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르륵 샌드위치'를 아시나요?
[엄마는 육아휴직중 ⑫] 제가 바로 요리사 아버지 딸입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가방을 내려놓고는 배가 고프다며 '꼬르륵 샌드위치'를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난데 없이 '꼬르륵 샌드위치'가 뭐래. 어디 TV 프로에서 새로 소개된 음식인지, 아님 학교 활동시간에 만들어본 요리인지. 생뚱맞은 용어에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대답합니다.
"지난주에 인터폰 고치러 온 아저씨한테 엄마가 해 준거. 그 샌드위치 말이야."
근데, 그게 왜 꼬르륵 샌드위치지?
요 몇주간 아파트 공동현관의 문이 잘 열리지 않았습니다. 몇 번 안 열리다가 아이나 어른이나 '이거 집에 못 들어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며 다시 한번 비밀번호를 꼭꼭 누르면 그때서야 스스르 문이 열리는 공동현관문.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보니 인터폰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서비스 기사를 부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관리사무소에서 직접 해결해 주거나 하지 돈 들어가게 왜 따로 부르라고 하나, 궁시렁대며 참았습니다. 가끔 택배라도 오면 '경비실에서 문 안 열어준다'고 내려오라는 전화 에 오르락 내리락 하길 몇 차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은지 남편이 서비스 방문 요청을 해두었다며 몇시쯤 기사님이 방문한다며 출근한 그날입니다.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 온다던 기사님은 1시 30분쯤 방문했습니다(역시 모시러 내려갔다 왔습니다). 기사님이 오셔서 인터폰을 뜯고 자세히 살펴보다가 여기는 문제가 없고 아마 다른 세대의 문제가 있어 이 세대가 피해를 본 것 같다고 하시면서, 우리집은 그저 출장비 1만5천 원만 내면 된다고 했습니다.
오 마이 갓, 아무 문제도 없는데 출장비 만오천 원을? 불편한 맘을 억누르며 문제상황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관리소 직원을 부르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아이 간식을 위해 굽고 있는 군고구마 냄새가 집안에 솔솔 퍼지며 기사님 코를 자극했나 봅니다. 갑자기 '꼬르륵'소리가 났습니다. 오자마자 드린 쥬스가 내려가는 소린가 보다 싶어 잠시 그냥 있는데, 또 한번 '꼬르륵 꼬르륵' 배에서 요동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 기사님 시간이 애매한데 혹시 점심 아직 못하셨죠? 그럼, 간단히 뭐라도..."
"아, 못 먹긴했는데. 아, 아닙니다..."
더 이상의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관리사무소에서 직원이 오려면 조금 기다려야 하니까 그 사이 간단히 드시면 된다고 하고는 부엌으로 뛰었습니다. 고구마는 아직 덜 익어 딱딱하고, 요기 될 만한 것. 아, 샌드위치다 싶었습니다. 그리고는 꼭 전하고 싶은 말을 미리 전했습니다.
"정성껏 만들기는 하는데, 사실 맛은 좀 없어요.제가 요리 솜씨가 좀 없어서."
이 말에 옆에서 숙제를 하던 아이는 '울 엄마 샌드위치 맛있는데...'라며 웃습니다. 여하튼 짧은 시간에 그 꼬르륵 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 토스트기에 식빵을 재빨리 넣고 햄, 계란, 치즈를 안에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드렸습니다.
만들어진 샌드위치를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다섯 번에 다 드셨습니다. 그리고는
"정말 맛있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딸아이가 '할아버지가 요리사인데 엄마 요리는 맛이... 왜 그럴까요?'라고 늘 놀려대, 제 자신도 '내가 만든 음식은 그리 맛은 없어'라고 믿던 차였습니다. 솔직히 빈말이었더라도 참 듣기 좋았습니다.
그 샌드위치 덕분이었을까요?
온다던 관리사무소 직원 대신 오신 경비실 아저씨가 인터폰 고장에 대해서 본인은 할 수 있는 게 없고, 세대에서 직접 관리사무소에 가서 해결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에 기사님이 나서서 고객님은 그냥 계시라 하십니다. 기사님이 직접 관리사무소에 가서 잘 말할 테니 혹시 이후에 안 되면 그때나 다시 한번 전화하라고(그러나, 조금 억울하시겠지만 출장비 만오천 원은 내셔야 한다며 받아가셨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만오천 원 내고 씩씩 거리며 관리사무소에 전화 한번 넣고, 남편에게 전화 하고... 억울한 맘 진정시키는 사이 고구마, 다 탔습니다. 그래도 식사 시간을 넘기고도 일하시느라 식사 못하신 기사님께 보잘 것 없는 샌드위치지만 만들어 드렸다는 것이 뿌듯해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건, 다 아이와 함께 있어 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딸아이의 머리까지 쓰다듬었습니다. 혹여나 혼자 있을 때 방문하셨다면, 이 엄마가 아무리 대한민국의 아줌마라 해도 외간 남자(?) 드시라고 빵 구울 용기가 생기지 않았을 테니까 말입니다.
'꼬르륵 샌드위치' 바로 요리사 할아버지의 딸이 만든, 맛은 별로일지도 모르는 엄마표 샌드위치였습니다.
"지난주에 인터폰 고치러 온 아저씨한테 엄마가 해 준거. 그 샌드위치 말이야."
근데, 그게 왜 꼬르륵 샌드위치지?
요 몇주간 아파트 공동현관의 문이 잘 열리지 않았습니다. 몇 번 안 열리다가 아이나 어른이나 '이거 집에 못 들어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며 다시 한번 비밀번호를 꼭꼭 누르면 그때서야 스스르 문이 열리는 공동현관문.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보니 인터폰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서비스 기사를 부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관리사무소에서 직접 해결해 주거나 하지 돈 들어가게 왜 따로 부르라고 하나, 궁시렁대며 참았습니다. 가끔 택배라도 오면 '경비실에서 문 안 열어준다'고 내려오라는 전화 에 오르락 내리락 하길 몇 차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은지 남편이 서비스 방문 요청을 해두었다며 몇시쯤 기사님이 방문한다며 출근한 그날입니다.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 온다던 기사님은 1시 30분쯤 방문했습니다(역시 모시러 내려갔다 왔습니다). 기사님이 오셔서 인터폰을 뜯고 자세히 살펴보다가 여기는 문제가 없고 아마 다른 세대의 문제가 있어 이 세대가 피해를 본 것 같다고 하시면서, 우리집은 그저 출장비 1만5천 원만 내면 된다고 했습니다.
오 마이 갓, 아무 문제도 없는데 출장비 만오천 원을? 불편한 맘을 억누르며 문제상황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관리소 직원을 부르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아이 간식을 위해 굽고 있는 군고구마 냄새가 집안에 솔솔 퍼지며 기사님 코를 자극했나 봅니다. 갑자기 '꼬르륵'소리가 났습니다. 오자마자 드린 쥬스가 내려가는 소린가 보다 싶어 잠시 그냥 있는데, 또 한번 '꼬르륵 꼬르륵' 배에서 요동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 기사님 시간이 애매한데 혹시 점심 아직 못하셨죠? 그럼, 간단히 뭐라도..."
"아, 못 먹긴했는데. 아, 아닙니다..."
더 이상의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관리사무소에서 직원이 오려면 조금 기다려야 하니까 그 사이 간단히 드시면 된다고 하고는 부엌으로 뛰었습니다. 고구마는 아직 덜 익어 딱딱하고, 요기 될 만한 것. 아, 샌드위치다 싶었습니다. 그리고는 꼭 전하고 싶은 말을 미리 전했습니다.
"정성껏 만들기는 하는데, 사실 맛은 좀 없어요.제가 요리 솜씨가 좀 없어서."
이 말에 옆에서 숙제를 하던 아이는 '울 엄마 샌드위치 맛있는데...'라며 웃습니다. 여하튼 짧은 시간에 그 꼬르륵 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 토스트기에 식빵을 재빨리 넣고 햄, 계란, 치즈를 안에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드렸습니다.
▲ 꼬르륵 샌드위치맛은 책임질수 없으나 정성은 가득히 ⓒ 김춘미
만들어진 샌드위치를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다섯 번에 다 드셨습니다. 그리고는
"정말 맛있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딸아이가 '할아버지가 요리사인데 엄마 요리는 맛이... 왜 그럴까요?'라고 늘 놀려대, 제 자신도 '내가 만든 음식은 그리 맛은 없어'라고 믿던 차였습니다. 솔직히 빈말이었더라도 참 듣기 좋았습니다.
그 샌드위치 덕분이었을까요?
온다던 관리사무소 직원 대신 오신 경비실 아저씨가 인터폰 고장에 대해서 본인은 할 수 있는 게 없고, 세대에서 직접 관리사무소에 가서 해결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에 기사님이 나서서 고객님은 그냥 계시라 하십니다. 기사님이 직접 관리사무소에 가서 잘 말할 테니 혹시 이후에 안 되면 그때나 다시 한번 전화하라고(그러나, 조금 억울하시겠지만 출장비 만오천 원은 내셔야 한다며 받아가셨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만오천 원 내고 씩씩 거리며 관리사무소에 전화 한번 넣고, 남편에게 전화 하고... 억울한 맘 진정시키는 사이 고구마, 다 탔습니다. 그래도 식사 시간을 넘기고도 일하시느라 식사 못하신 기사님께 보잘 것 없는 샌드위치지만 만들어 드렸다는 것이 뿌듯해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건, 다 아이와 함께 있어 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딸아이의 머리까지 쓰다듬었습니다. 혹여나 혼자 있을 때 방문하셨다면, 이 엄마가 아무리 대한민국의 아줌마라 해도 외간 남자(?) 드시라고 빵 구울 용기가 생기지 않았을 테니까 말입니다.
'꼬르륵 샌드위치' 바로 요리사 할아버지의 딸이 만든, 맛은 별로일지도 모르는 엄마표 샌드위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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