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시대로 돌아가나... 정말 그런 생각이 든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181] 유우성 변호인단의 장경욱 변호사
▲ 장경욱 변호사 ⓒ 이영광
지난 11월 초 검찰이 대한변호사협회(아래 대한 변협)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 소속 변호사 7명에 대해 징계를 신청했다고 밝히자 파란이 일었다. 민변은 강하게 반발하며 "(이번 조치는) 공권력에 대항하는 변호사들의 옷을 벗기겠다는 공포정치의 향수와 증거조작 사건이 무죄가 난데 따른 악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국가공권력을 이용한 사적보복"이라고 검찰의 징계 신청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후 한 달이 흘렀다. 검찰의 징계요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러던 참에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사건'으로 <뉴스타파>와 함께 리영희상을 공동 수상한 유우성씨 변호인단의 장경욱 변호사를 만났다. 지난 3일, 서울의 교대 근처 그의 사무실에서 일문일답을 나눴다.
- 먼저 지난 1일에 리영희상을 수상하셨는데,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부탁 드려요.
"리영희 선생님께서 상식과 이성으로 우리 사회에 잘못된 생각들을 깨우쳐 주시고 항상 진실을 강조하신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사건'과 관련해서 여러 변호인들, 그리고 <뉴스타파>, <한겨레>와 협력해서 그 간첩조작을 드러내고 진실을 밝히는 것은 리영희 선생의 뜻을 이어받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상을 주신 것에 대해 너무나 기쁘게 생각하고, '앞으로 더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노력하라, 분발하라'는 뜻으로 알고 더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사건'은 어떻게 맡게 되셨어요?
"유우성씨는 2004년경에 탈북해 한국에 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왔던 분으로 탈북자로서는 최초로 서울시 공무원이 된 분이에요. 그러다 보니 남쪽의 청년들과 또 탈북해온 청년들이 함께하는 모임의 회장도 맡았어요. 이 단체에 후원하는 천주교 신부님께서 우성씨가 국가정보원에 의해서 체포된 것을 알고 민변 쪽으로 연락이 와서 사건을 맡게 되었습니다."
-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간첩 사건을 변호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거 같은데.
"우리 사회에서는 인권변호사들이 과거 국가 권력에 부당하게 탄압받는 시민들을 위해 변론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을 맡게 됐습니다. 또 그 과정에서 탈북자 분들이 한국 사회에 아무런 연고도 없고, 잡혀가도 누가 면회 올 사람도 없고, 또 제대로 자기 방어조차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겁도 나고 힘도 들었지만 방어력 취약한 이들을 위한 인권 옹호가 변호사의 사명이라고 느꼈습니다."
- 지난달 5일 검찰이 민변 소속 변호사 7명에 대한 징계 개시신청을 대한변협에 했어요. 장 변호사도 포함이 됐던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변호사에 대한 징계위원회는 1차로 대한변협이 하고, 2차로 불복이 있는 경우에는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 하도록 돼 있습니다. 또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불복이 있을 때는 행정소송을 하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징계개시 신청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지방검찰청 검사장 즉 검찰, 변호사, 법조윤리협의회인데 지금 검찰에서 징계개시 신청을 했어요.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수도 있고 징계사안이 되지 않는다면 회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대한변협 회장님의 권한이어서 지금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조사위원회가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대한변협의 회장님이 징계개시를 할지 여부를 미리 조사해서 징계위 회부 판단을 돕는데 저도 출석해서 문답조사를 받을 거예요. 아직은 조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 징계 사유 중에 거짓 진술을 종용했다는 부분이 있는데.
"지금 유죄가 확정돼서 청주여자교도소에 있는 이경애씨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이씨는 당시 여간첩 의심을 받고 있었어요. 북한에서도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사람인데 합신센터에서 6개월간 거의 사육되다시피 하면서 한 사람을 국가폭력의 구덩이에 몰아넣고 허위로 자백을 받아낸 거죠. 접견했을 때 저에게 이런 사실을 말했고 법정에서도 공소사실을 부인했어요.
하지만 다음 공판에서 검사는 이씨가 국정원장에게 보낸 편지를 근거로 제가 거짓 진술을 종용했다고 비난하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그 편지는 어떤 교도관이 제가 변론하면 형이 올라간다는 식으로 이씨에게 얘기하니까 겁을 먹고 그 교도관이 지시한 대로 쓴 것이더라고요. 이씨가 법정에서 그걸 설명하며 제가 변론해줄 것을 요청하기에 처음엔 놀랐지만 이해가 되어 남은 재판 변론을 다 했어요. 비록 유죄가 확정 되었지만 지금까지도 신뢰관계에 문제가 없어요. 이미 2년 전에 모든 것이 규명돼 일단락됐던 사건을 가지고 저를 징계개시 신청한 거예요."
- 검찰이 '민변 죽이기'를 하는 건 간첩 사건으로 구겨진 검찰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의도라는 견해가 있는 반면 세월호 진상조사위에서 민변의 활동 법위를 제한하려는 의도란 견해도 있어요.
"저는 국격을 떨어트리고 헌법을 부정하는 나치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들을 지금 국가기관이 표적 징계를 통해서 하고 있다고 봅니다. 단순히 민변에 대한 문제로 좁게 생각할 게 아니라 헌법상의 소중한 가치에 대한 도전행위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형사재판에서 대립 당사자인 검찰이 그 상대방인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변론했다는 이유로 징계개시 신청을 하는 건 이해가 안 돼요. '이건 시민에 대한 공격'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시간이 유신시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네요.
"그렇죠. 유신시대에는 '긴급조치'라는 것 때문에 유신헌법에 대한 의견을 말하면 체포되잖아요. 지금은 우리가 군사독재를 극복하고 민주화를 이루고, 더 나아가서 선진사회로 나가고자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유신시대에나 볼 수 있었던 현상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정말 유신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 보수언론의 공격도 심한 거 같아요.
"종편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이 근거 없이 저를 공격합니다. 거기에는 바로 우리 분단의 비극이라는 게 놓여 있습니다. 이 분단 상황에서 북과 관련해 그 누구도 이의제기하거나 그 문제에 대해서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면 '종북'으로 매도하지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연대하기보다는 뭔가 겁을 먹고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게 되잖아요.
우리 사회의 아픈 현실, 분단의 비극이라는 약점을 극우 보수신문들이 이용하잖아요. 그렇게 해서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리게 하고, 뭔가 의심스럽게 만들고. 이런 보수언론들이 간첩조작과 같은 국가 폭력을 조장해서는 안 돼죠. 언론이라고 한다면 국가폭력을 견제해야죠. 제대로 된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될 의무가 있는데 보수언론들은 지금 선동을 해서 사회 불안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양심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3일 검찰의 징계에 대해 기자회견한 것으로 아는데요.
"징계개시신청을 당한 저를 비롯해 징계 당한 민변 변호사들을 위해서 대리인단을 구성할 거예요. 또 권영국 변호사님과 같이 집회시위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 활동하다가 형사기소까지 당한 부분에 대해 형사변론에서 무죄를 밝히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여러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해 활동할 거예요. 그리고 국가기관이 헌법을 부인하면서까지 변호사들을 탄압하는 것을 국제사회에도 알릴 거예요. 극우 보수언론들이 계속 근거없는 악의적인 왜곡 보도를 하는 것에 대해 민사소송도 하기로 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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