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식 인사 태풍 시작될 것"
[분석] 일단 '안정' 선택... 이건희 회장 와병, 실적 악화 맞물려
▲ 삼성 이건희 회장이 지난 5월 11일 이후 200일 넘게 투병 중에 있고, 주력 계열사인 전자의 실적 악화 등 그룹 전반에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 연합뉴스
'물갈이보다 일단 안정,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1일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 대한 평가다. 이번 인사가 관심을 모은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200일 넘게 투병 중에 있고, 주력 계열사인 전자의 실적 악화 등 그룹 전반에 위기감도 고조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재용-이부진-이서현 등 삼성 3세 중심의 그룹 계열사 개편도 진행 중에 있다.
결과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선택은 '일단 조직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성과 주의'와 '신상 필벌'이라는 삼성의 인사 원칙대로라면 물갈이도 예상됐지만, 당장 지나친 변화는 피한 셈이 됐다.
삼성의 한 고위 인사는 "예전 같은 상황이었다면 아마 전자 등 계열사 수장들 일부가 교체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 같은 상황'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묻자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 있을 때 등을 생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신 "당장 수장들을 아웃시키는 것보다 기회를 한번 더 준 셈"이라며 "아마 앞으로 조직 개편 등 진짜 이재용식 인사 태풍이 휘몰아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악화 삼성전자 핵심 3인방, 일단 한 번 더 기회 얻었지만
삼성이 이날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사람은 모두 3명이다. 또 부회장이나 이씨 오너 일가 가운데 승진한 사람은 없었다. 이 같은 규모의 인사는 지난 2008년 5월 사장단 승진자 3명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김용철 전 삼성법무팀 변호사의 비자금 의혹 폭로와 삼성 특검, 이건희 회장 퇴진 등이 있었던 시기였다. 그룹 차원에선 위기였고, 특수한 상황이었다.
이후 매년 삼성 인사에서 사장 승진자는 적게는 6명에서 많게는 12명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를 비롯해 건설, 금융계열사 등도 실적이 크게 떨어졌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올해 삼성전자를 포함해 많은 회사들의 경영실적이 부진해 승진 등 인사 폭이 예년에 비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대신 삼성전자의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 사장 등 이른바 전자 '빅3'는 모두 유임됐다. 이로써 삼성전자 대표이사 '3톱 체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에 앞서 일부 외신은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 실적 악화 등의 이유를 들어 신 사장 등이 경질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준 팀장은 "신 사장은 전자가 휴대폰 사업에서 글로벌 1등으로 올라서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면서 "향후 변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또다른 관계자는 "신 사장이 유임되긴 했지만, 전자의 무선사업부는 앞으로 조직개편 과정에서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어왔던 IM부문의 무선 사업부 사장급 3명이 경질됐다. 이어 12월 초께 임원급 인사와 함께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예정돼 있다. 인력 전환 배치를 비롯해 대규모 구조 조정설도 나돌고 있다.
이건희 회장 병상속에서 취임 27주년...3세 오너 승진 없어
▲ 지난 4월 26일 미국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오바마 대통령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국내 재계 총수들이 참석해 있다. 왼쪽에서 네번째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인사의 또 다른 관심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진 여부였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200일 넘게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3세 오너의 승진은 없던 일이 됐다. 이준 팀장도 "회장이 와병중인 상황에서 그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1일로 자신이 회장으로 취임한 지 꼭 27년을 맞이했다. 이 회장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 앉을 수 있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효상 삼성 전략실 상무는 "별도의 기념식같은 행사는 계획돼 있지 않다"면서 "대신 그룹 인사와 조직 개편에 따라 회장의 '마하 경영' 등 경영 쇄신 철학도 실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너 3세들의 승진은 없지만, 김재열 삼성 엔지니어링 사장이 제일기획 사장으로 옮긴다. 제일기획에선 스포츠 사업 총괄을 맡는다. 따라서 제일기획은 이서현-김재열 부부와 임대기 사장 등 3명 체제로 운영된다.
최근 이혼 준비 중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의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부 언론에서 임 부사장이 삼성을 떠나 미국 등 유학에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임 부사장 쪽은 부인했다. 임 부사장 쪽은 또 이날 이 사장과의 이혼조정을 위한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본격적인 소송 준비에도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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