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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이우환 미술관' 건립 사실상 포기

대구시의회, 예산 전액 삭감... 시, 2일 의회 보고하고 포기 선언할 예정

등록|2014.12.02 09:36 수정|2014.12.02 09:38

▲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26일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우환 미술건 건립예산 폐기를 촉구했다. ⓒ 조정훈


대구시가 그동안 건립을 놓고 고심하던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이우환 미술관)'의 건립을 사실상 포기하기로 했다. (관련 기사 : "확정되지도 않은 '이우환 미술관 예산' 포기해야")

대구시는 이우환 미술관 건립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채 20억 원과 국비 28억 원 등 내년도 예산 48억 원을 책정했으나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전액 삭감했다.

문화복지위 시의원들은 이우환 미술관 예산을 전액 삭감한 이유로 건립 여부가 결정되지도 않은 미술관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예산의 명확성과 예측가능성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화 문화복지위원장은 "이우환 미술관 건립비용 전액을 삭감했지만 대구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면서 "이미 예견된 일로 대구시도 예산을 책정했지만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관 건립 논란' 책임소재 놓고 문책론 일 듯

대구시는 미술관 삭감과 관련해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앓던 이를 뺀 것 같다는 반응이다. 대구시 문화관련 담당자는 "이우환 작가가 작품구입비 등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아 그동안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이우환 미술관 건립을 포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민예총과 대구참여연대 등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취임한 이후 계속적으로 미술관 건립 포기를 요구해왔다.

최수환 대구민예총 고문은 "지금 대구에 공공의 이름을 가진 미술관은 대구미술관 하나뿐이고 최소한 10개 이상의 미술관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정작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싫어한다는 이우환 미술관을 굳이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한상훈 대구민예총 사무처장은 "대구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우환 화백의 미술관을 빚을 내어 짓는다는 것은 대구시민 뿐 아니라 대구에서 예술을 하는 예술가들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 11일 오후 대구시청에서 열린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설명회에서 미술관의 콘셉을 설명하고 있는 이우환 작가. ⓒ 조정훈


이우환 작가도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건립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작가는 지난 9월 대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 이름을 딴 미술관 건립에 반대했지만 대구시가 계속 요구해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작품구입비가 과도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이 작가는 "지금은 참여하려는 작가의 작품비가 높게 올라 한 작품당 100만 달러에서 600만 달러 이상이다"라고 말해 대구시가 당초 책정한 100억 원으로는 작품을 구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와 시민단체들 사이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대형 미술관을 건립하고도 미술작품이 몇 점밖에 되지 않는다면 1종 미술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이후 이 작가에게 미술관을 건립할 경우 참여작가가 누구인지, 작품의 구입비는 얼마나 들 것인지 알려달라는 서신을 보냈지만 이 작가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대구시는 이우환 미술관 건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2일 오전 열리는 대구시의회 확대의장단 회의에서 이 문제를 보고하고 의회 의견을 거쳐 미술관 포기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술관 건립 포기에 따른 책임소재를 놓고 논란이 일 예정이다. 이우환 미술관은 전임 시장인 김범일 전 시장의 역점 사업이었으며 이미 설계비 5억 원과 부지구입비 9억 원 등이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투명하지 않은 결정으로 혼란을 빚은 이우환 미술관 건립에 대한 책임론과 문책론이 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이우환 미술관 포기를 환영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시민사회와 문화예술계는 사업의 타당성, 적절성, 투명성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며 "대구시장은 공식 입장을 밝히고 최고책임자로서 최종 종결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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