 잘못으로 징계당하거나 제도권에 소외되고 무관심한 승려들을 합하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리고 사찰운영에 신도들의 참여가 사실상 봉쇄돼 있다. 그것은 한국불교를 시대에 맞는 변화 불가능한 종교집단으로 만드는 원인이기도 한다.

서산대사는 선가귀감에서 "말세에는 가사 입은 도적들이 진짜 행세를 하고 진짜승려는 세속에 머문다"고 예언하셨다. 딱 들어맞는 살아 있는 법문이다 .

승적관리와 복지제도가 엉망인 조계종의 현실

현응 스님은 1만 승려 중에 혜택을 받는 승려는 10%이고 90% 다수는 생계불안으로 고정보시가 한 푼도 지급되지 않는 극빈자라 했다. 또 소임자가 아닌 연구 포교 봉사의 전문승려들은 일정한 공간이 없고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조계종이 사유재산을 갖지 못하도록 법인법을 시행하면서도 의식주와 활동비는 종단에서 전혀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비판했다.

그는 전국 2,900여 사찰의 연간수입을 합치면 1조 5천억이 되므로 전체 승려에게 물질적 혜택이 돌아가고 남으며 천여 개의 연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조계종의 1년 예산은 300여 억에 불과하다. 도심지 중간급 교회 예산에 불과한 금액이다. 나머지는 전국의 정치권승들이 나눠가져 그 돈으로 폭력 도박 은처 등의 파계행위를 저지르면서 입으로만 쇄신 개혁을 외쳤다는 것이다. 송담 큰스승께서 조계종에 희망이 없다고 말씀한 까닭이다.

천년고찰이 수없이 많다. 전국의 국립공원 다수는 사찰토지다. 이승만 대통령이 토지개혁, 박정희 정권의 전국 국립공원화로 천년 넘게 유지한 땅을 빼앗기고 양도했다. 70년대 서울 강남의 중심 봉은사는 서산 사명대사를 배출한 십여만 평의 승과평을 박정권에 토지수용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빼앗겼다. 그 땅의 10%만 남았어도 조계종단이 오늘날 정부보조금에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전국에 산재한 천년고찰과 막대한 토지가 오늘 한국불교를 망하게 한 또 다른 원인이다. 수행자들은 고래등같은 선원에 종일 앉아 무생사를 화두삼지만 받아먹는 불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역에 스스로 갇힌 줄 모른다.

필자는 한국불교가 개혁되려면 근본적으로 혁파되어야 한다고 본다. 선학원은 종정중심제로 전국선원을 관장하고 총무원은 행정 포교본산으로 모든 주지 간부들이 고정보시제로 묶고 공금은 재정전문가가 관리한다. 여기에는 일정한 자격을 가진 재가자들의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 물론 재정에 승려 신도가 공동관리한다. 종정은 원로가 뽑고 총무원장은 직선제로 하면 될 것이다. 소임이 없는 승려도 일정한 보시금이나 연구 활동비가 지급되어야 한다. 그리고 승려공직을 은퇴하면 작은 연구소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아마도 이렇게 된다면 현재보다 백배이상 더 강력한 불교가 될 수 있다. 공금을 잘 관리해서 승속을 막론하고 장학금 연구비를 지급할 수 있고 의료 복지 교육시설이 증가되면 한국불교는 명실상부 제1국민종교로 발돋움할 수 있다.

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에 버금가는 불교문화선진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중앙 교구본말사의 인사가 공정하고 재정이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조계종의 혁신은 화급을 다툰다. 현응 스님이나 뜻있는 재가불자들이 지적하고 절규하는 대로 당장 시급한 과제다. 한가롭게 내편 네편 갈라서 종권과 관광사찰이나 본말사 차지하는 추악한 짓거리를 그만두라. 국민과 불은에 보답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화두로 삼으라.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우를 범하지 말라. 불보살과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청정한 바른 불교를 희망하는 재가불자들의 모임에 동참을 원하시는 사부대중은 (재가불자모임 kss8171@daum.net )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릴레이 기고에 동참하실 사부대중은 (dasan2580@gmail.com )으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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