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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한전KDN, 현역 의원 4명에 입법로비"

경찰 "직원 수백명 동원, 후원금 쪼개"...의원실 관계자 소환 예정

등록|2014.11.18 15:09 수정|2014.11.18 15:47
[기사보강 :  18일 오후 3시 47분]

경찰은 18일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자회사인 한전KDN으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4명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전KDN의 임직원 300여 명은 허위 출장서류를 꾸며 11억여원을 불법으로 타내는 등 조직적인 운영 비리를 저질렀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한전KDN의 김아무개(58) 전 사장은 회사에 불리한 법률을 개정하기 위해 전 의원 등 현역 국회의원 4명에게 '후원금 쪼개기' 방법 등으로 1인당 995만 원에서 1816만 원의 불법 후원금을 기부했다.

'법안 바꿔라'... 직원 수백명 동원, '후원금 쪼개기'

2012년 11월, 중소기업 보호차원에서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의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한전KDN은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그동안 사업을 수주해 오던 한전으로부터 사업을 따내지 못해 전체 매출의 50%이상 하락이 예상됐다. 한전KDN은 전력 생산과 거래 시스템의 구축·운영 IT기술을 서비스하는 한전의 자회사다.

이에 김 전 사장은 '소프트웨어사업 대처팀'을 만들어 전 의원 등 야당의원 2명과 여당의원 2명 등 4명의 국회의원을 상대로 로비를 시작했다. 대처팀은 국회의원실을 방문해 법안 개정 내용에 '제한 기업 중 공공기관은 제외한다'는 조문을 삽입한 법률 수정안을 전달했다. 

동시에 그해 12월부터 한전KDN 직원 491명이 개인당 10만 원씩 후원금쪼개기 형식으로 불법 후원금을 입금했다. 또 후원 내역을 '후원금 기탁자 명단(의원실 제출용)'으로 정리해 의원실에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가 열리자 한전KDN은 전 의원실 측으로부터 책 구입을 요구받고 300권(900만 원)을 사주기도 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이들이 원하는대로 사업 참여 제한 대상에서 공공기관을 빼는 내용의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경찰은 전 의원 등 4명의 국회의원실 보좌진에 대해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소환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허위 서류 꾸며 출장비 11억 원 타내

또 한전KDN은 조직적인 운영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 회사 임직원 358명은 2012년부터 올해 5월까지 허위 출장 서류를 만들어 11억2000여 만원 상당의 가짜 출장비를 받아냈다. 이 돈을 개인용으로 쓰거나 한 번에 100만 원씩 상사에게 상납해 회식비 등으로 사용했다. 김 전 사장의 경우 자신의 지인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뒤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도 참석한 것처럼 꾸며 1년간 2000만 원을 지급했다.

일부 임원은 관련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기도 했다. 김아무개(60) 전 본부장은 지난해 11월 관련 업체 대표 조아무개(61)씨로부터 사업수주를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1100만 원을 받았다. 앞서 김 전 본부장은 특정 전기공사업체에 발주 공사를 몰아주는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받아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전 의원 "명백한 정치 탄압"

전순옥 의원은 이날 오후 입장 자료를 내 "입법로비를 받은 사실도 없고 받을 이유도 없다"며 "(경찰 수사는)명백한 정치 탄압"이라고 반박했다.

전 의원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한전KDN측의 계획대로 변경된 것에 대해 "법안은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의 취지와 달리 공공기관이 공공부문 발주 사업 참여가 배제돼 공공기관이 민영화(외국계 대기업 수주) 되는 상황을 막아보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또 '민간 중소소프트웨어 사업자의 참여가 쉽지 않아 오히려 외국계 대기업들이 수주하게 되는 등 법 취지에 어긋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래위)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언급하며 "법안 심사과정도 법안 발의 취지와 다르지 않았으며 법안 취지대로 동년 12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의원은 "법안 발의한 후 약 한 달 후인 2013년 3월 29일 당시 정부의 업무조정에 따라 이 법안 심사의 소관위원회가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미래위로 소관 상임위가 바뀌었다"며 "따라서 법 발의 후 법안 상정이나 법안 심사 등은 모두 미래위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전 의원은 "법 발의 과정에서 한전KDN으로부터 어떠한 로비를 받은 바가 없다"며 "국회의원의 법 발의를 입법로비라고 규정하는 것은 국회 입법권에 대한 침해이자 정치적 탄압이다,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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