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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가 훼손한 천성산, 습지 복원되면 세계 주목"

양산시 '도시숲-산림경관공원' 사업 ... 습지 전문가 "옛 상태로 복원해야"

등록|2014.11.12 11:17 수정|2014.11.12 11:17
군부대가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훼손되었던 천성산(원효산, 해발 922m) 정상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 경남 양산시가 '도시숲-산림경관공원' 조성 계획을 세우는 가운데, 습지전문가들은 원형대로 습지로 복원할 것을 제시하고 나섰다.

천성산 정상부는 양산시와 내원사 소유 땅인데, 국방부가 오랫동안 사용해 오다 2003년 12월 레이더 기지를 철수하고, 2006년 2월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철조망과 '지뢰 위험 안내판', 폐타이어 등 군부대 시설물이 아직도 남아 있고,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양산시는 이곳을 '도시숲-산림경관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예산 8억원을 확보했으며, 당초 해돋이공원 등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천성산 정상부는 경부고속철도의 원효터널 구간과 떨어져 있다.

"양산시 복원 사업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 천성산 제1봉 정상에는 군부대가 들어오기 전 넓은 습지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곳은 군부대가 폐쇄된 뒤 복원되지 않고 그대로 있는데, 환경단체와 종교단체들은 습지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 ⓒ 윤성효


양산시는 12일 오후 시청에서 종교단체와 습지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회를 연다. 습지전문가들은 천성산 정상부를 습지로 복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중록 한국습지NGO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미리 낸 자료를 통해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복원은 우리시대의 과제이자 생존의 토대를 지키는 일"이라며 "양산시의 복원 사업이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 운영위원장은 "훼손된 산림 지형 복원을 통한 습지 복원 외에 등산객이나 군부대 등의 이용으로부터 습지생태계 보호와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습지복원을 위해 '수원 조사'와 '물 유출실태 조사', '물 유출 방지를 위한 정비사업' 등을 제시했다. 또 그는 앞으로 '산 정상부 이동 통로 설정'과 '목재형 이동통로 설치', '철제 펜스 철거', '통행로 외 출입 차단'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차인환 서남해환경센터 박사는 "천성산은 군부대가 들어오기 이전의 자연 상태로 되돌려져야 한다"며 "지금까지 군부대 주둔으로 인해 많은 정상부와 주변 공간이 변하고 훼손되었지만,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해서 최대한 자연복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 박사는 "정상부에 불필요한 공사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정상부의 문제는 결국 산 아래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런 공간에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조경과 개발은 천상산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기존에 개설된 도로와 정상부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며 "군사용으로 개설된 도로를 통제하지 않으면 이곳을 통해서 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다니면서 정상부에 대한 탐방압이 높아지게 되며 주변의 식생과 환경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제시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천성산 습지 될 수 있다"

▲ 공군부대가 주둔해 있다가 2006년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됐던 천성산 제1봉 정상 부근에 지뢰 경고 안내판과 철조망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윤성효


천성산 습지는 세계가 주목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경섭 한국교원대 명예교수(자연지리학)는 "천성산은 많은 안개비 수분을 공급받는 냉량․습윤한 기후 하에서 습지가 잘 발달할 수 있는 암석풍화와 지형학적 조건을 잘 갖춘 산"이라며 "천성산 정상과 능선대에 보통 1~2m 이상 두께의 니탄층을 포함한 습지토가 덮여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리적 관점에서 보면 산 정상과 능선대의 고원 습지는 그 자체가 천연 물 저장고"라며 "천성산에는 넓게 분포하는 고원습지가 지탱해 주는 수분으로 전국 어느 산에도 손색없는 산림군락이 형성되어 있고 자연과 생태자원의 보고"라고 소개했다.

오경섭 교수는 "고원 습지는 하천과 해안 습지와는 달리 약간의 인간 간섭으로도 쉽게 훼손될 수 있다"며 "훼손된 경우 그 정도가 회복이 불가능한 정도가 아니라면 자연 스스로 힘으로 쉽게 복원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가 많은 전망대나 호텔, 휴게소 등 인공구조물과 차량․보행자가 많은 도로 등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 그는 "심지어 습지 보호를 위한 철책 설치도 극도로 제한해야 하고, 방문자가 많아도 안되며, 필요에 따라서는 안식년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습지 자연 환경은 서투른 인간의 도움을 원하지 않는다"며 "천성산에는 훼손된 습지 복원이 자연복원력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생태공원이나 야영장 등을 설치하거나 외부에서 가져온 묘목이나 초화류를 식재하는 것은 자제해야 하며, 인공조경은 습지 복원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지연시킬 뿐"이라고 제시했다.

양산시청 산림공원과 담당자는 "당초에는 해돋이공원 등이 들어서는 사업계획을 세웠다가 지금은 산림 복원 쪽으로 변경할 계획인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우선 확보된 예산은 폐타이어 등 군부대 구조물을 철거하는데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오마이뉴스>와 현장 답사를 했던 이병천 박사(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 회장)와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천성산 정상부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무제치늪보다 훨씬 넓은 규모의 습지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군부대가 훼손한 습지를 옛날 상태로 복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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