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불꽃 튀는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2라운드
[항소심 1차 공판] 검찰-변호인 치열한 공방에 재판장도 "불꽃 튄다"
▲ 국정원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9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월, 자격정지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뒤 취재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14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302호 법정. 두 달 만에 다시 '피고인석'에 앉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표정은 재판 내내 담담했다. 반면 차분하게 마주보던 검찰과 변호인단은 초반부터 치열하게 다투기 시작했다.
"하나의 쟁점을 보니까 불꽃이 튀네요."
양쪽의 공방을 지켜보던 재판장 김상환 부장판사가 말했다.
마침내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의 2라운드가 시작됐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는 원세훈 전 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단장의 국정원법 위반(정치관여)과 공직선거법 위반(선거개입)사건 항소심 첫 공판을 심리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각자 10분 내로 짧게 ▲ 1심 재판부가 사실관계를 잘못 판단했고 ▲ 법리 적용에 문제가 있으며 ▲ 형량도 적절하지 않다는 항소이유를 설명한 뒤 곧바로 논쟁에 들어갔다.
1차 공판인 만큼 첫 번째 쟁점은 사건의 발단과 닿아 있었다. 2012년 12월 12일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대선 관련 댓글 등을 써온 일이 드러났던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자진해서 경찰에 데스크탑용 컴퓨터 1대와 노트북 컴퓨터 1대를 제출했다.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은 노트북에서 삭제됐던 텍스트 파일 하나를 복구하는데, 여기에는 김씨가 '오늘의 유머' 등 온라인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쓴 것으로 보이는 수십 개의 아이디가 담겨 있었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이 텍스트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것을 단서로 검찰이 김씨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찾아낸 자료들은 증거로 인정했다. 14일 검찰은 덱스트 파일 자체도 충분히 증거능력이 있다고 반박했고 다른 증거에 관해서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1심 재판부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 증거들을 하나하나 다퉈 무죄 판결이 났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반면 변호인단은 1심 재판부가 인정한 증거들을 탄핵하기 위한 변론을 펼쳤다. 원세훈 전 원장 쪽은 검찰이 제대로 확보한 증거가 없으며, 유죄의 근거가 된 트위터 글 등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명 변호사는 "일부 그런 글이 있다고 해도, 과연 그것이 피고인들의 지시·공모로 이뤄진 것이냐를 두고는 정말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이 전 부서장회의에서 했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의 내용은 원론적이어서 혐의를 뒷받침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작은 사안에도 한 치의 양보가 없는 검찰과 변호인단을 지켜보던 김상환 부장판사는 재판이 끝날 무렵 "오늘처럼 앞으로 진지하게 논박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금요일마다 공판을 열어 '정치개입(국정원법 위반) 유죄, 선거관여(공직선거법 위반) 무죄'라고 본 1심 판결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진행 상황에 따라 국정원 직원들을 다시 불러 증인 신문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다음 공판 분위기는 더욱 뜨거울 가능성이 높다. 이때 검찰과 변호인은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김아무개씨의 이메일에 붙어 있던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두고 다툰다. 이 파일에는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하던 트위터 계정 정보가 상세히 담겨 있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작성자가 불분명하다며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고, 그 결과 트위터 증거의 상당수가 날아가버렸다(관련 기사 : 파일명 '시큐리티', 원세훈 공판 변수될까). 2차 공판은 11월 2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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