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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세게 운 좋은 나라, 대한민국

[주장] '4자방' 비리 등 망하지 않는 게 기적

등록|2014.11.28 16:47 수정|2014.11.28 16:49
기분 좋은 뉴스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요즘 같은 상황에서 '나라가 운이 좋다'는 말은 참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욕 먹기 딱 좋은 얘기다. 하지만 나는 요즘 우리나라가 정말 억세게 운이 좋은 나라라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비꼬는 게 아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요즘 시중에서 유행어가 된 이른바 '4자방 비리'에 관한 것이다.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 22조 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은 보수·유지비용으로 해마다 7천억 원대가 넘는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고 한다. 4대강 사업으로 해마다 녹조가 생겨나고 수질오염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분통이 터질 노릇인데, 앞으로 돈이 얼마나 더 들어갈지 모른단다.

자원외교와 관련해서는 'VIP 자원외교'에만 양해각서 45건에 1조4천억 원이 넘는 돈이 투자됐는데,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계약서 서명, 수정에 대한 대가로 상대방에게 수천억 원을 건넸다고 한다.

자원외교에 동원된 공기업들의 부채가 늘어나면서 부채에 딸린 이자 비용만 한 해에 1조5천억 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자원개발 전체를 보면 대통령이 직접 챙기거나 인척과 측근들이 자원외교 특사로 나서서 41조 원을 투자했고 이중 5조 원만을 회수하고 나머지는 사라졌다고 한다.

방위산업 비리는 또 어떤가? 1만 원짜리 USB를 95만 원에 사들인 건 애교에 가깝다.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구조함이 제 역할을 못한 데 대한 뼈저린 반성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조한 통영함이 거대한 부실덩어리로 밝혀졌다. 2억 원짜리 음파탐지기를 41억 원에 구매했단다. 그나마 고기잡이용 어군탐지기라 군함에서는 못 쓴단다. 중고 엔진과 불량 부품이 사용된 해군고속단정은 훈련 중 수시로 불이 나 장병들의 목숨까지 위험에 빠뜨렸다고 한다. 

굵직한 것 몇 가지만 꼽더라도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이 비리의 사슬 속으로 빨려 들어갔을지 짐작이 간다. 이른바 '4자방' 비리로 인해 낭비된 세금이 10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이 정치공세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이렇게 거대한 부정부패가 저질러지고 그 속에서 천문학적인 세금이 낭비됐지만, 아직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고 그런 대로 굴러가고 있다. 기적이다. 억세게 운이 좋은 거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국민안전처가 공룡부처로 출범했다는 뉴스를 보면 정부가 어디에 화수분이라도 숨겨두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대한민국의 기가 막힌 운을 보여주는 사례는 이것 말고도 또 있다. 어쩌면 앞서 얘기한 사례들보다 훨씬 더 운이 좋은 경우다. 그건 바로 캐도 캐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원전비리와 부실한 관리 문제다. 

우선 최근에 밝혀진 몇 가지만 간략하게 살펴보자. 지난 10월 국감자료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23기의 원전과 건설 중인 5기의 원전에서 사용하는 부품 중 시험성적서와 기기검증서가 위조됐거나 진위 여부를 판명할 수 없는 부품이 모두 3812건이나 됐다고 한다. 불량부품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여기에 협력업체 직원들이 한수원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방사성폐기물을 직접 반출하는 일이 관행처럼 이뤄졌다. 그런가하면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시설에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1시간이나 지난 뒤에야 발견해 진화한 아찔한 사건도 있었다.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원전비리로 인한 피해액만 2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는데, 그 2조 원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방사능이 대규모로 유출되는 대형 사고는 없었다. 이 얼마나 운이 좋은 경우인가.

이 끝내주는 운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좋으련만 우리의 경험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일깨운다. 철근을 빼먹은 아파트와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두 동강이 난 믿기지 않는 장면을 실제로 목격하지 않았는가. 설계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해 계속 가동하겠다는 배짱에 겁이 덜컥 난다. 

수십 조를 퍼부어 아름다운 강들을 망가뜨린 4대강 사업, 제대로 된 타당성 조사도 없이 수십조를 날려버린 자원외교, 제대로 작동하는 무기가 있을지 의심이 들 정도의 방위산업 비리, 여기에 원전비리까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은 외부가 아니라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다. 억세게 좋은 운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이광조씨는 현재 CBS PD로 재직 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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