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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때깔좋은 농산물, 좋을 것 없다

[짱짱의 농사일기 4] 질소 과잉이 불러오는 영양장애와 환경오염

등록|2014.11.04 17:57 수정|2014.11.04 17:58

▲ 가을햇볕을 받으며 잘 영글어 가고 있는 배추 ⓒ 오창균


"이제 농사가 뭔지 제대로 알 것 같네. 배추 큰 것 좀 봐."

배추 모종을 심은 지 한 달 만에 쑥쑥 큰 배추를 보며, 비결은 퇴비를 많이 주는 것이라고 단정 지어 말하는 A씨. 그는 작년에 배추가 작은 것은 퇴비가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올해 그는 10평 정도의 배추밭에 가축의 분뇨와 톱밥으로 만든 축분퇴비 20kg 두 포대(40kg)를 밑거름으로 넣었다.

퇴비를 제조한 업체에서 배추농사에 권장하는 적정사용량은 300평 기준으로 최대 300kg이다. 10평의 배추밭에 10kg의 퇴비를 권장사용량으로 볼 때 3배를 초과했다. 흙의 영양상태를 감안하여 더 넣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많은 퇴비를 사용한 것이다.

양날의 칼, 질소

그렇다면 적정량을 훨씬 초과하여 퇴비를 사용할 경우 작물은 어떻게 될까? 양분을 축적해두고 필요한 만큼 사용하면 문제가 없을테지만, 작물은 양분을 조절하면서 섭취하지 못한다. 뿌리를 통해 물을 빨아들이면서 흡수되는 양분에 비례하여 작물의 성장 속도는 빨라지고 커지는 비만에 걸린 작물이 된다. 즉, 정상적인 생육과정을 벗어났기 때문에 영양장애와 병충해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많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은 생명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질소를 직접 흡수하지 못한다. 식물만이 질소를 흡수하여 단백질을 만들어내며 먹이사슬 과정을 통해 모든 생명체는 단백질을 섭취하여 생명을 유지한다.

식물이 성장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질소는 공기와 흙 속의 자연 상태에서도 공급이 된다. 하지만 화학비료와 축분퇴비가 만들어지면서 작물의 성장을 빠르고 크게 하는 농업으로 바뀌면서 과잉 투입된 질소는 병충해를 불러오는 원인이 되었다. 병충해를 일으키는 생명체들도 질소를 영양분으로 생명유지를 하기 때문이다.

공기중의 질소를 화학적으로 고농축한 질소비료를 사용하는 관행농사에서 살균제, 살충제와 같은 독성농약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질소를 많이 흡수한 작물은 빨리 성장하지만 병충해에 약하고, 질소가 과잉된 채소를 먹으면 몸에 질소화합물질을 남겨서 건강에도 좋지 않다. 또한 수질과 토양오염을 일으키는 환경파괴를 불러오기도 한다.

▲ 퇴비와 화학비료의 과잉투입은 작물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환경오염을 발생시킨다. ⓒ 오창균


▲ 생육일수에 맞춰서 자라고 있는 배추(왼쪽)와 영양과잉으로 성장이 빠른배추는 문제가 발생했다. 10월 중순경의 모습. ⓒ 오창균


과유불급, 농사도 마찬가지

A의 배추는 10월 중순경에 속이 꽉 찬 배추가 되었다. 김장 때까지는 아직 한 달은 기다려야 하는데, 성장을 일찍 끝낸 배추를 밭에 그대로 두면 문제는 없을까? 성장이 끝난 작물은 제때 수확하지 않으면 품질저하와 생육장애를 겪게 된다. 그리고 특정 양분이 과잉되면 영양불균형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다른 양분의 흡수를 방해하는 '길항작용' 현상이 발생한다.

질소 과잉으로 커지고 잎이 진한 녹색을 띤 A의 배추에도 우려했던 문제가 생겼다. 진딧물이 발생하고 칼슘을 비롯한 미량원소의 결핍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났다. 축분퇴비의 과잉사용으로 미량원소가 유기물과 결합되어 작물이 흡수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미량원소는 작물성장에 많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결핍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농사에서 양분은 넘치는 것보다는 조금 부족한 것이 작물을 건강하게 키우는 방법이다. 양분이 과잉되면 작물은 스스로 양분을 찾기 위해 뿌리를 깊이 활착시키지 않는다.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작물은 겉흙이 마르면 쉽게 가뭄을 타게 되고, 수분이 부족하면 양분흡수도 떨어져서 생육장애를 겪게 된다. 풀이 뿌리를 깊이 내려서 가뭄을 겪지 않는 것과 비교된다.

흙이 살아나면 작물도 건강해

양분이 과잉되어서 발생하는 비독(肥毒)에 의한 문제도 심각하지만, 양분이 고갈되는 비절(肥切)또한 작물에는 치명적이다. 퇴비, 비료와 같은 양분을 충분히 사용했어도 비절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흙속으로 빗물을 따라 지하수로 빠져나가거나 겉흙의 침식으로 양분이 유실되는 경우다. 비독과 비절은 작물에 심각한 영양장애를 일으키며 면역력이 약해진 작물은 병충해에 맞설 저항력을 잃어버린다.

▲ 장마철에 많이 발생하는 비절현상으로 고추열매와 잎이 떨어지고, 겉흙의 침식으로 뿌리가 드러났다. ⓒ 오창균


▲ 질소과잉은 해충을 불러들인다. 마늘에 생긴 고자리파리 애벌레와 배추의 진딧물. ⓒ 오창균


양분 불균형으로 인한 영양장애 문제를 예방하는 방법은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작물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흙이 건강하게 살아있도록 해주는 일이다. 즉, 풀을 비롯한 토양생물들의 먹이그물을 유지해주면 작물은 스스로 균형을 맞춰가면서 건강하게 성장한다.

(관련기사: 흙을 죽이는 농업, 이렇게 바꿔볼까요)
덧붙이는 글 농사일기 5회는 병충해 예방과 미생물 입니다. 1편 부터 읽으면 다음편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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