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도 치마 입는 여자들, '과학적' 이유 있다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41] 상체보다 하체가 추위 덜 타
▲ K씨는 30대 중반부터 회사에 나갈 때를 제외하곤 사계절을 반바지 차림으로 생활해 왔다. ⓒ freeimages
"올해도 반바지네요. 정말 안 추우세요?"
50대 중반인 K씨는 지난 주말 동네 테니스장에 나갔다가 다른 동호인들로부터, 답하기 '지겨운' 질문을 또다시 접해야 했다. "아랫도리가 춥지 않느냐"는 물음은 십수 년도 훨씬 더 전부터 매해 겨울이면 그가 듣곤 했던 말들이다.
K씨는 30대 중반부터 회사에 나갈 때를 제외하곤 사계절을 반바지 차림으로 생활해 왔다.
"사타구니에 쉽게 땀이 차는 등 갑갑한 데다 불쾌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아."
그는 반바지를 즐겨 입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또한 상의는 충분히 두껍고 따뜻하게 입는 편이다.
겨울철 반바지 차림은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북미 알래스카처럼 한국보다 대체로 훨씬 더 추운 지방에서도 심심치 않게 추운 날씨에 반바지를 입고 돌아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어휴~, 그 백인 아이들은 체질이 좀 독특한가 봐요. 12월에도 반바지에 반팔 옷 차림으로 학교를 다니는 걸 보면 신기하더라고요. "
50대 초반인 주부 S씨는 과거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아이들을 키운 경험이 있다. 대체로 날씨가 온화한 캘리포니아라지만, 겨울에는 아침저녁으로 우리나라 늦가을 날씨 정도로 쌀쌀한 날이 적지 않다.
"나는 추워 죽겠는데, 11월 중하순에도 아파트 야외 수영장에서 백인 아이들이 수영을 하며 뛰노는 걸 보면 인종이 달라서인지, 아니면 부모들이 아이들을 일부러 그런 식으로 키우는 건지 의아했습니다."
S씨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고 말한다.
더위도 마찬가지지만, 추위를 타는 정도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또 인종 간에도 추위에 대한 저항력이 다소간 다를 수 있다. 물론 사람이 추위를 느끼는 점 그 자체는, 특별한 질병이 없다면 인종을 초월해 누구나 다 똑같다. 사람의 말초신경에는 차고 뜨거운 것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있고, 차고 뜨거운 것은 하나의 자극으로서 중추신경계에 전달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추위와 더위에 대한 인간의 감각 기전이 과학적으로 완전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한 예로, 섭씨 45도가 넘는 뜨거운 물체에 손을 대면, '더위 수용체'가 아니라 '추위 수용체'가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수가 있다. 실제로 겨울철 달궈진 난로 연통 표면에 잠깐 손을 가져다 댔을 때, 일순간 차가운 느낌을 받은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브라운 지방세포' 많은 아이들, 어른보다 추위 덜 타
▲ 여성들이 겨울철 스타킹 하나에 치마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것도 하체가 상대적으로 추위를 덜 탄다는 점을 뒷받침 한다. ⓒ 연합뉴스
그러나 겨울철 반바지 차림이나 어린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추위를 덜 타는 데 대한 설명은 충분히 가능하다. 인간의 하체, 즉 다리는 상체보다 대체로 근육의 비율이 높고 땀샘의 숫자가 훨씬 적다. 근육은 지방과 함께 우리 몸이 열을 낼 수 있는 원천이다. 하체와 달리 상체는 체내에 폐, 심장, 위장 등 다양한 장기를 품고 있는 까닭에 부피에 비해 근육의 비율이 낮고 이런 이유로 쉽게 추위를 탄다.
여성들이 겨울철 스타킹 하나에 치마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것도 하체가 상대적으로 추위를 덜 탄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또 남녀 막론하고 겨울철 내복을 입는다 해도 하의는 대체로 두 겹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상의는 서너 겹 이상인 예가 흔한데, 이 또한 하체가 추위를 덜 탄다는 또 다른 증거다.
게다가 다리의 땀샘 밀도가 가슴, 복부, 팔의 절반 혹은 그 이하라는 점도 실제로 하체가 상체에 비해 추위를 덜 타는 이유가 된다. 상체 전면의 땀샘 숫자는 성인 기준으로 1 평방 센티미터 당 150개 남짓이다. 손톱만한 표면적에 대략 150개 이상의 땀샘이 분포하는 것이다. 반면 다리의 땀샘 숫자는 같은 표면적 기준으로 70개 안팎이다. 체온을 내리는 데 땀보다 큰 역할을 하는 것도 없다. 겨울철 운동을 한 뒤 땀이 식을 때 바들바들 상체가 더 떨리는 건 이런 연유에서다.
또 어린 아이들이 어른보다 추위를 덜 타는 데도 확실한 이유가 있다. 열을 잘 내게 하는 브라운 지방세포(brown fat)가 어른들에 비해 월등 많은 탓이다. 브라운 지방은 갓난아이들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진화의 산물인데, 어른이 되면 많이 사라진다.
그러나 드물게 어른이 돼서도 상당한 정도로 브라운 지방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근육이나 지방이 적은 날씬한 몸매라도 추위를 덜 탄다. 브라운 지방은 사람을 제외한 다른 포유류에도 흔한데, 특히 동면을 하는 곰이나 설치류 등에 많다. 겉모습과 별개로 추위를 잘 안 타는 사람은 말하자면 '곰 체질'로 분류할 수 있는 셈이다.
덧붙이는 글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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