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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으로 모금한 달팽이...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다

사단법인 '꿈을 이루는 사람들'과 함께 구미시 '달팽이 모자원' 개소식 현장

등록|2014.11.07 19:24 수정|2014.11.07 19:24

달팽이 모자원 개소식 현장구미시에서 인가해 주지 않은 관계로 지난 3월 5일 달팽이 모자원 입소식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정식 신고증을 받고 기쁨의 개소식을 다시 열게 되었다. ⓒ 김도형


지난 5일 낮 12시, 구미시 지산동에 위치한 사단법인 '꿈을 이루는 사람들'에서는 다문화 가족을 위한 '달팽이 모자원' 개소식이 진행됐다.

'달리는 스님'으로 알려진 진오 스님은 달팽이 모자원 설립을 위해 마라톤을 뛰며 '1km마다 100원씩' 모금했다. 이 돈으로 대지 460㎡, 지하 1층, 지상 2층 건평 180㎡ 규모의 주택을 매입해 내부 수리를 거쳤다. 지난 9월 29일, 구미시로부터 한부모 가족 자립지원시설 설치 신고증을 받을 수 있었다.

'달팽이 모자원'은 결혼 이주 외국인 여성들을 위한 쉼터의 명칭이다. 한국인 남편의 폭력 혹은 이혼·사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다.

마라톤으로 모금하고 자원봉사자가 애쓴 결과물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한부모 가족이 된 이주 여성들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 할 수 있게 하고, 경제적 자립을 통해 자녀 양육 능력이 갖춰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시설운영의 목적이 있다.

이날 달팽이 모자원 개소식은 진오스님과 꿈을 이루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우여곡절 끝에 열렸다. 지난 3월 5일에는 '달팽이 모자원 입소식'을 열었다. 당시에는 달팽이 모자원이 구미시로부터 정식으로 인가가 나지 않아 '입소식'이란 명칭을 썼다. '입소식'이 '개소식'으로 바뀌는 데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정식 개소 축하 떡케익을 자르기구미시로 부터 정식으로 인가받은 만큼 결혼이주 여성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 김도형


달팽이 모자원 앞에서 기념사진김용창 구미시상공회의소 회장 앞에 있는 소녀는 구미 트로트 신동 5살 수현 공주다. 이날 개소식을 위해 멋진 축하공연을 선보였다. ⓒ 김도형


진오스님은 개소식 인사말에서 "마라톤으로 모금한다는 것이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어려운 다문화 모자가족에게 주택을 선물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달팽이가 사람의 눈으로 보기엔 느려 보이지만 그 나름의 속도로 나아가는 것처럼 다문화 모자가족도 천천히 최선을 다하면 안정적으로 정착할 것이다"라며 달팽이 모자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현재 달팽이 모자원에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출신 이주여성과 아동 등 2가족 4명이 생활하고 있다. 앞으로 3가족이 더 입주할 예정이다. 개소식이 있기까지 달팽이 모자원 설립을 위해 삼성전자 구미스마트시티의 기부가 있었다. 이와 더불어 삼성365봉사팀이 나서 전기설비를 설치와 인테리어 공사를 도왔다. 낡고 허름한 달팽이 모자원 건물과 마당, 담벼락이 깨끗하게 정비됐다. 또한 한국전력공사 구미지사는 이불 5채를 기증했다.

최종한 운영위원은 달팽이 모자원 개소 경과보고를 통해 "달팽이는 느리더라도 자기 속도대로, 멈출 듯 하지만 끊임없이 자유와 평화를 위해 추구하며 자기 목표대로 간다"라며 달팽이 모자원의 이름에 담긴 뜻을 알렸다.

개소식을 축하하기 위해 김용창 구미시상공회의소 회장(구미불자회 회장)과 안장환 구미시의원, 용담 스님(봉곡동 묘각사 주지스님), 최종한 달팽이 모자원 운영위원, 정근철 한국교통장애인 협회 구미시지회 과장, 김희철 법무법인 삼일 변호사를 비롯해 수많은 어르신들이 달팽이 모자원 앞마당을 가득 메웠다. 더불어 미소봉사단(단장 김정미) 회원들은 점심공양 준비로 분주했다.

축하 공연 이후 진오스님의 '깜짝 발표'

달팽이 모자원 개소를 축하하기 위해 온 다문화 '나빌레라' 무용단 공연김천다문화센터의 나빌레라 무용단원 들은 중국, 베트남, 일본 등 다문화 가족들로 구성되어 있다. ⓒ 김도형


김차경 시노래 가수의 축시 낭송과 노래 공연진오스님의 개소식을 축하하기 위해 다른 일정을 뒤로 미룬채 달팽이 모자원을 방문해 계단위에서 열정의 무대를 선보였다. ⓒ 김도형


김천다문화센터의 다문화 여성들로 구성된 '나빌레라' 무용단아 한국전통춤을 선보이며 축하무대를 꾸며줬다. 이어 시낭송예술가이자 시노래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차경씨가 잔잔한 시와 아름다운 노래로 개소식 현장의 감동을 더했다.

달팽이 모자원 개소식 식순행사가 모두 끝난 뒤 '어르신점심공양'이 있었다. 매주 수요일마다 각계각층의 도움과 진오스님의 노력으로 제공된 '어르신점심공양'을 통해 개소식에 참석한 어르신들은 즐겁게 식사를 마쳤다.

달팽이 모자원 개소식과 더불어 이날은 특별한 날이기도 했다.

배식을 위해 줄을 선 다문화 가족들꿈을 이루는 사람들은 국내 이주민들에게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고 각종 산업재해와 인권문제로 부터 보호하고 힘든 근로환경과 문화적 갈등을 상담하며 친목, 쉼터, 의료, 자활지원 등을 돕고 있다. ⓒ 김도형


어르신들께 1000원씩 용돈을 나눠드리고 있는 묘각사 용담스님진오스님은 1000원을 벌기 위해 하루종일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의 고생이 안타까워 이번 일을 추진하게 되었다. ⓒ 김도형


진오스님은 앞으로 매달 첫째 주 수요일에 이곳을 찾는 어른신에게 점심공양 뿐만 아니라 용돈을 드리겠다고 선언했다.

"제가 부모님께는 용돈을 못 드리는 불효자입니다만 한 달에 한 번 첫째 주 수요일에는 어르신들께 1000원씩 용돈을 드리기로 약속했지요!"

진오스님은 "비록 1000원이지만, 1000원을 벌기 위해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는 말과 함께 첫째주 용돈은 복돈이라고 생각하고 잘 뒀다가 좋은데 쓸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한편 진오 스님은 베트남 농촌학교에 화장실을 지어주기 위해 오는 2015년 1월부터 한 달간 베트남 1000km 종주 마라톤에 도전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유통신문>과 <한국유통신문>의 카페와 블로그에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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