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만화전 '지지않는꽃' 개최
광주 시민들의 호응 얻어... 행사 준비 미흡으로 불편 초래하기도
▲ 광주시 문화스포츠 센터 ⓒ 박정훈
지난 3일 경기광주 문화스포츠 센터에서는 의미있는 전시회의 오프닝이 열렸다. 바로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서 전세계인들에게 큰 충격과 반향을 일으켰던 위안부 만화전이다. 이 기획전은 12월 2일부터 15일까지 계속된다.
성황리에 오프닝이 열린 이날의 분위기와는 달리 행사당일 초반과 전시회가 열리기 전 여러 불협화음들이 있었다. 다행히도 이날의 행사는 시민들의 많은 관심 속에 훈훈한 결말을 맞았다.
나눔의 집 할머니들 오해 받은 만화전 작가들
▲ 나눔의 집 방문중인 위안부 만화전 작가들 ⓒ 박정훈
12월 3일 오픈 행사는 오후 4시 반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만화기획전이기 때문에 참여 작가들은 나눔의 집을 방문했다. 정기영, 김금숙, 최민호, 최신오, 김광성, 최인선, 김신 등 작가들과 김병수 만화연합 단장. 이 행사의 처음과 끝까지 준비에 참여한 한기석 광주시민연대 공동대표까지. 이들은 할머니들에게 간단한 인사 및 전시회 안내를 하기 위해서 찾았다.
하지만 예상치 않은 불호령이 있었다. "우리가 만화에도 나와야 하느냐(조롱받아야 하느냐)?"며 한 할머니께서 역정을 내셨다. 이 갑작스런 항의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기존에 만화책으로 할머니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돈을 벌려고해 과거 법적 소송까지 했던 사람들로 오인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주 나눔의 집 봉사를 온다던 김금숙 작가의 중재와 설명으로 잠시의 혼란과 오해는 풀렸다. 만화전의 의도가 상업적 이용이 아닌 할머니들의 피해 입은 위안부문제에 대한 공론화와 역사적 사실을 알리고자함을 거듭 설명했다. 이들은 바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한국만화기획전 '지지않는 꽃'의 행사장인 광주 문화스포츠센터 전시관으로 이동했다.
행사 전 어린 학생들의 예비 공연과 광주아카데미 예술단의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김미연' 뮤지컬 배우 노래와 개회인사 및 내빈소개 등이 이어졌다. 광주시민 뮤지컬단의 '나비로 다시 태어나다' 뮤지컬 갈라쇼로 분위기는 한층 뜨거워졌다. 테이프 컷팅 및 기념 촬영 후 전시장 작품 감상의 순으로 행사는 진행됐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공식행사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어보였다.
시민들의 불편함을 초래한 지자체 행사진행의 운영미숙
▲ 위안부 만화전'지지않는꽃' 기획전 행사에 관람온 광주지역 시민들. ⓒ 박정훈
위안부 만화전이라는 의미심장한 기획전이 개최되었음에도 이날 광주시 문화스포츠 센터의 운영미숙은 찾아온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당초 오픈 행사를 관람하기엔 장소가 협소할 것이라는 문제가 거론되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당일 현장에서는 시민 관람자들을 위한 준비가 미흡했다. 오히려 센터 측은 초기 관람자들과 실랑이까지 벌였다.
2시간 남짓의 오프닝 공연등의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서 공연을 관람하라는 센터 측과 "2시간 동안 어떻게 서서보냐"며 의자에 앉아서 볼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시민들과의 마찰까지 벌어졌다. 결국 시민들의 요구로 좌석을 설치했다. 하지만 "센터 측이 행사 관람하는 시민들의 편의에 무관심한거 아니냐"는 시민들의 불만을 샀다.
행사준비과정상의 문제는 비단 이날의 일만은 아니었다. 기존 준비시작 전부터 센터 측과 행사를 추진하는 쪽의 문제는 발생되어왔다. 센터 측과 행사추진 쪽은 쌍방 협의에 어려움들이 있었다. 관련 사실 확인을 위해 11월 25일 센터 고위 관계자와의 통화에 나섰다.
관계자는 "너무 급작스럽게 일이 진행되었고, 1년 예산이 미리 다 반영된 부분이 있으며, 관련예산의 절차상의 문제, 관람자를 위한 버스 운행 편은 보험가입을 따로 해야 하는 문제 등으로 인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광주시에서 열리는 행사임에도 문화스포츠센터는 이 행사에 무료 대관 외에는 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행사당일까지 센터는 시민들의 편의문제로 인해 광주시민들과도 불협화음을 보였다.
예상치 못한 작가들의 정성 깊은 사인회 모습
▲ 위안부 만화전 '지지않는꽃' 현장 사인회 모습 ⓒ 박정훈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 잡은건 정성스런 오프닝 행사였다. 어린학생들의 노력이 가득담긴 공연과 지역시민들이 정성을 담아 준비한 공연들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게다가 더욱 예상치 못했던 반전은 이날의 작가사인회였다.
마지막 작가분의 사인회 모습은 일반적인 사인회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이날 사인회는 유독 시간이 길게 걸렸다. 사인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허나 이상하게도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짜증은커녕 오히려 즐거워 보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기존에 보아왔던 사인회의 모습과 이번 사인회의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 위안부 만화전 작가들의 캐릭터 담은 정성스런 사인 모습. ⓒ 박정훈
그저 덕담이 담긴 사인을 예상했다. 하지만 그냥 사인이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작가 개개인의 개성을 담은 캐릭터를 사인위로 그려놓고 있었다. 책장의 앞장마다 기다리는 모두의 책들에 개성입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그려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위안부 만화전의 책들은 각각의 캐릭터들을 책장에 담고서 더욱 생기를 전해주었다. 예상치 못한 정성스런 사인회의 모습에 시민들은 놀란 듯 하면서도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행사의 책들은 모두 3권이었는데 예상보다 1권을 넘어 3권을 구매한 시민들도 꽤 눈에 띄었다.
역사의식 있는 대한민국 만화, 미래 비관적이지 않아
이날 행사에 참여한 정기영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 부회장은 광주 지역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에 감사했다. 이번행사와 같은 역사의식 있는 만화전과 앞으로의 만화시장에 대해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예상했다.
"현재 만화 작가들은 기존작가들보다 진입장벽은 많이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출판시장이 가라앉아 있어서 예전보다 수익이 어려운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 위안부 만화전 만화책들. ⓒ 박정훈
그는 앞으로 만화의 장래성이 충분하며 만화의 쓰임새가 많다고 강조했다. 영화의 콘티나 광고 콘티 작업의 예를 들었다. 현재 상위와 하위의 격차가 크지만 본인들 스스로 자기만의 색을 가지면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이날 행사를 처음부터 계획하고 추진한 한기석 광주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역사에 대해 진보, 보수를 떠나서 함께해야 하며, 역사의식 있는 대한민국의 만화의 미래 긍정적으로 기대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더불어 만화전을 함께한 시민들과 작가들은 앞으로 더욱 이러한 기회가 더욱 넓혀지기를 기대했다. 그들은 공통되게 우리의 아프고 고통스러운 위안부 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함께해야 한다고 자신들의 생각을 전해주었다. 그들의 뜨거운 눈빛 뒤에 나눔의 집에서 역정을 내시던 할머니의 말이 조용히 뒤에 남았다.
"대한민국은 남자들이 더 창피한줄 알아야돼!"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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