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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먹어도 영혼을 살찌우게 하소서

유기농 텃밭을 일구는 농부의 아침 기도

등록|2014.11.10 09:57 수정|2014.11.10 09:57

▲ 해뜨는 아침의 시골집 텃밭 ⓒ 강미애


이른 아침에 시골 집 텃밭을 내다보니, 간밤에 하얀 서리가 왔습니다. 하얀 무 서리에도 독야청청 푸르게 서 있는 대파가 대견스러워요. 아침 해가 밝아오는 동녘을 바라보며 뜨거운 가슴으로 아침을 엽니다. 비록 마지막 지구 여행이 될지라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게 하소서.

농부의 아침 기도

순수한 대지여, 온갖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자연의 쉼터에 6년 동안 마음을 놓았습니다. 대지의 넓은 가슴에 기대어 상처 난 가슴을 비비고 살았습니다. 당신의 부드러운 살결, 신선한 숨결로 초라한 영혼에 숨결을 불어넣었습니다. 당신이 누구시길래, 이렇게 다시 살게 하나이까?

▲ 시골집 텃밭의 무우가 성큼 자랐어요 ⓒ 강미애


가끔은 닭장 밖을 나온 닭들에게 푸른 잎사귀를 내어주고, 제 잎이 뜯기는 아픔이 있을지라도, 제 몸을 튼실하게 가꾼 무님께 고개를 숙이고 경청 하나이다. 어느 농부의 수고로움보다, 그저 자연님이 살려주고 먹여주는 감사함에 겸허히 고개를 숙입니다.

올 겨울 사람들에게 음식이 되기를 기꺼이 마다않는 자연님의 선물에 감동합니다. 오직 인간만이 서로 잘났다고 싸웁니다. 농부의 밭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도 소리 없이 자연의 질서에 순응함을 봅니다.

▲ 아침에 본 시골집 배추무밭 ⓒ 강미애


태양의 신이여, 여름 내 당신의 입김으로 대지에 생명을 불어 넣어 채소 열매가 자라남을 보았지요.하늘의 눈물이 없었다면 오늘의 결실이 없을 거에요. 배추, 무 밭 옆에 얼마 전에 심은 어린 양파가 스스로 몸을 세워 일어나고 있네요.

어린 양파는 추운 겨울 비바람을 견디고 조금씩 제 몸을 키워 갈 것입니다. 이렇게 자연의 하찮은 미물도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연하게 살아갑니다. 유독 사람만이 예민합니다.

▲ 작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딸기밭입니다. ⓒ 강미애


봄마다 짙은 향기와 달콤한 열매를 한 아름 선물로 주는 딸기 밭에는 작은 생명들이 쉬어가는 곳입니다. 눈부신 하얀 햇살이 밝아오는 아침에 찬 이슬은 서서히 걷히고, 닭들이 주인의 모이를 기다리는 안개 속에서 깨어나는 생명들이 있습니다.

▲ 아침에 텃밭에는 밤새 거미가 줄을 쳐 놓았어요 ⓒ 강미애


이렇게 시골 집 유기농 텃밭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조용히 살아갑니다. 저들을 온전히 살아가게 하소서. 행여 농부의 욕심에 극약을 하게 내버려 두지 마시옵고, 많이 먹어 병나고 마음은 여위어 가는 것 보다 차라리 적게 먹어도 영혼을 살찌우게 하소서. 자연으로 돌아와 마음 밭을 일구며 풍요롭게 살아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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