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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브랜드는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는가

[서평] ] No Logo: 슈퍼브랜드의 불편한 진실(나오미 클라인 지음, 이은진 옮김)

등록|2014.11.07 17:45 수정|2014.11.07 17:45
브랜드 전쟁시대

바야흐로 광고홍수의 시대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 TV가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얼마 전만 해도 우리나라 예능과 드라마 프로그램에서는 유명 브랜드 모자이크 처리에 힘을 기울였지만, 이제는 'PPL'이라는 이름 하에 아예 브랜드를 대놓고 홍보하고 있다.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면, 광고 전후에 기발한 방법으로 제품을 함축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기업 홍보를 위해서 광고나 홍보를 하는 것은 현대 경제에 있어서 이제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어찌 보면 광고를 하는 이유는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고도 볼 수 있기에 뭐라고 비난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자신의 상품 및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좀 더 원초적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마케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 No Logo(노 로고):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 ⓒ 살림비즈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인 것 같다. 이는 나오미 클라인이 10여 년 전에 쓴 <No Logo(노 로고):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에서도 언급된다.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기업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기업을 좋은 이미지로 홍보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것은 당시 성공 경영에서 말하는 제1원리나 마찬가지였다.

기업들은 자신들을 포장하기 위해 마케팅 및 디자인 비용에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 부었고, 홍보를 정교화하기 위해 온갖 연구들을 펼쳐나갔다. 그리고 자신들을 선택하면 행복이 온다고 TV나 각종 매체에서 끊임없이 설교했다. 어떤 이는 '품질관리 경영의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이미지 경영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클라인은 마케팅 중심 경영의 현실을 심도 있게 파고든다. 기업들은 자신의 시장을 넓히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이들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까지 각종 화려한 패션으로 유혹해 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더하여 유명 기업들은 로큰롤 CEO들과 유명 스포츠 선수를 스폰서로 엮은 다음, 이를 바탕으로 해서 경쟁자를 무너뜨리고 자신의 외연을 어떻게든 넓히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0년대에 마이클 조던을 앞세워서 시장을 넓힌 나이키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손길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대학가에도 파고들었다. 특히 요즘 우리나라 대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렌차이즈 음식점이 대표적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일부 대기업은 산학협동 및 장학지원이라는 명목 하에 대학 재정 확충의 도우미 역할도 했다. 그리고 일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충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실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에 기업들은 막강한 브랜드 파워로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그리고 일부 학자들은 이들로 인해 사회가 더 다양화되고, 기업 브랜딩의 순기능에 더 초점을 맞추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포장된 브랜드 이미지는 어떻게 보면 현실을 가리는 환상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클라인은 슈퍼브랜드의 어두운 이면도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슈퍼브랜드의 어두운 이면

클라인은 학교에 막강한 브랜드 힘으로 침투한 기업들의 속내도 심도 있게 본다. 대학가는 원래 사회정의에 대해 민감하고 불의에 맞서야 하지만, 기업들의 입맛대로 돌아가고 있다. 기업의 잘못된 경영 및 행태에 대해 진실되게 비판하는 학자가 있으면, 논문을 승인하지 않는 방법으로 막아 버린다. 그리고 진실이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온갖 방법으로 술수를 쓰기 시작한다. 대학기관뿐만 아니라 언론에서 자신들을 비판하면, 광고를 끊는 방법으로 이를 협박하기도 한다.

또 엄청난 마케팅 비용 뒤에는 어두운 노동환경이 있다. 기업들이 임금이 싼 국가로 아웃소싱하기 위해, 자국에 있는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거나 혹은 비정규직으로 축소해 운영했다. 아웃소싱한 국가에서는 교묘한 방법으로 기업을 운영해 나가기 시작한다. 이른바 개발도상국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구획한 '경제자유구역'을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들에게 경제자유구역은 자신들의 세금을 줄이는 데 있어서 매력적인 장소였다.

하지만 이는 기업 경영자를 위한 장소일 뿐이었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노동자들은 시급당 1달러 이하의 저임금에 시달렸고, 주당 60시간 내지 70시간이라는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이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노동조합은 허가되지 않았다. 공장에는 온갖 방범장치 및 감시장치가 설치되었는데, 저자는 마치 이것은 군국주의와 다를 바 없다고 단언한다. 마치 우리나라 1970년대의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역사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클라인은 미국 및 캐나다 기업뿐만 아니라 제조공장을 동남아시아 국가로 옮긴 한국기업과 일본기업의 노동자 착취행태도 강도 높게 비판한다.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의 비참한 현실보다 낫다고 누군가는 말할 수는 있겠지만, 클라인은 비정규직과 제조업계의 저임금 문제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각 기업체의 비상근 근로자 혹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전에 비해서 크게 증가했으며, 선진국 실업률도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던 1970년대보다도 더욱 높아졌다. 청년실업 비중은 말할 것도 없다.

슈퍼브랜드에 대한 저항 그리고 장인정신

브랜드 기업의 현실을 더욱 살펴보자면, 현실은 정말 암울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 저항하는 이들을 클라인은 보여준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문화비틀기(Culture Jamming)'이다. 이는 악덕기업의 광고를 비꼬는 형태로 이뤄지는데, 대표적으로는 1997년 네거티브랜드가 펩시광고를 비꼰 <디스펩시(Dispepsi)>라는 앨범이다. 그리고 악덕기업들의 브랜드 디자인 자체를 비꼬는 작품들도 여럿 있다. 클라인은 문화 비틀기뿐만 아니라 광고로 공격당한 거리 되찾기 등과 같은 사례를 언급하며, 정치문화와 놀이문화를 결합한 저항을 보여준다.

하지만 놀이문화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클라인은 지방정부에 올바른 소리를 자유롭게 내놓을 수 있는 시민의 자질도 요구한다. 예로 들어 군사정권을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기업이 자신의 지역 공동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요구한 사례가 있다. 또 이러한 기업이 불의한 일에 손을 떼도록 시민들의 압력을 통해 유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10년 전 클라인이 언급한 브랜드의 어두운 이면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세월호 간담회를 열었다고 삼성재단의 성균관대가 장학금으로 보복한 사례가 있었다. 대학교 정문에는 온갖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산학협력홍보로 가득하다. 그리고 TV를 보면 악덕기업들에 입맛에 놀아나는 곳도 한두 군데가 아님을 현실에서 보게 된다. 캄보디아에서는 악덕 한국기업에 저항한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러한 잘못에 대해, 위에서 언급한 문화 비틀기처럼 시민들이 불의에 저항하고 다른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힘으로 경영자들을 우리 선조들이 항상 강조해온 장인정신으로 이끄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에 있어서 기본덕목인 노사의 원활한 관계, 제품품질향상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과 윤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끊임없이 살펴보고, 기업이 이를 바탕으로 올바른 브랜드를 확립하도록 해야 함을 잊지 말자. 개인적으로 이 책을 앞으로 사업을 계획하시는 분들과 우리나라 산업구조에 관심 있는 분들 그리고 경영학을 구체적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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