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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영혼들> 감독 "한국, 절대 포기하지 말라"

레지스 트렘블레이 감독과의 대화

등록|2014.11.11 10:38 수정|2014.11.11 14:36

▲ 시카고 영화제에 참석한 레지스 트렘블레이 감독과 조약골씨 ⓒ 전희경


제주 강정의 목소리가 전세계에 울려 퍼지고 있다.

올해 미국 시카고 세계평화영화제에서 발굴특별상(Expose Award)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제주의 영혼들>(The Ghosts of Jeju)이 전세계 17개국에서 상영된 데 이어, 미국 워싱턴 디시, 뉴욕, 뉴저지, 애틀란타 등 대도시에서 상영 중이다.

미국 독립영화감독 레지스 트렘블레이(Regis Tremblay)가 제작한 8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인 이 영화는 제주 4·3 항쟁부터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이르는 제주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현재 영화는 한국어 자막본이 만들어져 한국과 미국에서 공동체 상영 중이며, 일어 자막본도 완성되었다. 스페인어 자막본은 제작 중에 있다.

이 영화는 해군기지 건설에 저항하는 강정이 세계평화의 중심에 서 있고, 전쟁과 국가폭력에 반대하는 평화행동 및 연대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영화는 비밀해제된 문서와 사진들, 각계 전문가들의 증언을 통해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Pivot to Asia)'과 강정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또 해군기지로 인한 환경의 파괴, 일상이 되어버린 인권침해와 평화운동 탄압을 묘사하면서, '인간은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라는 질문도 던진다.

지난 6일, 한미교육회 주최, 민주연합 주관으로 뉴욕의 흥사단에서 영화 상영회가 있었다. 이날 상영회에서는 제주 4·3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4·3평화재단 지원으로 미국을 방문한 제주 출신 허상수(성공회대)교수의 강연도 함께 열렸다.

앞서 1일에는 워싱턴 디시에서, 지난달 25일에는 뉴저지에서 영화 상영회가 열렸다. 특히 뉴저지 포트리 도서관에서 열린 이틀간의 행사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양심적인 시민들의 모임인 에이블(ABLE)과 일본인이 주축이 되어, 아시아 국가들에서 논란이 되어온 미군기지 (한국의 제주도, 일본의 오키나와) 이슈를 다루는 두 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감독과의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한편, 한국에서는 평화활동가 조약골씨가 지난 8월에 한국어 자막본을 제작하여, 15회 이상의 전국 순회 상영회 및 간담회를 갖고 있다. 이 영화는 제주프린지페스티벌, 인천환경영화제, 대구여성영화제, 카톨릭영화제, 광주인권영화제 등에서도 상영됐다.

▲ 조약골씨와 함께 하는 영화상영회 포스터 ⓒ 조약골


다음은 지난 10월 애틀란타 영화 상영회에 참석한 사람들과 레지스 트렘블레이 감독과의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2012년에 강정 이야기를 듣고 8분 짜리 영화를 만들려고 강정을 갔다. 3주 동안 강정에 머무르면서 제주의 역사와 강정 마을 사람들의 평화적 저항에 감동을 받아 영화를 만들다보니 80분 짜리가 되었다."

- 오바마의 아시아회귀 정책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미국의 군사주의와 제국주의는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등 전세계에 그 힘을 휘두르고 있다. 시민으로서 우리는 책임이 있다. 이를 알려나가고 억압에 저항해야 한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에 따라 편의를 제공할, 400년 된 마을과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을 파괴할, 대규모 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하려다 강정 주민들은 체포되고 감옥에 가고 벌금을 내고 경찰의 무자비함으로 인해 다쳐서 병원에 실려갔다. 그러나 거대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는 강정 마을 주민들과 그 지지자들의 정신은 이 지구상에 함께 사는 더 나은 방법이 있음을 믿는 모두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 많은 한국인들이 2012 대선부정, 세월호 참사,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의 사회문제에 대해 정의와 진실을 요구하며 싸운다. 그러나 사람들의 목소리는 정부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억압받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잃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을 위해 해줄 말이 있다면?
"절대 포기하지 마라. 강정 사람들은 자신들을 대표하지 않는 정부와 미국의 군사주의에 맞서 싸우고 있으며, 서로에게 힘을 주는 투쟁의 모범으로서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박근혜 정부는 아버지 독재를 쫓아가고 있다. 정부가 국민을 억압하고 민영화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는 가만히 있지 말고, 목소리를 내어 우리의 저항을 알려야 한다. 이 영화를 널리 알려달라. 나를 원하는 곳에서는 스카이프든 여행을 하든 찾아가서 관객을 만나겠다. 현재 두 번째 영화를 제작하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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