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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만 생계 걸린 문제를 군사작전 하듯 밀어 붙이나"

충청권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포럼, 노조 저지로 무산

등록|2014.11.14 10:50 수정|2014.11.14 10:50

▲ 13일 정부대전청사 2동 대회의실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포럼을 위해 방문한 박경국 안전행정부 제1차관이 공무원조노 조합원들을 향해 의견을 듣기 위해 왔다고 말하고 있다. ⓒ 이화영


정부가 전국을 순회하며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있지만, 번번이 공무원단체의 저항에 막혀 무산되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13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충청권 공무원 연금개혁 국민포럼'을 개최하려 했지만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 등 200여 명이 행사장을 점거해 토론자들은 자리에 앉아보지도 못한 채 퇴장했다. 지난 4일 부산시청에서 열릴 예정이던 영남권 포럼이 무산된 데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안행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정부대전청사 2동 대회의실에서 '공무원연금 우리의 미래를 좌우합니다'라는 주제로 공무원연금 개혁 제8차 국민포럼을 개최하려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시부터 회의실을 점거한 공무원단체 조합원들에 막혀 토론자들은 단상에 오르지도 못했다.

박경국 안행부 1차관이 이날 오후 2시 46분경 회의장에 들어서자 공무원단체 조합원들은 '나가라'며 거칠게 저항했다. 이에 박 차관은 "여러분들의 얘기를 듣고자 왔다"고 설득했지만, 이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공무원단체 조합원들과 박 차관 사이 고성과 막말이 오가길 10분여, 토론자들은 진행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공무원단체 조합원들은 떠나는 박 차관을 향해 "공무원연금 개악 말고 국민연금 상향하라, 연금을 연금답게 공적연금 강화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회의장 밖으로 나온 박 차관은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길 원했는데 무산돼 안타깝다"며 "국민과 공직자가 모두가 만족하는 공무원연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예정된 일정은 계속해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 13일 정부대전청사 2동 대회의실에서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포럼을 위해 방문한 박경국 안전행정부 제1차관을 비롯한 토론자들을 막아서고 있다. ⓒ 이화영


정보훈 전국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공무원연금은 600여 만 명의 생계가 걸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협의 기구를 만들어 시간을 갖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지금처럼 당사자는 쏙 뺀 채 군사 작전하듯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저항만 불러올 뿐"이라고 밝혔다.

이날 안행부와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행사장 단상과 로비에 100여 명의 사복 경찰관과 안행부 공무원들을 배치했지만, 양측 간의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경비에 나섰던 한 경찰관은 심경을 묻는 기자에게 "씁쓸하다"고 간신히 말문을 열고서 "아이가 셋이고 큰 딸아이가 오늘 수능을 보는데 제대로 과외 한번 못 시켜줬다"면서 "결혼한 지 20년이 넘도록 아내에게 변변한 여행이나 근사한 옷 한 벌도 사주지 못했다"며 미안해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연금하나 믿고 성실히 일했는데 그마저도 줄인다고 하니 정부에 배신감마저 든다"며 "솔직한 심정은 오늘 행사장을 점거한 공무원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경비에 나섰던 다른 경찰관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또 "오늘 경찰관이란 직업을 선택한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공무원단체의 반대에도 오는 18일 경기도 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개최하기로 한 수도권 국민포럼을 예정대로 강행키로 했다.

▲ 13일 정부대전청사 2동 대회의실에서 열리려던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포럼이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에 의해 저지되자 박경국 안전행정부 제1차관 행사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 이화영


덧붙이는 글 공무원u신문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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