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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늘 원전사고 나도 놀랄 일이 아닌 나라"

[현장] <탈바꿈: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 출간 기념 북콘서트

등록|2014.12.02 14:06 수정|2014.12.02 14:06

강연하는 김익중 교수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 및 경주 환경운동연합 연구위원장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가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카톨릭청년회관에서 <탈바꿈: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후쿠시마 원전 1호기가 터질 때 '일본은 끝났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핵발전소에는 원자폭탄보다 만 배 많은 우라늄이 들어가는데, 그게 터졌으니까요. 그런데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원전이 폭발했습니다. 이제 일본은 일어나기 어려울 겁니다."

'탈핵 전도사'로 불리는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의 진단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과 경주 환경운동연합 연구위원장직도 겸하고 있는 그에 따르면, 현재 일본 국민이 살 길은 이민뿐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일본 땅의 70%가 방사능에 오염됐고, 바로 옆에 위치한 북태평양 또한 대부분 오염됐다. 오염되지 않은 지역에 살더라도 농산물이 전국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방사능 피폭을 막을 길이 없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에서 원전이 폭발한 지 3년 반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인간은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이다. 김 교수는 "사람이 다가가면 단 몇 분 만에 사망할 정도로 많은 방사능을 뿜어내는 탓에 로봇을 투입했지만, 로봇도 사진 한 장 찍지 못하고 즉사했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앞 바다에는 지금도 오염수가 유출되고 있다.

쓰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다음은 한국인가

▲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카톨릭청년회관에서 <탈바꿈: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이웃나라 일본이 한순간에 회복 불가능 상태로 빠지는 걸 목격하고도 한국 정부의 탈핵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1일 저녁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탈바꿈 :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아래 탈바꿈) 출간기념 북콘서트에서 김 교수는 "한국은 오늘 원전 사고가 나도 놀랄 일이 아닌 나라"라며 "쓰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에 이어 한국이 그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탈바꿈>은 김 교수를 포함한 탈핵 활동가 21명이 방사능이 인류 건강과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 핵발전소의 위험성, 재생 가능한 대안에너지의 필요성 등을 쉽게 풀어 쓴 '탈핵 입문서'다.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기획으로 출발한 이 책은 원전에 대한 지식과 함께 탈핵을 위한 실천 방법도 안내한다.

김 교수가 한국이 다음 순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과거 원전 사고에서 찾아낸 공통점이다. 그는 "미국, 소련, 일본 등 원전 사고가 일어났던 나라의 공통점은 원전 개수에 있다"며 "차가 많은 나라에서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듯, 원전을 많이 보유한 나라에서 사고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미국·프랑스·일본·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원전을 보유한 나라다.

또한 후쿠시마에서 폭발한 원전은 모두 30년 넘게 가동된 것들이었다. 한국에도 30년 넘게 가동 중인 원전이 3개나 되지만, 폐쇄하지 않고 계속 수명을 연장해서 쓰고 있다. 김 교수는 "상식적으로 봐도 30년 이상 돌아가는 기계는 없다"며 "수명을 넘긴 노후 원전을 더 이상 쓰면 안 된다는 걸 후쿠시마가 보여줬지만 한국 정부는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본 국토 중 고농도 오염으로 분류된 곳의 면적은 남한의 크기와 일치한다"고 전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남한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전 국토가 고농도 오염 지역이 된다는 뜻이다. 전 국민이 꼼짝없이 이민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김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원자력은 "10만 년의 저주"다. 사고 이후에는 물론, 그 자체만으로도 뒷감당이 안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핵폐기물이다. 원전에서 나온 폐기물 중 방사선 세기가 강한 고준위폐기물은 2~3분만 보고 있어도 즉사할 정도로 사람에게 치명적이다. 때문에 최소 10만 년을 밀폐된 공간에 보관해야 하는데, 김 교수는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고 단언한다.

"일본 국토 중 고농도 오염 면적은 남한 크기와 일치"

▲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카톨릭청년회관에서 <탈바꿈: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 출간 기념 북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이날 김 교수는 "원전은 사양 산업"이라고 확언했다. 그는 "유럽은 1988년까지 원전을 늘려오다 그 뒤부터 계속 줄여왔고, 미국도 1990년에 최고점을 찍은 뒤 하나도 짓지 않는 등 원전은 사양 산업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오로지 한국만 목숨을 건다"고 지적했다. 또한 "IAEA(국제원자력기구)도 앞으로 세계 핵발전소 가동 개수가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고 덧붙였다.

유럽이 원전을 줄이는 대신 택한 에너지원은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다. 2012년 그린피스가 공개한 발전현황 자료를 보면 약 15년 전부터 전 세계에서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늘어났고, 반면에 원전은 감소 추세다. 전체 에너지에서 재생가능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 세계 평균은 20%이고, 원자력은 그의 절반인 10% 정도에 머문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전 세계가 어깨동무하고 풍력, 태양광으로 가는데 한국만 혼자 원자력을 고집하면서 정반대로 가는 모습"이라며 "한국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탈핵 흐름에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북콘서트에서 사회를 맡았던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올 8월 시민단체의 초정으로 일본에 방문했을 때 후쿠시마에서 목장을 하다 탈출한 목장주가 절규하는 모습을 본 것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후쿠시마를 떠돌다 굶어 죽었을 그의 소를 상상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후세대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며 책 출간 이유를 밝혔다.

일본인 저자 중 한 명인 다카노사토시 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 활동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고향을 잃은 사람만 12만 명이고, 이 사람들 중 공동체를 잃은 스트레스로 자살하거나 사망한 사람도 수천 명"이라며 "단순히 '일본에 여행을 가도 되느냐', '일본산 식품을 먹어도 되느냐'라고만 물을 게 아니라, 핵을 이용하는 문명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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