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서울대 교수 사표 수리... 진상조사 포기?
피해자 비상대책위 "학교 진상조사 내용 공개해야"...K교수는 26일 사표제출
▲ 서울대 K교수 성범죄 진상조사 촉구서울대 수리과학부 K교수가 지난 10년동안 20여명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범죄 피해자모임 '피해자X' 기자회견이 27일 오후 서울대 본부앞에서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피해자를 대신한 한유미 변호사와 서울대총학생회장 직무대행 연석회의 의장 김해미루씨가 발언자로 나서 철저한 진상조사와 교수협의회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 권우성
[기사보강: 27일 오후 8시 48분]
20대 인턴 여학생 성추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K교수에 대해 학생들과 피해자들이 학교측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학교측이 학생 피해를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 학생들로 구성된 서울대 K교수사건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피해자X'(아래 대책위)는 2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저희가 1차적으로 원했던 것은 K교수의 반성과 진심이 담긴 사과였지만 가해자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사건과 관련해 (서울대) 교수협의회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도 요구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K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학내에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비상대책위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책위는 이 사건이 보도된 이후 사흘 동안 22명의 학생들에게 피해 증언을 확보했다. K교수가 학과, 학년을 초월해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학생들을 성추행해 왔다는 내용이다.
"서울대, 철저히 반성하고 강력한 대책 제시해야"
▲ 서울대 K교수 성범죄 진상조사 촉구서울대 수리과학부 K교수가 지난 10년동안 20여명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범죄 피해자모임 '피해자X' 기자회견이 27일 오후 서울대 본부앞에서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피해자를 대신한 한유미 변호사와 서울대총학생회장 직무대행 연석회의 의장 김해미루씨가 발언자로 나서 철저한 진상조사와 교수협의회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 권우성
대책위가 기자회견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명백한 진상조사와 학교 측의 입장 표명이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학교측은 불거져 오는 (성추행 관련) 의혹들을 알 수밖에 없었지만 진상 조사에 나서기는커녕 언론의 질문을 회피하며 방관했다"고 질타했다.
대책위는 지난 26일 발표한 성명서에서도 학교 측의 미온적인 태도를 문제삼은 바 있다. 피해자들이 교내 성폭력 문제를 담당하는 인권센터에 K교수의 성추행 사실을 신고했지만 학교 측은 2차 피해에 대한 고려 없이 오히려 이들의 실명 신고서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저희들은 교내 인권센터의 존재 의의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어 "추후 학교 측이 진행하는 진상조사 내용에 대한 적극적인 공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K교수 처리와 관련해 학내 교수 사회가 명확한 태도를 취해줄 것도 요구했다. 이번 사건이 단순 성추행이 아니라 교수-학생 간의 '갑을 관계'가 반영됐음을 지적한 것이다. 대책위는 "현 시점부터 교수협의회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일반 학생들도 학교 측에 강력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해미루 연석회의 의장은 "스누라이프(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K교수 이외에도 다른 교수들에게 성폭행,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들이 올라오고 있다"면서 "서울대 본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철저히 반성하고 강력한 대책을 제시하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실제 피해 학생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성폭행 사건의 특성상 피해자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2차 피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 피해자들을 대신해 기자회견문을 발표한 한유미 변호사는 "오늘까지도 피해자 중 일부를 특정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교수 사표 수리 방침, 조사 포기?... 대책위 "사건 덮지 마라"
성추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K교수는 이미 학교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교무처는 이날 "K교수가 전날(26일) 사표를 냈다"면서 "관련 절차를 거쳐 의원면직 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식 사표 수리는 다음주가 되어야 가능할 전망이다.
검찰 수사와 학교 차원의 진상조사가 아직 초기 단계인 시점에 서울대가 K교수의 사표 수리 방침을 밝히면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반발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학교 측이 학내 차원의 조사를 포기한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표가 수리되면 검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연금을 온전히 수령하게 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통상 교원은 징계에 의한 면직을 받으면 연금이 삭감된다. 파면은 1/2, 해임을 받으면 예정된 연금의 2/3만 수령이 가능하다.
이에 서울대 측은 서울대 법인화 이후 교수들이 사립대학 교원 신분으로 전환되어 사표 수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병문 서울대 교무처장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립기는 어렵지만 저희가 교수를 감싸기 위해서 덜컥 사표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사립대학 교원의 경우에는 사표를 제출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학생들의 수업권을 이른 시일내에 보장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대책위는 K교수 사표 수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오후 7시께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학교 측은 인턴 성추행 사건이 보도된 후, 학내 여론이 들끓어도 적극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다가 갑자기 K교수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발표했다"며 "아무런 진상조사도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가 순식간에 사건을 덮어버렸다"고 전했다.
이어 대책위는 "지금 피해자들은 분하고 원통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며 "해당 교수의 사표수리를 철회하고, 진상 규명 후에 징계 절차에 따라 사건을 처리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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