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빗이끼벌레 집단 서식지 충격 수초 밑에 다닥다닥.."내년 걱정"
[현장] 정체한 물, 역행침식, 불법경작... 금강지역 '황폐화'
▲ 충남 공주시 쌍신공원 인근 버려진 나무 폐자재에 큰빗이끼벌레가 자라고 있다. 참석자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에 의한 준설로 금강 곳곳에서 역행침식이 진행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아진 지천 바닥이 깎이고, 하천변의 불법 경작도 늘고 있다. 더욱이 뚝 떨어진 수온에도 큰빗이끼벌레가 여전히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금강 현장을 찾았다. 금강유역환경포럼은 금강유역환경청과 함께 조사에 들어갔다. 이날 조사에는 고은아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이경호 정책국장, 김성중·김민성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 최충식 대전충남시민환경연구소 소장, 이건희 대청호운동본부 사무처장, 김지훈·송경희 세종참여자치연대 등 여러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 세종시 금강 본류에서 장군면으로 올라가는 대교천 상류 1.8km 구간까지 4~12m 높이의 역행침식이 확대되면서 거대한 협곡으로 변해가고 있다. ⓒ 김종술
▲ 세종시 대교천 본류와 700m가량 떨어진 곳에서는 교각을 보호하기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침식으로 무너지면서 쪼개져 있다. ⓒ 김종술
역행침식은 강바닥과 기슭이 무너져 내리는 침식현상이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계속 확산되는 것을 말한다. 강 본류의 수위가 준설이나 기타의 이유로 낮아지면 본류로 흘러드는 지천 수위와의 낙차가 커져 물이 더 빠르고 세차게 떨어진다. 이럴 때 역행침식이 발생한다.
"계속되는 역행침식... 강력한 대책 필요"
먼저 찾아간 세종시 대교천에서는 상류 1.8km 구간까지 역행침식이 진행됐다. 거대한 협곡으로 변한 대교천에서는 4~12m 높이의 측면 제방까지 깎였다. 교각을 보호하는 콘크리트 구조물까지 쪼개지고 밀려났다.
역행침식은 4대강 사업에 따른 대표적 부작용이다. 이미 금강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상류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 세종시 대교천의 지천은 영농행위가 금지된 공간임에도 배추, 옥수수, 깨 등 농작물과 버드나무와 단풍나무 등 조경수를 심어 경작하고 있다. ⓒ 김종술
더욱이 인근 지천은 영농행위가 금지된 공간임에도 배추·옥수수·깨 등 농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추가 경작을 위한 밭갈이도 진행되고 있다. 또한, 버드나무와 단풍나무 등의 조경수를 대규모로 심은 인근에서는 농약병이 발견되기도 했다.
"본 지역에서의 영농행위는 불법이므로 금지하시기 바라며 기 파종하신 분들은 즉시 원상복구 조치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이를 위반 시에는 하천법 제95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의 벌금에 처하게 됨을 알려드립니다."
농작물이 자라는 곳에는 행복중앙복합도시 건설청장의 이름으로 경고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하천구역 내 영농금지경고 및 원상복구 안내 문구가 적힌 경고판은 무용지물이었다.
수온 14.5도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큰빗이끼벌레
▲ 물가에는 낮아진 수온에 큰빗이끼벌레가 떨어져 나가고 나뭇가지에는 젤라틴 성분의 군체만 남아 있다. ⓒ 김종술
일행은 지천을 벗어나 금강 본류 조사를 하던 중 충남 공주시 쌍신공원 인근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밀집 서식하는 현장을 발견했다. 이 공원은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졌다. 온도계가 가리키는 수온은 14.5도로 뚝 떨어졌지만 큰빗이끼벌레는 나무토막, 수초 밑동 등에 붙어서 자라고 있었다.
최충식 대전충남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전문가들의 말대로라면 큰빗이끼벌레는 다 사라졌어야 한다"며 "수온이 낮음에도 물이 정체되면서 서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 수온이 올라가는 시기에 확산되면 용존산소를 고갈시키고 수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심각한 상태"라며 "지금이라도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보를 부분적으로 개방하고 향후 전면개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호 정책국장은 "역행침식이 상류로 확산될 위기에 처했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없으면 상류의 다리나 보와 같은 구조물의 안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천이 무너지고 본류가 침식되는 현상이 발생하면 혹시나 추가 준설이 이뤄질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이번 기회에 '준설 금지' 등 강경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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