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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평우 "정부, 깜깜이 종무는 그만... 종무실 없애야"

종자연 학술토론회서... 김영국 "자승 스님의 6개월짜리 쇼를 봐라"

등록|2014.12.01 17:58 수정|2014.12.01 17:58

▲ 황평우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 불교닷컴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에 종무정책은 없다. 인력도 적지만 수행직원은 전문성이 없다. (헌법상 명시된) 정교분리 련 타당한 직제도 아니다. 전문성 없는 인력이 종교계 예산 요구에 대해 기계적으로 배분하는 기구는 폐지하는 것이 맞다. 예산만 지원해주는 종무정책은 안하느니만 못하다."

황평우 문화재 전문위원은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지난달 29일 서울 만해NGO교육센터에서 '정부의 종교문화재 예산지원 어디까지 해야하나' 주제 연구용역 결과발표 및 학술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황 전문위원은 '정부의 종교문화재 예산지원의 타당성과 실태 연구' 발제에 앞서 "연구용역을 시행하는데 정부가 관련 자료 주지 않았다. 정부에서 자료 받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황 전문위원은 "문광부와 문화재청이 자료 제공에 비협조적이라 야당에 부탁했지만 이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새누리당을 통해 일부 자료를 제공 받았다"고 했다.

황 전문위원은 지난 2009년 문광부 종무실이 발간한 <종무행정 백서>를 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종무실 폐쇄... 위원회서 논의·결정을"

황 전문위원은 "불교 천주교 개신교에 정부가 지급하는 예산을 두고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종교계 지원 예산 관련 문제의 핵심은 예산책정의 투명성·객관성 확보와 명확한 기준의 설정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교와 문화의 경계를 확정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 전문위원은 문광부 종무실을 대신한 기구로 종무관련 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황 전문위원은 "문화재위원회와 같이 다양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갖춘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종무위원회가 설치된다면 여러 종교·단체의 예산을 함께 심의·조정해 합리적으로 배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황 전문위원은 "정부는 문화예술진흥법 제39조를 종교계에 대한 국고 지원 근거로 대고 있지만 그 근거가 모호하다"며 "민간단체 지원 규정을 포함한 관련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종교차별 간과해선 안 돼"

황 전문위원은 "<종무행정 백서>를 보면, 정부는 종교 간 예산에 대하여 차별대우 받고 있다는 불만에 대한 종교계의 인식을 간과하고 있다. 비종교인에 대한 역차별 문제에 대한 고민도 결여돼 있다"고 했다.

이어 "모든 종교단체에 대한 특별대우는 부당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러한 점을 배제한 국고 지원은 무종교의 자유라는 차원에서 비종교인들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황 전문위원은 ①정부의 템플스테이 사업 지원 ②천주교의 서소문성지화 사업 ③10·27법난 기념사업 관련 논란을 본보기로 들었다.

템플스테이 지원 사업 관련해서는 "개신교가 불교계가 받는 템플스테이 예산 지적을 많이 하길래 점검해봤다"며 "개신교는 왜 천주교 예산에 대해 비판 않나? 템플스테이 예산 만큼 성당스테이 예산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교계도 외국인 템플스테이 참여자가 줄고 있다는 사실에 반성해야 한다. 무종교인이나 이웃종교가 비판의 표적으로 삼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종교성이 많이 강조된 것도 돌아봐야한다"고 했다.

서소문공원 성지화 관련해서는 "서소문공원은 천주교인만 순교한 곳이 아니라 천도교 유교 등 많은 사람 처형된 곳이다. 천주교 단독 성지화 하는 것은 천도교계 차원에서 차별일 수 있으며, 조선시대에 처형된 사람들에 대하여는 유교에 대한 차별일 수 있다"고 했다.

10·27기념사업과 관련해서는 "개신교가 지난 5년간 아무 움직임이 없다가 이제 와서 10·27기념관 건립 예산을 갖고 시비를 거는 것은 남이 잘되는 것을 배아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자연의 지난 2012년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우리 국민 절반 이상은 정부가 종교행사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문화재 있다고 화장실 개축 지원하는 이유?"

이에 앞서 황 전문위원은 "지난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당해 문화재 보수 예산이 왜 주변정비에 투입되는지를 두고 지적이 많았다. 문화재 정비예산 70%가 (화장실·주차장 개축 등) 주변정비에 사용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천 해인사에는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장경각 등 문화재가 많아 경내에 CCTV가 많다. 그런데도 최근 전각에 이웃종교인이 낙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했다. (관련기사: 해인사서 훼불…여자는 낙서하고 남자는 망보고)

황 전문위원은 "낙서한 곳은 문화재가 아니라 CCTV를 설치할 수 없다. 문화재 주변에 CCTV를 설치해야 장경각 등 문화재도 보호할 수 있다. 때문에 포괄적 개념에서 주변정비 사업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고 했다.

▲ 종교자유정책연구원(원장 박광서)은 29일 서울 장충동 우리함께빌딩에서 연구용역 결과발표 및 학술토론회를 개최했다. 박광서 원장은 인사말에서 "종교예산은 정교분리와 무종교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점에서 철저히 감시돼야 한다"고 했다. ⓒ 불교닷컴


불교·개신교·천주교·시민단체 한자리서 토론... "사찰 지원이 전통 파괴할수도"

발제에 이어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은 류성민 교수(한신대) 사회로 유광석 연구원(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박문수 원장(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교수), 김영국 상임연구위원(연경사회문화정책연구네트워크), 이창익 HK연구교수(한림대 생사학연구소), 박광수 소장(원광대 종교문제연구소 소장),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참여연대)이 참석해 진행됐다.

유광석 연구원은 "전통사찰 현대적 사찰로 만드는 정부의 무분별한 재정지원은 전통문화를 파괴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의 전통사찰 사업비가 국비 40% 지자체 40% 자기부담 20%의 정률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정액제로 변경하거나 자기부담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통사찰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정부의 재정지원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종무실의 문화재 관련 예산 업무는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템플스테이를 비롯해 서소문공원 성지화, 10·27기념 등 종교적 사건의 기념공간화 사업 등은 정부 지원을 줄이고 종교계 자체 재정 부담 비율을 높여야 한다. 이를 통해 생기는 재원을 정부는 소수종파 종교시설·프로그램운영에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기독교가 한국 전통문화 못될 이유 없어"

박문수 원장은 "종교가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일은 일견 타당하다. 종교계가 국가로부터 지원받아 마땅한 일조차도 종교끼리 경쟁해 국가의 통제력·교섭력을 높여주고 있다"고 했다.

박 원장은 "국가의 종교계 예산 지원은 무종교인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다. 이는 한국종교문화 유동성이 크다. 무종교인도 종교가질 가능성이 높다. 누구나 종교인 될 잠재력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기독교 한국전통문화가 될 수 없다고 해서는 안 된다"며 "기독교는 지난 100년 동안 한국사회에 새로운 흐름을 형성해 기존문화를 풍요롭게 해왔다. 전통문화로서 대접해야 한다"고 했다.

박 원장은 "서소문 성지화사업은 천주교가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던 공공사업이었다. 서소문 성지화 사업은 천주교만을 위한 프로젝트 아니다. 표현만 성당일 뿐 역사기념공원, 역사유물 전시관이 주된 사업 내용"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종무실을 종무위원회 등으로 개편해봐야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종교계에 지원을 계속할 것이다. 이왕 종교계가 받는 돈이라면 종교계 스스로 합의를 통해 합리적·투명한 방법을 도출해야 한다. 종교계 정부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심의·관리기구 설립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구경거리로 전락한다면 그대로 종교일까?"

이창익 HK교수는 "종교관련 예산과 관련해 종교문화로 인정받으려면 시간화(역사화)되고 공간화(문화재화) 돼야 한다. 시간적으로 유의미하게 일정한 공간을 점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의 지리적 공간을 점유한 불교와 유교의 건물이 더 많은 예산을 지원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이어 "1027기념관이나 서소문공원의 성지화나 종교가 아니라 종교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기획돼 정부 보조금을 받아가고 있다. 문화·예술 꼬리표를 다는 순간, 종교는 정교분리 종교차별 종교자유의 문제를 비켜갈 수 있다. 이 부분에 주목해야한다"고 했다.

이 HK교수는 "수행자 혼자 지키고 있는 텅빈 종교공간을 거니는 관광객의 모습을 떠올린다. 템플스테이는 그런 과정의 출발점이었을 뿐이다. 종교가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사진을 찍으며 구경하는 공간으로 전락할 때, 그렇게 생존한 종교를 여전히 종교라고 불러야하는지는 의문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종교가 문화가 되고, 종교가 영성이 될 때, 역설적으로 종교가 돈이 되고 돈을 버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종교가 스스로 잘 성찰해야 하는 대목"이라고 했다.

"템플스테이 관련 불교계 비판 모두 틀려"

▲ 김영국 연경사회문화정책연구네트워크 상임연구위원. ⓒ 불교닷컴

김영국 상임연구위원은 황평우 전문위원의 템플스테이 관련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상임연구위원은 "템플스테이 사업을 불교계가 받아들인 이유는 종교 차원도 관광 차원도 아니었다. 전통사찰이 관광상품화 될지 모른다는 우려는 템플스테이 초기부터 줄곧 불교계가 가져온 고민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템플스테이는 전통문화체험 가운데 세계적으로 드물게 성공을 거둔 사업이다. 프로그램이 종교적이라는 지적은 맞지 않다. 의식의 참가여부는 자율적이다. 황 전문위원이 본보기로 보여준 프로그램도 지난 2005년 것으로 현재는 훨씬 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김 상임연구위원은 "템플스테이를 이용하는 외국인 이용자 수가 줄고 있다"는 지적에도 적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외국인 참여수보다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외국인의 만족도를 중시해야 한다. 템플스테이를 통해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정부 예산으로 땅까지 사는 건 안 돼"

김 상임연구위원은 MB정권 당시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을 이유로 전통문화수호 운운했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말 바꾸기를 '6개월짜리 반정부 투쟁 쇼'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종교계에 주는 예산이 특정 종교세력의 정권 유지에 사용되고 있다.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상임연구위원은 "10·27법난은 정부가 불교계에 잘못된 공권력을 행사한데 대해 반드시 피해보상과 명예회복을 해줘야 한다"면서도 "피해보상과 명예회복 차원 넘어서 불교계가 한몫 챙겨야겠다는 것은 문제이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로부터 1500억 원을 받아서 땅을 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계종이 정부 돈으로 토지 구입하겠다는 발상은 잘못이다. 10·27법난과 관련해 개별 사찰의 피해보상과 명예회복을 하고, 기념관 등은 불자들의 힘으로 기념관 세우는 것이 맞다"고 했다.

김 상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종교계에 주는 지원금이 정부 여당 권력과 종교권력이 유착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템플스테이 예산의 분배는 조계종 총무원장이 실질적 결정권자이다. 180억 원이라는 큰돈이 종교권력을 유지하는데 이용되고 있다"고 했다.

김 상임연구위원은 전통사찰에 지원되는 국고, 방재시스템도 조계종 총무원장의 권력 유지를 위해 쓰이고 있다고 했다. 문화재 방재시스템도 예산이 쓰일 사찰 결정을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가 한다. 총무원이 방재시스템 업자를 선정하고 대상 사찰을 선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상임연구위원은 "국가는 종교계에 큰 돈을 주면서도 그 예산이 적절하게 집행됐는지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하고 있다. 종교계 내에서도 이에 대해 언급하는 단체가 없다"고 했다.

그는 "종무실을 위원회 체제로 개편한다고 해도 정부 기구 어디선가는 예산을 종교계에 줄 것이다. 나랏돈이 특정종교 단체 내부에서 배분하는 과정에서 종교권력을 유지하는데 사용되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 국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견제·감시할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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