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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부의 출장소냐... 새정치연합, 노쇠했다"

[인터뷰] 이해식 서울 강동구청장

등록|2014.11.30 11:55 수정|2014.12.01 20:43

▲ 이해식 서울 강동구청장 ⓒ 남소연


[기사 수정 : 30일 오후 1시 50분]

"지방정부로서는 그야말로 생존을 건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정부는 대통령 공약인 무상보육 예산을 지방에 떠넘기고 있다. 정부가 기초자치단체를 단순히 예산 집행 기관이자, 정부의 출장소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해식 서울 강동구청장(52)의 말이다. 최근 벌어지는 무상보육(누리과정·만 3~5세 보육료지원)과 무상급식, 기초연금 등 무상복지 논란을 두고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무상보육 공약 생색은 중앙정부가 내고 지방정부에는 재정적 도움을 안 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에 무상복지 재정 부담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박근혜 '누리과정' 떠넘기자 박원순·조희연 '발끈')

지난 27일 오전, 서울 강동구청 집무실에서 만난 이해식 강동구청장.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내년도 예산과 관련해 "무상보육 국비 부담 미이행분 5% 8억 2천만원, 기초연금 49억 6천만원 등 약 57억 9천만 원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부족분 때문에 내년도 하반기에 복지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해 부족분을 충당한다고 해도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속 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무상 복지 논란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의 갈등 과정에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지 못하는데 있어서다. 그는 새정치연합의 진영 논리, 계파 갈등 등의 문제가 당이 노쇠한 것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옛날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재탕, 삼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당 면모를 일신하려면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당의 본류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당이 지방자치에 대한 비전이 없다"며 "지방재정 문제가 화급하지만 긴 안목으로 볼 때는 지방자치가 어떻게 발전해야하는지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주변 상인과 논란인 이케아 매장 관련... "상생방안 요청했다"

서강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한때 대선후보에 이름이 올랐던 이부영 전 국회의원(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을 1991년에 만나 정치에 입문했다. 1995년 강동구의원으로 시작해 서울시의원을 거쳐 지난 2008년 보궐선거를 통해 강동구청장이 됐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다시 신임을 받으면서 최연소 3선 기초단체장이 됐다.

그는 민선 6기 임기를 마치면 10년간 강동구의 수장을 맡게 된다. 남은 임기 동안 강동구의 숙원사업인 자족도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각각 2017년 준공예정인 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와 엔지니어링복합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고덕업무단지에는 비즈니스와 연구개발, 복합쇼핑, 유통시설 및 외국인 호텔 등 기반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상일동 일대 엔지니어링단지에는 국내 200여개 엔지니어링 업체가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세계적 가구업체 이케아가 서울 지역 최초로 고덕상업단지에 문을 연다.

그는 "강동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자족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만들었다"며 고덕상업단지와 엔지니어링단지를 소개했다. 그는 "두 단지의 경제유발효과는 총22조 8천억 원, 고용창출효과 10만 7천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케아 입점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가구 업계는 물론 중·소상공인과의 상생방안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해식 구청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베드타운에서 자족 기능을 갖춘 강동구로 바꾸겠다"

- 민선 6기 현안으로 강동구를 자족도시로 만들기 위해 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나 엔지니어링복합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추진 배경이 무엇인가.
"서울 동쪽 끝에 자리잡은 강동구는 그동안 주거중심형 자치구로 발전해왔다. 베드타운으로서 긍정적인 기능이 있지만, 지역 경제가 발전하지 못했다. 특히 전체 면적의 40%가 녹지로 상업지역은 2.4%에 불과하다. 그래서 주민들은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길 바라고 있다. 강동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자족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만들었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와 엔지니어링복합단지, 두 가지를 내세웠다."

- 두 단지를 통해서 경제 규모나 고용창출 등 기대하는 바는?
"고덕동 일대에 조성되는 고덕업무단지에는 비즈니스와 연구개발, 복합쇼핑, 유통시설 및 외국인 호텔 등 기반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상일동 일대의 엔지니어링단지는 국내 200여개 엔지니어링 업체가 들어선다. 두 단지의 경제유발효과는 총 22조 8천억 원, 고용창출효과 10만 7천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수치는 어떤 기업을 확보하느냐에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 고덕상업업무단지에 세계적인 가구 업체인 이케아 매장이 들어선다. 이케아가 왜 강동을 택한 것인지 궁금하다.
"이케아 매장은 주로 도심 외곽에 있다. 그러면서도 자동차의 접근성이 좋다. 강동구는 올림픽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경춘고속도로와 가깝다. 경기도 구리·남양주·하남시 인구가 100만 명, 서울의 서초·송파·강남·광진·성동구의 200만 인구 인접해 있다. 그런 점에서 강동을 택한 것 같다. 서울 최초다."

- 이케아 광명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자리 창줄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주변 중소상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주변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이케아측에 기존 가구 업계는 물론 중·소상공인과의 상생방안을 요청했다. 이케와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전에 상생방안을 검토하겠다."

- 지하철 9호선 구간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인근에서 큰 동공(洞空, 빈공간)이 발생했다. 강동도 지하철 9호선을 연장하고 있어 지하 안전에 관심이 쏠린다.
"송파와 강동은 지반 특징이 다르다. 송파 지반은 예전에 강이었던 곳을 토사로 쌓아 만든 연약한 충적층이다. 강동 지반은 바위로 이뤄진 암반층이다. 그래서 송파 지역의 지하철 공사는 실드(Shield) 기계로 수평으로 땅을 파나가는 공법인 반면 우리는 'NATM공법'으로 화약 발파를 통해 굴착을 해나가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강동의 공사구간은 지반조건이 탄탄해 빈 공간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외부 전문가들의 안전 진단을 받아 주변 환경에 미칠 영향을 분석할 것이다."

- 책 <서울을 갈다>를 냈을 정도로 도시농업에 관심이 많다. 강동의 도시농업 특화 사업이 있다면?
"구의 비전은 1가구 1텃밭을 내세워 도시 농업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전국 최초로 친환경 도시농업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도시농업지원센터와 로컬푸드 직판장 '싱싱드림'도 문을 열었다. 친환경 농업 종사자들이 생산조합을 만들어 구내 학교 급식에 식자재를 납품한다. 강동에서 생산한 것을 강동에서 소비하자는 '강산강소'의 취지다. 또 텃밭에서 도시 양봉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예산 떠넘기기에 생존을 건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 이해식 서울 강동구청장. ⓒ 남소연


- 무상보육(누리과정, 만 3~5세 보육료지원), 기초연금 등과 관련해 무상복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의 복지 논쟁,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 어떻게 바라보나.
"지방정부로서는 그야말로 생존을 건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정부는 대통령 공약인 무상보육 예산을 지방에 떠넘기고 있다. 돈 한푼 보태주지 않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정부가 보편 복지를 하기로 했다면 조세 체계를 바꿔야한다.

지금으로서는 저희가 다른 사업을 할 수가 없다. 구 예산 중 사회복지예산이 53%에 달한다. 또 공무원 월급이 25%를 차지한다. 80%가 기본적으로 고정돼 있고 내가 쓸 수 있는 예산은 20%밖에 안 된다. 정부 입장에서 기초단체를 단순히 예산 집행 기관이자, 정부의 출장소로 생각하는 것 같다."

- 내년도 예산안에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등 전액을 반영했나.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서 정부 부담 비율을 20%에서 35%까지 올렸다. 그럼에도 자치구들은 여전히 정부가 40%를 부담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서울시 구청장들이 모여서 무상보육 국비부담 미이행분 5%를 내년도 예산에 미편성하기로 했다. 강동의 경우는 무상보육 미편성분과 기초연금 증액분 약 57억 9천만 원을 책정하지 않았다. 부족분 때문에 내년도 하반기에 복지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해 부족분을 충당한다고 해도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 소속 정당인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10%대를 보이고 있다. 기초단체장으로서 당 문제를 진단하고 고언하자면.
"새정치엽합은 노쇠했다. 진영 논리와 계파 문제 등은 당이 노쇠해서 발생한 것이다. 옛날 사고 방식과 패러다임을 가지고 재탕, 삼탕 반복하기 때문이다. 당 면모를 일신하려면 정책, 인사 생산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특히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 새누리당은 이준석씨를 영입해서 혁신위원장으로 앉히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청년 비례대표도 뽑았다. 새정치연합과 새누리당, 둘 다 쇼같다. 궁극적으로 젊은 세대의 지향을 당에서 수용하고 정책으로 반영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청년당원들을 위해 당의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더구나 지방자치에 대한 비전이 없다. 지방재정 어려움을 호소해도 정부를 향해 내세우는 비전이 없다. 지방재정 문제가 화급하지만 긴 안목으로 지방자치가 어떻게 발전해야하는지하는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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