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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말하는 청춘은 무엇인가?

[팟캐스트 인터뷰] 인디밴드 우림프로젝트 인터뷰

등록|2014.11.11 16:59 수정|2014.11.11 17:01
청춘이 바라보는 청춘은 무엇일까? 수많은 정치 이슈와 끝도 없이 쏟아지는 사회면 뉴스 속에 청춘의 모습은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취업난과 스펙경쟁에 빠져서 개성을 잃고 사회의 부속품으로 전락해 버린 이 시대의 청춘들, 그들의 꿈은 애초에 평범한 회사원이었을까? 돈이 벌리지 않는 것은 일이 아니라고 규정해 버린 이 시대에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란 뜻을 가진 세상이 존재한다.

흔히 '인디'라는 단어를 이름 앞에 달고 있는 그들에게 힘겨워하는 청춘에 대해 지난 4일, 인터넷 팟캐스트 '이기자의 거북이 뉴스-들리는 취재'에서 물었다.

인터뷰에 응해 준 인디밴드 우림프로젝트는 리더 양정원, 보컬 박지숙, 첼리스트 장명주, 베이시스트 김현수, 드럼 이희준, 건반 진소희로 구성된 6인조 밴드다.

우림프로젝트우림프로젝트가 결성되고 찍은 프로필 사진 ⓒ 우림프로젝트


- 인디음악이라는 게 뭐죠?
양정원: "이미 이름에서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나요? 인디펜던스 즉 자본에 대해 덜 영향을 받는 음악이라는 것이죠.

지금 현재 우리나라 음악계가 아이돌 아니면 인디로 나누어집니다. 그 중간에 있는 이적, 이승철, 유희열, 장기하 등의 뮤지션이 있긴 하지만 크게 나누면 그렇게 볼 수 있죠. 더 쉽게 말하자면 대형 기획사에 들어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이죠. 그렇게 대형기획사가 기획한대로 음악을 하지 않는 것을 인디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죠."

- 지금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연주하시잖아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저로서는 솔직히 취미로 느껴져요. 그런데 취미로 음악하시는 건 아니시잖아요. 그러면 취미로 음악하는 사람들과 다른 이유는 뭐가 있을까요?
양정원: "그것도 제가... (웃음) 월드컵 축구 심판들이 평소에는 다른 생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분들이 심판을 보고 있을 때 그분들을 보고 변호사나 교사라고 하지 않죠. 저희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사실 각자 음악을 생업으로 하다가 나중에는 다른 생업을 하게 되었죠.

아까 말씀드렸듯이 인디 음악을 하려면 자본에서 독립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생업이 필요했던 것이죠. 하지만 만약에 음악에만 올인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저희 멤버들은 음악으로 갈 겁니다.

취미로 음악하는 사람들과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전환점에서 음악을 선택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겠죠. 저희는 음악을 선택할 것이고, 그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하기위해서 생업을 하시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 그렇다면 음악하는 이유는 뭘까요? 각자 대답해 주세요.
양정원: "저는 음악을 하기위해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사실 음악에 관련된 일이에요. 음악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은 저에게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음악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다른 거 할 줄 아는 게 마땅히 없네요. (힘들지 않으세요?) 맞죠.

사실 어렸을 때 꿈이 음악을 하는 것이었는데 살다보니 현실의 무게가 꿈의 무게보다 커질 때가 있더라고요. 그럴 때 아까 물어보셨던 취미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과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을 하기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가지려고 노력할 때 우리들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아야 했어야 했는지.

지금 다른 분야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친구들이 "나는 음악을 하는 네가 부럽다"라는 말을 쉽게 할 때 화가 나요. 그것을 위해서 많은 것을 놓았어야 했거든요. 저는 오래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해요. 뭐든 그렇게 하지 못하면 취미로 하는 사람이 되겠죠."

김현수: "처음에는 당연히 좋아서 시작했습니다. 하다보니까 늘기도 하고 재밌었죠. 지금은 생업으로 음악을 하고 있고요. 그런데 누군가가 음악을 하는 이유를 물으면, 명확한 대답은 못해요.

제 성격상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웃음) 그냥 자연스럽게 음악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왜 그렇게 방향이 잡혔는지는 모르겠어요. 부모님이 반대해서 그랬나? 제가 원래 잡기에 능하거든요.(웃음) 계속 그 쪽 방향으로 생각을 하고 아주 작은 기회가 오더라도 그걸 기회로 여기고 잡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그렇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작은 것도 기회로 보이게 되죠.)"

장명주: "보통 악기를 전공하는 사람은 진학을 목적으로 하거나 집이 부유해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래서 선택한 게 아니에요. 악기 자체의 매력에 빠져서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은 지금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첼로가 클래시컬한 악기이긴 하지만 꼭 클래식에만 국한 된 음악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저는 전자 첼로도 했었고, 방송활동도 했었죠. 앞으로도 국한된 음악을 하고 싶진 않아요. 제가 듣기 좋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박지숙: "저도 좋아서 합니다. 제가 팀에 막내인데, 원래도 깊게 생각하기보다는 좋아하는 걸 하고 싶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좋은 것을 하려고 하다가 보니까 여기까지 온 것이고요. 이렇게 생각은 한 적이 있었어요. 어떤 일을 할 때,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어떤 일을 하다보면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그때 그래도 음악은 그걸 기쁜 마음으로 풀어나갈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 여기 모이는 시간에는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 있다가도 합주를 시작하면 그 두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좋아요. 그래서 정말 내가 좋은가 보다 어쩔 수가 없다. 그냥 그런 거죠."

우림프로젝트 합주연습실우림프로젝트 6멤버가 연습실에 모여 합주 중이다. ⓒ 이성관


- 이렇게 질문하면 어떨까요? 왜 남들 사는 데로 살지 않는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왜 회사원, 공무원이 되길 원치 않는가? 많이들 그렇게 사는데요. 그리고 힘들어 하는 청춘들에게 한 말씀하자면?
박지숙: "만약에 공무원이나 회사원 분들도 처음부터 그것이 꿈이었다면 저희랑 같은 사람들이지 않을까요? 진정으로 그게 하고 싶은 것이라면 말이죠. 그런데 그렇지 않고 다른 꿈을 가지고 있는데 스펙을 쌓고 뭐 흘러가는 데로 살다가 회사원이 되었다면 그런 차이 외에는 없지 않을까 해요. 꿈을 찾아 갔느냐 그렇지 않으냐."

양정원: "남들처럼 산다는 것에서 남들이란, 일반적으로 학교를 다니고, 대학교를 들어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는 뭐 그런 삶을 말씀하시는 것이겠죠. 어떻게 보면 그게 보편적인 삶이겠죠. 하지만 시각을 좀 다르게 가져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숟가락 주고 땅을 파라고 해도 파요. 그게 재밌으면요.

저희는 어떻게 보면 숟가락으로 땅을 파는 사람일겁니다. 그래서 아까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거예요. 당연히 힘들죠. 숟가락으로 땅을 파는데... 하지만 저희는 재밌어서 파요. 파다보면 많이 팔수도 있는 거겠죠. 하지만 그냥 파지 않고 다른 삶을 택할 수도 있겠죠. 그 삶에도 어려운 게 있을 거예요.

어찌 보면 그 어려움과 저희의 어려움을 맞바꾼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어쨌든 그것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하고 싶은 일과 평범한 삶, 그 선택 기로에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본인의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다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라고 하겠는데, 한 번이란 말이에요. 그 한 번 사는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되어야 하잖아요. 숟가락으로 땅을 파는 일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 과정이 즐거울 수도 있지 않겠나 합니다."

김현수: "제가 음악을 하려는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재작년쯤에 한 아이가 물어보더라구요. 제가 음악강사를 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는지, "선생님 한달에 얼마 벌어요?" 중학생밖에 안된 아이들이 음악을 하려고 하는 동시에 수익을 생각한다는 게 조금 서글프더라고요. ...중략... 음악을 하더라도 수익을 먼저 생각해야한다면 그건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거라고 생각해요. 좀 철없이 락스타를 꿈꾸거나, 가수왕이 될 거야. 이렇게 시작했으면 하는데... 혼란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큰 거 같아요.

저는 혼란스러운 것들이 있어야 그 다음에 안정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청춘들이 너무나 일찍 철이 들어 버린 것 같아요. 그렇게 안정이라는 가치에 모든 것을 걸고 살다가 중년이 되어서 뒤늦게 사춘기가 오는 분들도 있는 것 같고..."

장명주: "저는 지금 청춘이 힘들다고 하는 것 자체, 즉 질문에 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남들 사는 데로 살려고 하기 때문에 힘든 거 아닐까 해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남들만 보고 쫓다보니까 자기 것은 없이 살게 되는 거죠. 그래서 힘든 거지, 조금이라도 자기 것을 만든다면 거기서 부터는 그냥 쫓아만 가는 사람들보다는 덜 힘들 것 같아요."

박지숙: "저는 중·고등학생들의 공부(과외 및 학원 강사)를 가르치는데요. 한 아이가 "선생님, 여기 안 오실 때는 뭐하세요?" 하고 물었어요. 그래서 음악 한다고 했더니, "아, 그럼 나중에는 뭐 하실 건데요?" 이러는 거예요. 그 말에 음악 한다니까 하고 얘기하고 대충 넘어간 적이 있어요.

지금 아이들에게 어른의 이미지는 그렇게 획일화 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20살도 안된 애들이 진학할 과를 결정하는데 왜 그곳을 가려고 하냐고 물으니까 "거기가 취업이 잘되니까요."라고 대답하는 것도 많이 보고요. 그런데 제가 그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어서 더 안타깝더라고요.

제 나이가 28살이라서 주변 친구들이 한창 취업이다 뭐다 한창 바쁜 시기에요. 그 와중에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친구도 상당히 많고요. 그런 친구 중에 기자가 되고 싶어 한 친구가 있었는데, 계속 준비하다 안 돼서 어느 단체에 그냥 들어가서 6개월 동안 일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너무나 힘들어 하면서 결국 퇴사해서 다시 기자 준비를 했어요.

결국, 기자가 되었는데 지금은 자주 밤을 새고 밥도 제대로 못 먹을 때가 많데요. 그런데 정말로 행복해 하고 있어요. 그런 걸 보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지금 행복한 것이 문제라는 걸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우림프로젝트가 갈 길은 어딘가요?
양정원: "제가 대표로 말씀드리죠. 지금 이 밴드를 하기 전에 저는 여러 밴드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지금 이 팀에서는 가장 배 속 편하게 음악을 하고 있어요. 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계획을 물으신다면 아까 말씀드린 말 중에 있어요. 이 팀을 오래 하고 싶어요. 오래하면 길이 생긴다는 것이 제가 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거예요. 이 팀을 오래하기 위해서 음악을 오래하기위해서 힘을 쓸 겁니다. 앞으로도."
덧붙이는 글 한국뉴스투데이에 관련 기사가 게재되었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인터넷 팟캐스트, "이기자의 거북이 뉴스-들리는 취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 주소는 http://pod.ssenhosting.com/rss/busylife/tutlenews21.xml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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