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사 인근까지 물 찬다"... 다리에 매달린 남자
지리산댐 건설 반대 고공시위... 식수용댐 건설 근거 빈약해
지난 16일 오전 11시, 지리산 용유담(龍遊潭)의 용유교라는 30여 미터 높이의 다리에 한 사람이 위험하게 매달렸다. 다리 난간에서부터 밧줄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 플래카드를 펼쳤다. 다리에 완전히 매달려 대롱대롱 거린다. 한 바퀴 감겨진 플래카드를 어렵게 펼치자 세로로 길게 쓰인 글씨가 눈에 확 들어온다.
'지리산 댐은 죽음이다. 댐을 반대한다!'
플래카드만 봐도 무엇 때문인지 알겠다. 이곳은 바로 지리산댐(문정댐)을 반대하는 이들의 간절한 마음들이 모인 용유담 고공시위 현장이다. 그렇다. 이 나라 국토해양부는 바로 이 일대에 '철 지난' 댐이란 것을 짓겠다고 한다.
국토부는 수자원 확보와 홍수예방을 위해 2021년까지 한강·낙동강·금강 등 수계에 4개의 다목적댐을 비롯한 6개의 댐과 지자체가 건의한 8개의 지역 소규모댐 등 총 14개의 댐을 건설하는 내용의 '댐 건설 장기계획(2012~2021년)'을 확정했다. 지리산댐은 그 계획의 일환이다.
그런데 민족의 영산이라는 지리산에 도대체 댐이 웬말인가? 그것도 "신선이 노니는 별유천지로 옛부터 시인묵객의 발자취가 끊이지 않았던 곳"(함양군 설명)이라는 이 용유담(국가명승지로 문화재청이 지정검토 중에 있다) 부근에 웬 댐이란 말인가?
민족의 영산에 웬 댐인가
국토부는 이 일대에 높이 141m, 길이 896m, 총저수량은 1억7000만t, 유역 면적은 370㎢(사업비는 9898억 원)에 이르는 홍수조절용 댐을 짓겠다고 한다. 홍수조절? 어디서 많이 들어본 논리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밀어붙인 논리 중 하나가 홍수예방이다. 약방의 감초처럼 매번 등장하는 그 논리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이미 댐으로 홍수를 예방하는 것에는 수몰지가 생기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고, 실제로 홍수가 예방되는 것도 아니어서 기존 댐을 허물고 있다. 이를 통해 하천에 자연스런 물길을 돌려주고 주변에 저류지를 더 많이 확보하는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나라는 '철 지난' 댐 정책을 고수하면서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정부는 뭐라고 했던가? 당시 대통령이라는 분은 TV토론에 나와 연필을 들고 계산까지 하면서 홍수 피해로 매년 4조 원씩 들어가니, 몇 년만 지나면 4대강 사업의 수혜가 4대강 사업비 22조 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또다시 홍수조절용 댐을 지어야 하는가? 이 나라의 큰 4개의 강에 16개의 댐(보라 불리는)과 2개의 하천유지수용 댐 이렇게 총 18개의 댐을 지어서 홍수예방을 하겠다고 장담해 놓고는 왜 또 댐이란 말인가? 그것도 이 나라 제일의 산 지리산에 말이다. 지금 내성천에 짓고 있는 마지막 4대강 공사인 영주댐 공사로 인해 국보급 하천인 내성천도 하루하루 그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지구별 유일의 모래강 내성천'은 이 나라의 잘못된 정책으로 완전히 사라질 판에 놓여 있다.
이런 판에 지리산이라니. 민족의 영산이라고 이 나라의 백성들이 흠모하고 경외의 대상으로까지 숭배하는 산에 웬 댐이란 말인가? 게다가 지리산댐이 만들어지면 실상사 인근에까지 물이 차게 된다. 큰 비가 오게 되면 오히려 실상사가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
"왜 지리산의 심장을 막으려고 하는가? 이쯤되면 국토부가 아니라 국토파괴부라 불러야 되지 않냐? 아름다운 곳만 보면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는 모양이다."
이날 고공시위 퍼포먼스를 한 백재호씨(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의 탄식이 서글프다.
지리산댐을 식수용 댐으로 하자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주장도 참으로 염치없다. 4대강 사업을 적극 찬동하고 낙동강이 녹조로 몸살을 앓을 때조차 "과거에 비해 녹조가 심한 것이 아니다"라며 흰소리를 한 분이 왜 식수용 댐을 언급하는가?
이명박 정부의 주장처럼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의 수질이 그렇게 맑아졌다면서 왜 식수용댐이 또 필요하냔 말이다. 자그만치 8억 톤이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만 8억 톤의 강물이 추가 확보돼 있다. 그런데 왜 또 댐이 필요한가. 그것도 경남도의 함양군, 산청군, 하동군이라는 세 개의 군을 접하고 있는 경남의 등뼈격인 지리산에다 말이다.
국립공원 1호 지리산, 제발 그대로 두라
국립공원 1호는 지리산을 지칭하는 또 다른 이름이다. 국립공원 1호, 이것은 지리산이 이 나라의 상징과도 같은 산이란 것을 말해준다. 그에 비해 이 나라의 상징이자 민족의 영산이라는 지리산에 홍수조절이라는 목적의 댐을 꼭 지어야만 한다는 국토부의 논리는 너무 빈약하다.
"홍수조절이라면 그 댐을 지을 1조 원이나 되는 그 천문학적인 돈으로 서구처럼 홍수가 날 법한 곳에 저류지를 더 확보하라. 이제는 토목이 아니라 자연으로 자연을 극복해야 할 때이다."
고공시위를 기획한 '생명의 강을 위한 댐 반대 국민행동' 박창재 사무처장의 말이다. 그렇다. 오히려 댐을 지을 돈으로 저류지를 더 확보하자. 그래서 "용이 노닐었다"는 그 용유담의 용처럼 지리산이 더욱 역동적인 산이 될 수 있도록 하천에 더 많은 땅을 할애하자.
"댐을 막는 것은 지리산의 혈맥을 막는 것과 같고 그로 인해 결국 이 땅의 기운이 쇠하게 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그보다는 저류지를 더 확보해 민족의 영산 지리산이 더욱 왕성하게 활동하게 하는 것이 주변의 살찌우고, 이 땅의 기운을 더욱 북돋우는 일일 것이다."
전 환경운동연합 대표이자 지금은 마천면 창원마을에 귀농한 김석봉씨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국토부가 더 이상 국토파괴부라는 오명으로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립공원 1호이자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의 혈맥과 심장을 막으려는 계획은 당장 중단하라. 그리고 이 아름다운 국토를 잘 가꾸고 보존하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지리산 댐은 죽음이다. 댐을 반대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백재호 운영위원과 '생명의 강을 위한 댐 반대 국민행동' 활동가들이 '지리산 댐은 죽음이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댐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정수근
▲ 대구환경운동연합의 백재호 운영위원이 30여 미터 높이의 다리에 매달려 고공시위 중에 있다 ⓒ 정수근
플래카드만 봐도 무엇 때문인지 알겠다. 이곳은 바로 지리산댐(문정댐)을 반대하는 이들의 간절한 마음들이 모인 용유담 고공시위 현장이다. 그렇다. 이 나라 국토해양부는 바로 이 일대에 '철 지난' 댐이란 것을 짓겠다고 한다.
국토부는 수자원 확보와 홍수예방을 위해 2021년까지 한강·낙동강·금강 등 수계에 4개의 다목적댐을 비롯한 6개의 댐과 지자체가 건의한 8개의 지역 소규모댐 등 총 14개의 댐을 건설하는 내용의 '댐 건설 장기계획(2012~2021년)'을 확정했다. 지리산댐은 그 계획의 일환이다.
그런데 민족의 영산이라는 지리산에 도대체 댐이 웬말인가? 그것도 "신선이 노니는 별유천지로 옛부터 시인묵객의 발자취가 끊이지 않았던 곳"(함양군 설명)이라는 이 용유담(국가명승지로 문화재청이 지정검토 중에 있다) 부근에 웬 댐이란 말인가?
민족의 영산에 웬 댐인가
▲ 지리산댐 조감도. 조감도에 의하면 실상사 인근에까지 물이 차게 된다. ⓒ 이환문 진주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
▲ 용유담 주변으로 맑은 계류가 조용히 흘러간다 ⓒ 정수근
국토부는 이 일대에 높이 141m, 길이 896m, 총저수량은 1억7000만t, 유역 면적은 370㎢(사업비는 9898억 원)에 이르는 홍수조절용 댐을 짓겠다고 한다. 홍수조절? 어디서 많이 들어본 논리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밀어붙인 논리 중 하나가 홍수예방이다. 약방의 감초처럼 매번 등장하는 그 논리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이미 댐으로 홍수를 예방하는 것에는 수몰지가 생기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고, 실제로 홍수가 예방되는 것도 아니어서 기존 댐을 허물고 있다. 이를 통해 하천에 자연스런 물길을 돌려주고 주변에 저류지를 더 많이 확보하는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나라는 '철 지난' 댐 정책을 고수하면서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란 프로그램에 출연해 4대강 사업만 하면 더 이상 홍수가 나지 않을 것이라며 4대강 사업만 하면 매년 들어가는 홍수피해액 4조는 더 이상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다. 그런데 왜? ⓒ mbc 피디수첩 캡처
게다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정부는 뭐라고 했던가? 당시 대통령이라는 분은 TV토론에 나와 연필을 들고 계산까지 하면서 홍수 피해로 매년 4조 원씩 들어가니, 몇 년만 지나면 4대강 사업의 수혜가 4대강 사업비 22조 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또다시 홍수조절용 댐을 지어야 하는가? 이 나라의 큰 4개의 강에 16개의 댐(보라 불리는)과 2개의 하천유지수용 댐 이렇게 총 18개의 댐을 지어서 홍수예방을 하겠다고 장담해 놓고는 왜 또 댐이란 말인가? 그것도 이 나라 제일의 산 지리산에 말이다. 지금 내성천에 짓고 있는 마지막 4대강 공사인 영주댐 공사로 인해 국보급 하천인 내성천도 하루하루 그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지구별 유일의 모래강 내성천'은 이 나라의 잘못된 정책으로 완전히 사라질 판에 놓여 있다.
이런 판에 지리산이라니. 민족의 영산이라고 이 나라의 백성들이 흠모하고 경외의 대상으로까지 숭배하는 산에 웬 댐이란 말인가? 게다가 지리산댐이 만들어지면 실상사 인근에까지 물이 차게 된다. 큰 비가 오게 되면 오히려 실상사가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
"왜 지리산의 심장을 막으려고 하는가? 이쯤되면 국토부가 아니라 국토파괴부라 불러야 되지 않냐? 아름다운 곳만 보면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는 모양이다."
이날 고공시위 퍼포먼스를 한 백재호씨(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의 탄식이 서글프다.
▲ 창원마을 다랑이논에서 바라본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의 주봉들이 훤히 보인다. 댐이 놓일 마천면의 골짜기는 대부분 이런 마을들이 자리잡고 있다. ⓒ 정수근
▲ 민족의 영산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의 주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 정수근
지리산댐을 식수용 댐으로 하자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주장도 참으로 염치없다. 4대강 사업을 적극 찬동하고 낙동강이 녹조로 몸살을 앓을 때조차 "과거에 비해 녹조가 심한 것이 아니다"라며 흰소리를 한 분이 왜 식수용 댐을 언급하는가?
이명박 정부의 주장처럼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의 수질이 그렇게 맑아졌다면서 왜 식수용댐이 또 필요하냔 말이다. 자그만치 8억 톤이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만 8억 톤의 강물이 추가 확보돼 있다. 그런데 왜 또 댐이 필요한가. 그것도 경남도의 함양군, 산청군, 하동군이라는 세 개의 군을 접하고 있는 경남의 등뼈격인 지리산에다 말이다.
국립공원 1호 지리산, 제발 그대로 두라
국립공원 1호는 지리산을 지칭하는 또 다른 이름이다. 국립공원 1호, 이것은 지리산이 이 나라의 상징과도 같은 산이란 것을 말해준다. 그에 비해 이 나라의 상징이자 민족의 영산이라는 지리산에 홍수조절이라는 목적의 댐을 꼭 지어야만 한다는 국토부의 논리는 너무 빈약하다.
"홍수조절이라면 그 댐을 지을 1조 원이나 되는 그 천문학적인 돈으로 서구처럼 홍수가 날 법한 곳에 저류지를 더 확보하라. 이제는 토목이 아니라 자연으로 자연을 극복해야 할 때이다."
▲ 용유담 현장에서 '생명의 강을 위한 댐 반대 국민행동' 활동가들이 지리산댐 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정수근
▲ 용유담 현장의 퍼포먼스. "지리산댐 계획 중단하고, 용유담을 국가명승지로 빨리 지정하라!" ⓒ 정수근
고공시위를 기획한 '생명의 강을 위한 댐 반대 국민행동' 박창재 사무처장의 말이다. 그렇다. 오히려 댐을 지을 돈으로 저류지를 더 확보하자. 그래서 "용이 노닐었다"는 그 용유담의 용처럼 지리산이 더욱 역동적인 산이 될 수 있도록 하천에 더 많은 땅을 할애하자.
"댐을 막는 것은 지리산의 혈맥을 막는 것과 같고 그로 인해 결국 이 땅의 기운이 쇠하게 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그보다는 저류지를 더 확보해 민족의 영산 지리산이 더욱 왕성하게 활동하게 하는 것이 주변의 살찌우고, 이 땅의 기운을 더욱 북돋우는 일일 것이다."
전 환경운동연합 대표이자 지금은 마천면 창원마을에 귀농한 김석봉씨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국토부가 더 이상 국토파괴부라는 오명으로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립공원 1호이자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의 혈맥과 심장을 막으려는 계획은 당장 중단하라. 그리고 이 아름다운 국토를 잘 가꾸고 보존하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중입니다. 지역 인터넷매체 <평화뉴스>에도 함께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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