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나니까 떨어져!" 난 '똥통 금강'에 빠졌다
[10만인리포트-김종술, 금강에 산다] 큰빗이끼벌레와의 2라운드 '나 홀로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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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0일 충남 공주시 고마나루 솔밭유원지 부근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는 축구공 2~3개 정도의 크기로 자라고 있는 모습. ⓒ 김종술
"똥통에 빠졌어요? 냄새 나니까 좀 떨어지면 좋겠네!"
지난 여름, 금강을 점령하다시피 한 머리통만 한 녀석들은 흉측한 몰골에 시궁창 냄새 같은 악취까지 풍겼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두부처럼 힘없이 부서지고 미끌미끌거리는 게 여간 기분이 나쁜 게 아니었다. 그 녀석들을 다시 물속에 집어넣어도 손바닥에는 수백 개의 까만 점들이 남아 있었다. 녀석들의 흔적은 물에 씻으면 없어지지만 악취는 며칠 동안 몸에 남았다. 그 탓에 내가 사람들에게 다가서면 그들은 '제발 떨어져 있으라'고 아우성을 쳤다.
나는 4대강 사업이 시작된 뒤 일주일에 2~3번씩 금강 현장을 취재했다. 지난 6월 큰빗이끼벌레를 발견하고부터 빈도가 부쩍 늘었다. 눈뜨는 시간부터 달이 떠오르는 시간까지 한달에 25일 정도 강변을 헤집고 다녔다. 모두가 꺼리는 큰빗이끼벌레를 직접 확인하려면 하루에도 2~3차례 물속에 들어가야 했고, 매번 그 녀석을 손아귀에 넣어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나는 착각했다
▲ 충남 부여군 구드레나루터 인근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는 가마솥 크기로 자라고 있었다. ⓒ 김종술
큰빗이끼벌레를 뒤집어쓴 금강에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난 뿌듯했다. 나의 첫 보도 이후 큰빗이끼벌레는 순식간에 4대강 환경 관련 검색어 1위까지 등극했다. 평소 안면이 없던 기자들까지 '선배님', '형님', '기자님'이라고 나를 부르면서 큰빗이끼벌레 취재에 협조를 요청했다. 나는 SBS <물은 생명이다>, KBS <추적 60분> <시사기획 창>, MBC <시사플러스> 등 방송에 출연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때, 잠시 착각에 빠졌다.
'많은 국민들이 금강 괴물의 출현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데, 꼭 잠긴 4대강 수문을 열지 않고는 못 배기겠지.'
이런 기대 때문에 금강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4대강 사업으로 변해가는 강의 모습을 기록했고, 어떤 날은 트렁크에 처박힌 빵조각을 먹고 배탈이 나서 강바닥을 뒹굴기도 했다. 이런 미련한 짓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위로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명박근혜'가 강물에 박아놓은 4대강 수문은 철옹성처럼 끄덕도 하지 않았다. 잠시 금강에 머물면서 떠들썩하게 호들갑을 떨던 그 많은 언론사 기자들도 썰물처럼 모두 빠져 나갔다. 장마철로 접어들어 유속이 세지고 흙탕물이 일면서 큰빗이끼벌레도 한동안 금강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수온이 16도 이하로 떨어지면 사라진다?
▲ 수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진 최근에 발견된 큰빗이끼벌레는 고구마처럼 마름이나 썩은 나뭇가지 등에 붙어서 자라고 있었다. ⓒ 김종술
올해는 이렇게 끝이 나는 줄 알았다. 서지은 우석대학교 생물학과 교수와 지난 7월에 인터뷰를 했는데, 그는 "수온 25도는 큰빗이끼벌레가 제일 좋아하는 온도로 이때 급격하게 번성하고, 수온이 15~16도로 떨어지면 군체가 와해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 죽게 되면 휴면아(휴지아)가 바닥에 가라앉거나 물 위에 떠 있고, 이후에는 큰빗이끼벌레의 휴면아가 물속에서 다시 월동을 하는데 추위에도 엄청나게 강하다. 큰빗이끼벌레 같은 종은 염분에도 강하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찬바람이 불면 없어진다는 전문가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초가을부터 공주보 인근에서 손톱만 한 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더니 5일 만에 주먹만 하게 커졌다. 수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졌는데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이었다.
또 다시 시작한 전투... 이번엔 '나 홀로'
▲ 구두 충남 공주시 쌍신공원 인근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는 누군가 신다 버린 구두에 붙어서 자라고 있었다. ⓒ 김종술
그날부터 다시 전투가 시작됐다. 오전 8시부터 장화를 신고 안개가 자욱한 강변을 걷고 뛰었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충남 공주시 쌍신공원을 시작으로 세종보, 백제보 등 매일 같이 차량에 기름을 넣어야 할 정도로 먼 거리를 이동했다. 어제까지 카메라에 찍힌 놈들이 보이지 않으면 혹시나 누가 밤 사이에 거둬갔는지, 밤에 수문을 열고 아침에 여닫는 과정에서 흘러갔는지를 확인했다. 또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마릿수를 헤아렸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들어갔는데, 수온이 낮아지면서 깊은 곳에서 발견되는 녀석들을 만나기 위해 허리춤, 가슴까지 잠기는 물속까지 헤집고 다녔다. 한번은 4대강 준설로 웅덩이진 곳에 모르고 들어갔다가 빠져서, 허우적대면서 '똥물'을 먹어야 했다. 또한 퇴적된 펄 바닥에 빠졌다가 간신히 빠져나온 뒤에 강변에 쪼그리고 앉아 울기도 했다.
올 가을에 시작된 큰빗이끼벌레와의 2라운드는 '나 홀로 전투'였다. 다른 언론의 분위기는 지난 여름과 너무 달랐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큰빗이끼벌레가 수온이 떨어진 가을에 다시 창궐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다른 언론사 기자들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냄비근성, 즉 끈질기게 추적해 심층보도 하면서 사회에 대안을 던져주기보다는 잠깐의 흥미에 호들갑을 떠는 언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사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찬바람이 불면서 한낮을 제외하고는 수온이 10도 이하로 뚝 떨어졌다. 전문가들의 말처럼 낮아진 수온에 군체가 와해하면서 휴면아 상태로 빠진 큰빗이끼벌레가 강바닥과 하류로 흘러가고 있다.
그 때문인지 물이 고인 곳이나 완곡부에는 바닥을 보지 못할 정도로 물이 탁하다. 하지만 일부는 낮은 수온에서도 건강한 모습으로 자라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 수온이 상승하면 녀석들은 올해보다 더 왕성하게 번성할 것으로 보인다.
또 흉측한 겉모습과 악취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녀석들이 수질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최근 '생태계 및 수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충청남도 민관공동조사단은 큰빗이끼벌레 서식 및 분포에 따른 조사, 수질 및 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사멸 시 수질에 미치는 영향 등 4대강 전역에 대한 국내 최초의 실험내역을 공개했다.
결론적으로 '큰빗이끼벌레 사멸 시 수중 용존산소를 고갈시키고 암모니아 질소 발생과 수질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름에 창궐한 큰빗이끼벌레가 잠시 뜸하다고 안심할 일은 아닌 것이다.
특히 조사단은 생육조건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기존 학술자료를 웃도는 2~3m 규모의 군체까지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체 용량의 0.5~2%의 큰빗이끼벌레가 폐사하는 경우를 반응조에서 모의 실험한 결과, 2~3일 만에 용존산소를 급격하게 소모하게 해 혐기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정체 수역에서 대량 사멸할 때 용존산소 부족, 암모니아 농도 증가를 초래하여 수중 동식물 서식환경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개로 자욱한 금강 "이게 다 명박이 때문"
▲ 지난 7월 23일 수자원공사가 보트를 이용하여 스크루를 돌리면서 큰빗이끼벌레를 학살하면서 공주보 좌안에 큰빗이끼벌레가 떨러져 나간 젤라틴 성분의 속살만 나뒹굴고 있다. ⓒ 김종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사람이다. 강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요즘 금강변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하는 말이 있다.
"4대강이 끝나고 악취가 심해서 운동하기 힘들어."
"이게 다 명박이 때문이여."
악취뿐만이 아니다. 보의 영향인지 4대강 사업이 끝난 이후 금강은 늘 안개로 자욱하다. 그 안개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사회적 비용도 늘어가고 있다. 안개로 인해 금강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호흡기 질병이 늘고 있다는 보고서를 보기도 했다.
매년 녹조가 쌓여가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공산성이 무너지고, 그 비용을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고, 그 사체로 물이 썩고 있다. 짙은 물안개로 농사에 지장을 초래하고 주민들의 건강마저 위협하고 있다. 앞으로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4대강 사업의 폐해가 점점 인간에게 다가서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며칠 전 첫눈 오던 날 찾아간 금강. 살을 에이는 듯한 칼바람에 수온이 뚝 떨어지자 큰빗이끼벌레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전멸한 것은 아니다. 수백만, 아니 수천만 마리의 개체들은 한겨울 동안 잠시 견디다가 내년 봄부터 깨어나 서로의 몸을 붙여가면서 군체를 이루고 녹색 금강을 점령할 것이다.
강은 많은 사람들을 품으면서 생명을 싹 틔우는 삶의 공간이다. 그런 강이 죽으면 인간도 살기 어렵다. 그래서 난 오늘도 카메라를 메고 홀로 죽어가는 '똥통 강변'을 걷는다. 비단결 같다던 금강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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