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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률 목맨 대학들, '수료자'들에게 황당한 전화

"건강보험 가입됐으면 졸업시켜준다"... 대학 '취업률 부풀리기' 여전

등록|2014.11.04 21:28 수정|2014.11.06 15:08

▲ 서울지역대학생교육대책위 소속 학생들이 3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제도와 대학재정문제, 학사관리제도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기사보강 :  6일 오후 3시 8분]

교육부가 대학평가의 잣대로 취업률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대학의 '취업률 부풀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예산 지원, 구조조정 등 대학의 주요 정책이 교육부의 대학평가에 따라 결정되면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각종 편법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리랜서인 A씨는 최근 자신이 다니던 전남대학교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이 대학은 아직 졸업하지 않고 '수료' 상태에 있는 A씨에게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된 수료자에게 졸업을 인정해주는 제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취업'이라고 인정하는 '건강보험 가입자'에 한해, 미이수한 요건을 생략하고 졸업을 시켜주겠다는 것.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A씨는 "프리랜서라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라고 말했고, 대학 측은 "그러면 안 된다"며 전화를 끊었다.

같은 대학의 B씨도 지난달 31일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불과 3개월 전까지 직장생활을 했던 B씨는 "3개월 전이면 졸업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안 되는 것이냐"며 헛웃음을 지었다.

조교 임금 줄이고 졸업생 인턴직원 채용하기도

이 대학 취업지원 부서 관계자는 "장기수료자 졸업인정제도는 3년 이상 장기 수료상태인 학생을 대상으로 학과 내규를 자체적으로 완화해 졸업의 길을 터 주는 제도"라며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취득하고도 비교과 영역 졸업요건(컴퓨터·외국어)을 갖추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비교과 졸업요건인 컴퓨터와 외국어 영역의 경우 취업에 도움을 주기 위한 성격이 강한 만큼 취업 성공 자체가 졸업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해 이러한 제도를 마련했다"며 "취업의 기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가입 여부로 삼고 있기 때문에 확인 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상자를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수료자로 점차 확대해가려고 계획 중이다"라며 "장기 수료자 중 미취업자를 대상으로는 온라인 수강 등 졸업 요건을 충족할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씨는 "토익 점수를 취득하고, 컴퓨터 자격증을 따야 졸업을 시켜준다더니 취업률 문제가 걸리자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며 "취업을 못한 수료자는 물론, 자영업자,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차별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올초 이 대학은 조교 정원을 줄여 졸업생을 대상으로 인턴직원 100명을 채용하려고 했다. 조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대학 측은 조교 정원 대신 임금을 줄여 인턴직원 20명을 채용했다.

광주 지역의 다른 사립대학은 기존 행정 부문 인턴직원을 모두 정리하고 그 자리에 졸업생을 채우기도 했다. "'졸업생 인턴직원 채용'을 통해 취업률을 높이려는 심산"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현상은 특정 대학, 특정 시기의 문제가 아니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편법 취업률'이 지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교육부 감사에서도 16개 대학이 이 문제로 적발되기도 했다.

▲ 비상근 근로자를 건강보험에 가입시켜 취업자로 공시 ▲ 미취업 졸업생을 건강보험에 가입시키고 취업자로 공시 ▲ 인턴조교를 무더기로 일괄 채용 등 수법도 다양하다. 일부에선 학생들에게 전공과 연관이 없는 직장에 취업을 강요하거나, 열악한 일자리를 소개하기도 했다.

"일반대 대학평가에서 취업률 항목 완전 폐지해야"

이처럼 대학이 취업률에 목매는 이유는 취업률이 대학평가의 주요 지표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원 혹은 구조조정 대학을 선정할 때 대학평가를 활용하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선 취업률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교육부는 대학평가 하위 대학엔 학자금 대출 제한이라는 채찍까지 가하고 있다.

꾸준한 문제 지적으로 교육부가 올해 취업률 반영비율을 20%에서 15%로 줄이긴 했지만(일반대), 현장의 큰 변화가 없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엔 각종 언론사의 대학평가까지 더해져, 대학의 '취업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한국대학학회장인 윤지관 덕성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지난달 20일 <한국대학신문>에 쓴 글에서 "애초 교육부가 사회 전체가 풀어야 할 취업문제를 대학에 전가하면서 발생한 일"이라며 "일반대의 경우 대학평가에서 취업률 항목을 완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의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교과부가 취업률 같은 획일적인 잣대로 대학을 평가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대학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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