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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영화' 다이빙벨, 왜 상영 안 하나"

[현장] 공주민주단체협의회, <다이빙벨> 상영... 이상호 감독과의 대화

등록|2014.11.14 14:57 수정|2014.11.14 14:57

▲ 이상호 기자는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송영옥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다이빙벨>이 상영되자 객석에서는 분노 서린 한숨이 들렸다. 영화가 끝나고 세월호의 진실을 알고 싶은 사람들은 이상호 기자를 향해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 영화, 대형극장이 외면한 <다이빙벨>을 공주민주단체협의회에서 13일 오후 7시 30분부터 충남 공주시 메가박스 2관을 빌려 상영했다. 취재기자이자 영화감독인 이상호 감독도 공주를 찾았다. 애초 150석을 마련했으나 밀려드는 관객으로 추가로 객석을 빌리면서 2관을 대여하여 상영에 들어갔다. 

"언론이 아무리 썩어서 진실을 적극적으로 추구하지는 못해도"

▲ 영화 <다이빙벨>은 진실 찾기의 먼 여정, 그 출발이다. ⓒ 시네마 달


위키백과에 따르면, '다이빙벨(diving bell, 잠수종)은 바다 깊이 잠수하는 데 사용하는 단단한 챔버(chamber, 방)'다. 이 장비는 수중으로 내려갈 때 다이버들의 기지로 사용하거나 이동할 때 이용한다. 다이빙벨은 잠수사들이 물 밖으로 나오지 않고도 오랜 시간 수중 작업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영화는 세월호 현장에서 다이빙벨이 두 차례나 사고 해역에 투입되었다가 '구조 실패'라는 오명을 쓰고 사고 현장에서 쓸쓸히 철수하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진실이 두려운 정부와 언론에 대한 비판이 가득한 영화다.

이상호 감독은 "힘없고 억울한 사연을 가진 분들을 만나 같이 손잡아 주면서 울고 기사 써서 보도하고 소송 걸리는, 고발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자"라며 "20년간 기자 생활을 하면서 86번 고소를 당한 사건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처음 팽목항에 도착했을 때 서울에서 보고 들었던, 수백 명이 구조에 참여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내용과는 전혀 다른 얘기를 유가족을 통해 전해 들었다. 언론이 아무리 썩어서 적극적으로 진실을 추구하지는 못해도, 척은 해야한다. 그런데 구조 자세도 준비도 의지도 없는 당국에 대해서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언론은 없었다.

누군가 역사적인 사실을 기록하자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100여 일이 지나고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진실을 말해 달라는 유가족들을 빨갱이로, 자식을 팔아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파렴치한으로 매도하는 것을 보면서 진실을 위해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부족하고 엉터리 영화인데 많은 분이 참여해 주셔서 감사하다."

다음은 관객과 이상호 감독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돈 되는 영화를 90%를 점유한 대형스크린이 허락하지 않고 있다"

▲ 이상호 기자가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송영옥


- 목숨까지 위협받고 있는 이종인 대표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이종인 대표와는 일면식도 없는 분이고 다이빙벨이 왜 필요한지 몰랐다. 1995년부터 해경이랑 민간이랑 같이 구조하면 민간 대표로 나갔던 분인데 지금은 해경이랑 사이가 너무 안 좋아서 문어나 전복을 따면서 살고 있다. 지난주에 뵀는데 하와이로 이민 생각까지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행히 이 영화가 나가고 나서 유가족 분들이 영화를 보고서 (이종인 대표에게) 미안하다, 감사하다고 하는 말을 듣고 좀 풀린 것으로 알고 있다."

- 고소를 많이 당했다고 하는데 세월호와 관련해서 고소는?
"세월호 관련해서 3~4건이 들어와 있는데 최근에 MBC가 명예훼손으로 또 고발했다. 20년 다니던 곳으로 MBC라는 간판을 좋아하고 사랑했었다. 제보자나 피해자를 만나러 가면 이상호가 아닌 MBC가 왔기 때문에 제가 가진 간판을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 MBC는 공정보도를 위해 파업을 했던 기자들은 다 주변으로 물러나고 구사대를 했던 기자들이 장악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을 무시하고 폄하하는 기사를 쓰는 것을 보면서 MBC를 '흉기'라고 했던 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고 있다."

- 가장 힘들었을 때가 있다면?
"억울한 분들을 만나서 취재를 하다 보면 억울한 일이 따라온다. 억울하고 고립된 사람과 같이 있으면 같이 맞는다. 그런 과정을 20년간 늘상 겪으면서 '욕하는 사람, 돌 던지는 사람이 많아지면 일을 제대로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칭찬만 해주는 사람들이 계시면 '일을 못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돌을 가장 많이 맞았던 때는, 삼성엑스파일 보도를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 <다이빙벨>에 세월호를 다 담은 것인가?
"진실은 촛불 하나와 같은 것이다. 다이빙벨이 세월호의 진실을 다 담고 있지는 않지만 촛불 하나로 생각을 해 달라. 유가족은 영화를 보시고 (이는) 극히 일부라고 하시면서 답답해하신다. 그 분들의 말씀이 맞다. 방안을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촛불 하나를 켜놓은 것이다. 촛불 한 자루가 있는 한 어둡다고 생각하지 않듯이, 두 자루가 된다면 우리가 세상을 바꾸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인간의 사안이다. 인간이 과연 얼마나 우리 사회에서 비참해질 수 있는가?, 우리가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자각이다. 정치색과 전혀 다른 것이다."

- 삼성을 다룬 영화도 그렇고 이 영화도 상영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90%를 점하고 있는 스크린이 단 한 곳도 이 영화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다이빙벨이 검색 1위, 다양성 영화인 독립영화에서도 1위, 예매율도 5위로 높다. 자유시장 경제라면 당연히 돈이 되니까 틀어야 하는데... 대형스크린은 자본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이는) 북한식이다. 자유민주주의 하자고 우리가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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