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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시멘트 아파트, 고작 3480원 때문이라니

[10만인리포트-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세계 최초 쓰레기시멘트 여론조사

등록|2014.11.12 08:20 수정|2014.12.11 13:04
<10만인클럽>은 오마이뉴스가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한 언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매달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유료 독자들의 모임(http://omn.kr/5gcd)입니다. 클럽은 회원들의 후원으로 '10만인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이 글을 연재하는 최병성 목사(cbs5012@hanmail.net)는 10만인클럽 회원이자 시민기자입니다. [편집자말]

▲ 시멘트공장 창고도 모자라, 마당까지 가득 쌓인 온갖 쓰레기 더미들입니다. 이 쓰레기들이 우리 안방과 아이방을 만드는 시멘트가 됩니다. ⓒ 최병성


여기가 어딜까요? 쓰레기 소각장일까요? 눈길 닿는 곳마다 쓰레기들이 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온갖 종류의 쓰레기들이 가득 쌓여 있는 이곳에서 마치 '쓰레기 박람회'를 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폐타이어, 폐고무, 폐플라스틱, 폐비닐 같은 가연성 쓰레기와 소각재, 하수슬러지, 제철소 슬래그 등의 비가연성 쓰레기들이 가득한 이곳은 쓰레기소각장이 아니라 시멘트공장입니다. 1999년 8월 이후 시멘트공장이 소각장 허가를 받아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고 있으니, 시멘트공장이 전국 최대 쓰레기 소각장이 된 셈이지요.

특히 시멘트공장 창고에서 열리는 '쓰레기 박람회'에선 국내 쓰레기만이 아니라, 일본 폐타이어와 일본 석탄재 등의 '일제 쓰레기'도 만날 수 있습니다. 또 운이 좋으면 미국 폐타이어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서까지 폐타이어를 수입해 시멘트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지요.

시멘트공장에 가득한 쓰레기들을 그저 전시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쓰레기들과 석회석을 섞어 우리 집을 짓는 시멘트를 만듭니다.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었기 때문에 집을 짓는 시멘트 안에 발암물질과 유해물질이 가득했던 것이지요.

오늘 내가 누워 잠을 자던 안방이, 아이들 방이, 내가 하루 종일 근무했던 사무실이, 저 끔찍한 쓰레기들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민들은 수 억 원의 비싼 돈을 지불하며 집을 구입하면서도, 깨끗한 시멘트를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시멘트 공장 중에 쓰레기를 넣지 않고 시멘트를 만드는 회사는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입니다.

▲ 지금 시멘트공장에서 '쓰레기 박람회'를 여는 중일까요? 시멘트공장 안에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쓰레기들이 가득합니다. ⓒ 최병성


정부는 무슨 이유로 쓰레기 시멘트로 지은 집에 국민들을 살게 한 것일까요? 우리는 왜 평생을 쓰레기 시멘트 안에서 살아가야 할까요? 오늘은 시멘트공장과 환경부가 주장하는 쓰레기시멘트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달랑 3480원에 불과한 당신의 '생명 값'

당신의 생명 값은 3480원입니다. 당신 자녀의 생명 값 역시 3480원에 불과합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냐고요?

한국양회공업협회(시멘트공장 협회)가 수원대학교에 용역을 줘 발표한 <순환자원 처리 방법에 따른 LCA 비교>(2006)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시멘트업계에서 재활용하고 있는 순환자원을 소각·매립처리 할 경우 최종처리비용은 2006년을 기준으로 약 1740억 원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면 소각과 매립에 사용되는 비용 1740억 원이 절감된다는 시멘트협회 보고서입니다. ⓒ 한국양회협회


다시 설명해서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연간 1740억 원의 쓰레기 처리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1740억 원. 얼핏 들으면 엄청난 돈인 것 같습니다. 1740억 원이란 금액은 과연 우리 아이들이 평생 쓰레기 시멘트 안에 갇혀 살아야 할 만큼 큰돈일까요? 한번 따져 보겠습니다.

세계 경제 순위 10위권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경제력에서 1740억 원은 돈도 아닙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로 날린 돈이 50조 원에 이릅니다. 22조 원의 공사비가 들어간 4대강 사업을 관리하는 데는 해마다 1조 원 가까운 돈이 듭니다. 그 중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비로 사용한 8조 원에 대한 이자 3500억 원을 국민들이 대신 물어주고 있습니다.

쓰레기 처리 절감비용 1740억 원은 국민의 혈세로 대신 매년 물어주는 수공 이자 3500억 원의 50%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고작 1740억 원 때문에 우리가 평생을 발암물질 가득한 쓰레기 시멘트 안에 갇혀 살아야 한다고요? 쓰레기 처리 절감비용 1740억 원을 대략적인 전체 인구수로 나눠 국민 일인당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보았습니다.

* 쓰레기 처리 절감비용 1740억 원 ÷ 전 국민 5000만 명 = 3480원

아, 우리가 쓰레기 시멘트에 갇혀 살아야 하는 이유는 고작 3480원 때문입니다. 우리의 생명 값이 3480만 원도 아니고 고작 3480원이라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쓰레기 시멘트를 허가한 환경부는 우리 생명 값을 고작 3480원 정도로 취급한 것입니다. 

담배 한 값 가격이 2500원입니다. 내가 쓰레기 시멘트에 갇혀 살아야하는 3480원은 담배 한 값 가격인 2500원에 1000원만 더하면 됩니다.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광역버스의 기본요금은 2000원으로, 거리가 멀 경우 하루 왕복요금은 5000원이 넘습니다. 담배 한 값 정도에 불과하고, 출퇴근 버스 1일 요금도 되지 않는 3480원 때문에 평생 쓰레기 시멘트 안에 갇혀 살아야 한다는 게 여러분은 이해가 되시나요?

자동차에 5만 원어치의 휘발유를 넣는다고 했을 때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이 약 29000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환경부와 시멘트공장은 국민 일인당 3480원에 불과한 돈 때문에 우리 가족이 수십 년간 살아야 할 보금자리를 온갖 쓰레기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 환경부에 따르면 쓰레기시멘트에 평생 갇혀 살아야 할 우리의 생명 값이 3480원입니다. 그런데 담배 한 갑 가격이 2500원입니다. 자동차에 5만 원어치의 휘발유를 주유하면 이 중 2만9000원의 세금이 나갑니다. 애 우리가 쓰레기 시멘트에 평생 갇혀 살아야 할까요? ⓒ 최병성


세계 최초 쓰레기 시멘트 여론 조사를 공개합니다

국민들은 쓰레기시멘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론조사 기관인 위너리서치를 통해 지난 10월29~30일 이틀 동안 조사를 했습니다. 성인 1000명에 대한 전화 여론조사 비용은 제게 적은 돈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쓰레기시멘트 없는 건강한 집에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에, 쓰레기시멘트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오늘 공개하는 것은 대한민국 최초의 쓰레기시멘트 여론조사입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이런 여론조사는 없었으니, 세계 최초의 쓰레기시멘트 여론조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폐타이어, 폐고무, 폐유, 하수슬러지, 제철소 슬래그 등의 산업쓰레기가 들어간 시멘트로 지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시멘트에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쓰레기시멘트로 집을 지어야하는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 응답자 중 82.5%는 쓰레기로 시멘트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83.2%의 국민들이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습니다. ⓒ 위너리서치


응답자 중 82.5%가 자신의 집이 쓰레기 시멘트로 지어지는지도 몰랐고,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집 안에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이 많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72.7%)고 대답했습니다. 이 말은, 국민들이 지금까지 쓰레기 시멘트로 집을 짓는 것에 동의해준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쓰레기 시멘트'란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환경부와 쓰레기로 돈을 벌어야하는 시멘트공장의 이해관계가 맞아 시작된 잘못된 정책임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이번 설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83.2%의 국민들이 '쓰레기로 집을 짓는 잘못된 정책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사실입니다.

국민에게 고통이 될 쓰레기 시멘트를 허가할 권한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환경부는 쓰레기 시멘트 안에 갇혀 살아갈 국민들이 당할 고통과 눈물을 생각해보았을까요?

다음은 쓰레기시멘트의 경제성에 관한 질문입니다. 32평 한 채에 들어가는 총 시멘트 값이 130여만 원이며, 쓰레기를 넣지 않은 깨끗한 시멘트로 건축하려면 30~40만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합니다(☞지난 기사 보기). 산업쓰레기를 넣지 않은 깨끗하고 건강한 시멘트로 지은 아파트에 살기 위해 비용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 86.7%의 응답자가 쓰레기 넣지 않은 깨끗한 시멘트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심지어 가족의 건강을 위해 1000만 원까지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쓰레기시멘트로 집을 짓는 건설사 사장님들은 이 여론조사 결과에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 위너리서치


놀랍게도 86.50%의 국민들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더라도 깨끗한 시멘트로 지은 집에 살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리고 응답자 중 약 60%의 사람들이 50만~100만 원까지, 11%가 250만 원까지, 그리고 20%의 응답자가 500만~1000만 원을 지불하고 건강한 집에 살겠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번 여론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쓰레기를 섞어 시멘트를 만들고 있음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83%가 넘는 국민들이 쓰레기 시멘트로 집을 짓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특히 가족의 건강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쓰레기 넣지 않은 깨끗한 시멘트로 지은 집에 살겠다고 응답했습니다.

폐타이어, 폐고무, 소각재, 공장 슬러지 등으로 만든 쓰레기시멘트! 국민은 결코 원치 않습니다. 국민 일인당 3480원에 불과한 쓰레기 처리 절감비용 1740억 원은 결코 쓰레기시멘트를 합리화 하는 명분이 될 수 없습니다.

건강한 시멘트만이 시멘트공장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

시멘트공장들은 홍보물을 통해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드는 것을 천연자원 보존과 매립장 수명을 연장하는 시멘트 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누가 시멘트공장에 그런 사회적 책임을 주었습니까?

▲ 제철소 쓰레기를 비롯해 석탄재, 폐타이어, 폐유 등 대한민국 공장의 온갖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면서, 그 이유를 시멘트 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포장한 시멘트공장의 홍보물입니다. 여러분은 이 사회적 책임을 인정하시렵니까? ⓒ 쌍용양회


국내에서 발생하는 석탄재는 처리할 길이 없어 불법 매립 등의 환경오염이 일어나고 있는데, 일본에서 쓰레기 처리비를 더 많이 준다고 일본 석탄재를 수입해오는 시멘트공장들입니다. 돈을 위해서라면 일본 쓰레기까지 수입해오는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운운할 자격이 있을까요? 쓰레기 시멘트를 합리화 하는 변명에 불과한 것이지요.

시멘트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딱 하나입니다. 국민을 위해 건강한 시멘트를 만드는 것뿐입니다. 시멘트공장에 건강한 시멘트 외에 다른 사회적 책임은 없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산업폐기물 소각장에서 원유 캔다>는 2009년 7월 2일자 <내일신문> 기사입니다. 산업폐기물만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산업폐기물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며 발생하는 열과 전기로 연간 1600억 원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입니다. 이뿐 아니라 전국의 생활폐기물 소각장에서도 300억 원이 넘는 전기와 열 발생 이익이 창출되고 있습니다.

▲ 산업 쓰레기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소각할 때 전기와 열 등으로 1600억 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신문 기사입니다. 국민 건강의 측면에서 어느 것이 더 옳은 일일까요? ⓒ 내일신문


산업폐기물 소각장 1600억 원과 생활폐기물 소각장 300억 원을 합한 1900억 원은 시멘트공장의 쓰레기 처리 절감 비용 1740억 원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시멘트공장의 주장이 허황된 것임을 말하는 것이지요. 경제적 측면에서도 시멘트공장이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없음을 보여줍니다.

쓰레기 시멘트 해결 방법은 여기에 있습니다

쓰레기 처리 절감 비용이 국민 일인당 3480원에 불과하니 쓰레기시멘트는 경제성도 없습니다. 그런데 국가적으로 경제성도 없는 발암물질 가득한 쓰레기 시멘트 때문에 국민들이 당하는 아픔은 얼마며, 국민들이 병원비로 지불해야하는 비용은 얼마나 클까요?

쓰레기 시멘트 해결 방법은 간단합니다. 국민들이 건설회사에 쓰레기를 넣지 않은 깨끗한 시멘트로 아파트를 지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건설회사는 입주자를 위해 안전한 물건을 사용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건설로 폭리를 취하면서도 값싼 시멘트만을 찾다보니 쓰레기 시멘트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건설회사 또한 '우리나라에 쓰레기를 넣지 않은 건강한 시멘트가 없다'는 핑계로 유해 물질 가득한 쓰레기 시멘트가 만들어내는 문제의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건설회사가 시멘트공장에 쓰레기 넣지 않은 건강한 시멘트를 주문하면 시멘트공장은 당연히 깨끗한 시멘트를 생산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건설회사와 시멘트공장은 갑·을 관계이기에 시멘트공장이 건설회사의 깨끗한 시멘트 요구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국민들이 시멘트 값을 더 지불하겠다는 상황이니, 건설회사도 쓰레기 시멘트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건설사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쓰레기 넣지 않은 깨끗한 시멘트로 집을 지을 의무가 있고, 입주자들은 건설사에 깨끗한 시멘트를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 최병성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습니다. 재건축 조합원과 입주자들이 건설회사에 쓰레기를 넣지 않은 깨끗한 시멘트로 집을 지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32평 아파트당 들어가는 총 시멘트 값은 130만 원에 불과하며, 쓰레기 넣지 않은 건강한 시멘트를 만들어도 30~40만 원만 추가하면 됩니다. 깨끗한 시멘트로 집을 지어도 분양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민 목숨을 3480원으로 치부하는 쓰레기시멘트,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는 국민의 뜻을 환경부와 건설회사와 시멘트공장 사장님들은 잘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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