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거 마을 숲. ⓒ 이상훈
오늘날 소위 '하천정비사업'이란 것을 보면서 씁쓸함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하천이 지닌 자연흐름을 직선화하여 오히려 홍수를 유발하게 한다든지,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은 매우 허다합니다. 나아가 제방 역할을 하는 마을숲이 훼손 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하천정비사업'은 합법화된 자연훼손이자 파괴 그 자체입니다.
마을숲은 인간과 관계되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 중에 마을숲은 하천이나 강변 제방에 조성되어 폭우나 홍수 시 제방의 붕괴를 방지하고 생태적으로 건강한 환경을 갖추는데 중요한 생태적 역할을 합니다.
마을숲을 소개하면서 하천변에 위치하여 조성된 제방림에 관하여 많이 언급했습니다. 큰 규모의 제방림인 전남 담양의 관방제림(官防堤林)이나 경남 함양 상림은 고을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관(官)주도하에 조성된 마을숲입니다. 마을단위 소규모 제방림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 마을숲은 마을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이고 목숨 같은 농토를 보호하기 위하여 조성됩니다.
무거(茂巨) 마을숲은(진안군 정천면 갈용리 무거마을) 당연히 후자에 해당됩니다. 무거 마을은 봉화대 터(629m)에서 남동쪽으로 뻗어 내린 가나무골 아래에 자리 잡았습니다. 봉화대 터가 마을의 주산 역할을 합니다. 안산은 국사봉(456m)에서 북쪽으로 뻗은 줄기입니다.
운장산 휴양림 계곡의 갈거마을과 구봉산 계곡의 조포마을에서 흘러 내려온 두 줄기 사이에 무거마을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무거마을이 지형상으로 볼 때 마치 배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풍수적으로 말할 때 행주형(行舟形)이라 합니다. 배형국에서는 혈이 주로 뱃머리(前頭)에 있다고 합니다(行舟形順風案穴前頭). 배형국은 주로 양택 풍수인데, 그래서인지 마을은 뱃머리 형성되어 있습니다. 배형국인 경우에 키, 돛대, 닻 역할을 하는 것이 있으면 대길(大吉)인데, (김두규)말미에서 간단히 언급하겠지만 마을에서 당산할머니로 모시는 선돌이 배를 메어두기 위한 닻이 아닌가 하는 생각해 봅니다.
마을 형성 년대는 불분명하나 남평 문씨와 밀양 박씨에 의하여 형성되었다고 하며 현재는 신씨, 밀양 박씨, 나주 임씨 등 각성바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거 마을 서북쪽에 노현(蘆峴)이란 마을이름으로 처음으로 형성되었으며 노현이란 명칭은 갈대가 많아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신평으로 부르다가 현재 위치로 옮겨와 마을이 형성되면서 마을이 번성하게 되자 무성하게 자라는 초목에 비유하여 무거(茂巨)라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무거 마을숲은 마을아래 물이 합류하는 지점에 조성되어 있습니다. 합류한 지점은 갑작스런 홍수에 범람할 수 지점이며, 그곳에 마을숲이 조성되어 방제림 역할을 합니다. 또한 마을의 수구(水口)지점으로 수구막이 역할도 함은 물론입니다.
마을숲은 천변을 따라 기다랗다 형성되어 있으며 수종은 느티나무, 개서어나무, 상수리나무, 팽나무 등 활엽수가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마을숲은 300여 평에 이르며 이곳에 2008년에 '참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마을의 휴식 공간인 '솔정지'가 조성 되었습니다.
'솔정지'란 명칭이 궁금하시지요? 네, 당연히 이야기 해 드려야지요? 짐작한대로입니다. '솔정지'란 과거 소나무가 조성된 곳을 의미합니다. '솔정지'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일제강점기에 베어져 없어진 것입니다. 마을숲의 역사가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 한다는 것을 다시금 무거마을에서 느낍니다. '솔정지'의 소나무가 베어진 후에 다시 느티나무, 개서어나무 등으로 새롭게 마을숲이 조성되어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솔정지'는 그런 상징성을 가지고 마을사람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거마을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마을 공동체를 이루는 당산할머니가 있습니다. 마을 가운데에 위치한 당산할머니는 자연석 선돌로 음력 정월에 정성들여 모셔지고 있습니다. 당산할머니는 마을사람의 단합을 이루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오늘날 무거마을은 산촌생태마을로 거듭나고 있으며 보다 멀리 날기 위하여 기지개를 힘차게 펼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새전북신문(2014.1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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