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없는 '노홍철-디스패치' 기사...부끄럽지?
[주장] 노홍철 음주운전 사건으로 다시 불거진 온라인 저널리즘의 맨얼굴
▲ 포털사이트에 '노홍철'이라는 검색어를 치자 '노홍철 디스패치'가 떴다. ⓒ 화면캡처
방송인 노홍철이 음주운전을 했다. 일부 팬들은 이 사건이 연예 전문 온라인신문 <디스패치>의 함정취재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인터넷상의 의문은 빠르게 검색어에 반영됐다. '노홍철 디스패치'가 검색어 순위권에 들자 곧바로 온라인 신문사들은 '노홍철 디스패치' 를 넣은 채 기사를 썼다.
몇몇 기사를 들여다봤지만 추가 취재를 한 흔적도, '뉴스'가 될 만한 새로운 내용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기존의 기사에 '누리꾼 반응'과 '디스패치'라는 단어를 넣었을 뿐이다. 모두 자사 홈페이지의 트래픽을 늘리기 위한 인터넷 신문사들의 꼼수다. 주요 일간지부터 스포츠신문까지, '꼼수'에는 예외가 없었다.
온라인 신문사들은 광고 매출과 직결된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실시간 인기 검색어로 기사를 만든다.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그저 베껴 쓸 뿐이니, 새로운 취재를 할 필요는 없다. 베껴 쓰기 때문에 대부분 내용과 형식이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형 기사들이 많다.
이런 기사들은 '바이 라인'도 없다. 기자 이름 대신 '온라인 취재부', '온라인 팀' 따위의 이름을 빌려 쓴다. 주로 인턴 기자들이 이런 검색어 기사 양산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온라인으로 중심축이 바뀐 저널리즘 시장에서 인터랙티브 뉴스, 멀티미디어 뉴스로 정면 돌파하기보다는 '검색어 기사', '기사 어뷰징'으로 우회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복사, 붙여넣기가 전부인 온라인 저널리즘?
취재가 없는 검색어 기사는 자연스레 사건의 표면만을 쫓게 된다. 앞서 예시로 든 '노홍철 디스패치 음모론' 기사에서 <디스패치>의 입장을 직접 취재한 매체는 미디어 비평지인 <미디어오늘>이 유일했다. "불편부당 시시비비의 전통을 뉴미디어 기술에 담아 한국 대표 정론지로서의 사명을 다하겠다"던 <동아일보>부터 "바른 보도로 미래를 밝힌다"던 <서울신문>까지... 직접 디스패치의 입장을 취재한 매체는 없었다. 그저 <디스패치>의 해명을 복사, 붙여넣기 했을 뿐이다.
직접 취재를 하지 않았으니, 진실추구는커녕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인 사실 확인도 요원하다. 원칙을 무시한 채, 사건의 표면만을 쫓게 되니 자연스레 대중의 단편적 기호만 충족시킨다. 온라인 저널리즘이 아니라 포르노 저널리즘이라 해도 무방하다.
앞서 언급했듯 언론사의 검색어 기사 양산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단기 이익을 위해 온라인 저널리즘의 질적 하락을 부르는 소탐대실의 형국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저질의 검색어 기사가 양질의 온라인 저널리즘 기사를 묻어버렸기 때문이다.
저질 기사가 난무하는 언론사 웹페이지는 독자들의 발길을 대형 포털사이트 뉴스섹션으로 향하게 만드는 데 어느 정도 일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신문사는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기사는 기사대로 낭비하는 최악의 형국을 맞이했다. 독자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기레기' 사태는 온라인에서부터 예고됐다.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온라인 저널리즘
지난여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이 대세가 되자, '디지털 퍼스트'라는 기조 하에 편집국을 개조했다. 기사도 디지털 플랫폼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작성케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종이신문 시절의 저널리즘적 가치를 온라인까지 끌고 갔다.
전 세계의 언론사들이 "뉴욕타임스를 본받자"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언론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현실은 '검색어 기사'였다. '꼼수'로 돌파하고자 한 언론사의 선택은 책임감 없는 기사의 양산이었다.
혹자는 신문 산업의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며,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배부른 소리'가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현실이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해야만 한다. 월터 리프먼은 라디오의 등장으로 저널리즘이 위기를 맞자, '왜(WHY)'에 대한 보도와 논평의 필요성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저널리즘은 시민을 위해 진실을 추구해야만 하고, 과학적인 사실 검증을 수반해야 한다. 온라인 저널리즘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온라인 저널리즘은 그렇지 못하다. 기본 원칙도 지키지 않고 검색어 기사를 양산하는 언론사는 시민을 섬기는 게 아니라, 시민을 배신하고 있다. 트래픽의 유혹에 빠진 언론사들의 온라인 저널리즘은 지금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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