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폭주하는 한국경제, 브레이크를 잃었다

[서평] 김종인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 박종훈 <2015년, 빚더미가 몰려온다>

등록|2014.12.10 10:45 수정|2014.12.10 11:07
박근혜와 '경제민주화'. 지난 대선 당시 저는 자신의 귀를, 눈을 의심했습니다. 너무나 '이질적' 으로 느껴지는 두 존재가, 너무나 당당하고도 자연스럽게 붙어있음에 말입니다. 하지만, 사실 그러한 당혹감 속에서 일말의 기대감을 품게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게다가 박근혜라는 인물이 경제민주화를 말할 정도라면 이것은 분명 다음 정권에서 어떻게든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여야와 국민 사이에 제대로 된 합의의 정치가 가능할 것 같다는 기대감에 차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2년이 채 지났나요?

지금 저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미 그 모든 기대를 저버린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실망은 경제민주화와 박근혜라는 - 이미 새삼스럽지만 너무나 다름이 명백한 - 두 주체를 연결시킨 장본인이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에게 누구보다 사무치게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김종인, 경제민주화, 그리고 2013년 체제로의 열망

▲ 박종훈 저 <2015년, 빚더미가 몰려온다> ⓒ 21세기 북스

사실 저와 같은 이제 막 20대에 들어서는 젊은, 혹은 어린 세대 중 김종인이라는 인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드물 수 밖에 없습니다. 486세대의 범주에 속하시는 저의 부모님 세대 중에서도 그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은 적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저는 그에 대해 알고픈 마음에 그의 저서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를 집어들었던 것입니다.

그저 그런, 선거용 책자일 것이라는 회의감은 잠시 뿐. 책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간단명료하면서도 깊은 흡입력을 가진,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들에 대한 깊은 성찰과 관심을 가진 이의 글이라는 것이 강하게 느껴지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김종인이라는 인물이 학자출신으로 박정희 정권 당시 경제개발을 뒷받침할 개혁제도들의 초석을 놓았고, 전두환 및 노태우 정부 당시까지 한국의 소득분배와 경제민주화 제도의 입안의 선두에 섰던 인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 꽤나 오랜 시간 가시적인 행보를 보여오지 않던 그가 다시 급작스레 정치권에 모습을 드리웠던 것은, 당시(2011년) 한국사회가 경제적으로, 그리고 그의 연장선상에서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큰 전환을 요구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판단에서 였습니다. 실제 저서를 통해 보여진 그의 입장은 양극화 해소, 대규모경제세력(재벌) 개혁, 노사관계 구조 전환, 금산분리 원칙, 그리고 조세 및 재정 개혁 등 다방면에 걸쳐 경제제도의 대수술을 통해 IMF 전후로 적체되어온 구조적 모순들을 해소함으로써 다시금 사회에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들 중 하나라도 2년의 시간, 그것도 막강한 임기 초반의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재벌 문제와 같은 사안은 도리어 정반대의 방향으로 달려나가는 것과 같은 양상을 띄었습니다. 특히 최경한 체제가 도입된 이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말마따나 방향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쪽으로 나아오게 되었습니다. 김종인 씨는 이를 한탄하며, 더 이상의 언급을 거부한 채 현실과 철저한 거리를 둔 채 칩거하고 있습니다. 그가 꿈꾸던, 많은 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2013년 체제로의 달콤한 도전은 그저 백일몽으로 끝나고 만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잃어버린 2년, 그리고 2015 체제

불과 며칠 전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앞에 붙은 대자보가 기사로 보도 된 적이 있습니다. 연세대 학생들이 동대학 경제학부 출신의 현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부디 제대로 된 경제 정책을 펼칠 것임을 강력히 촉구하는 내용의 '협박편지' 의 형식을 띄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거시적인 대의에서 펼쳐진 것 보다도, 무엇보다 지금 당장 먹고 사는 문제의 절박함에 짓눌린 이땅의 서민들, 청춘들의 분노가 담겨있는 글이었습니다.

그 뒤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해당 이슈에 대한 질문을 받자 최 부총리는 그 글을 읽어 보았다며, "(관련 정책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고 답했습니다.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에 일일히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정작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 역시 그러한 '바람' 들을 수용하는 것 보다는 정면으로 배치하는 길로 나아갈 것만 같은 것이, 현재 최 부총리의 행보입니다.

KBS의 경제전문기자인 박종훈씨의 <2015년, 빚더미가 몰려온다>는 2012년 경 발행된 도서이지만, 이제 2015년에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현재 그 예측과 제언을 반드시 곱씹어볼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무엇보다 이 도서가 흥미로웠던 것은,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한국호(號)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측면이 컸다면, <2015년, 빚더미가 몰려온다>는 지금 우리가 가만히 있을 경우 어떠한 '파국' 으로 치닫게 될 것인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2013년 체제' 의 성립과 '공포의 2015년 체제' 에의 경고와 같았던 것인데, 애석하게도 최경환 경제팀은 두 저자들의 제언과 정반대로 인위적인 부동산 부양 정책을 펼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해 서민증세 논란, 정규직 비정규직화 발언 등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길을 모색할 2년을 잃어버린 채로 '2015년 체제' 를 향해 한국호를 쓸려보내고만 있습니다. 

브레이크 잃은 한국경제, 우리는 경주마가 아니에요!

바야흐로 '먹고 사는 일'이 청춘들의 가장 큰 고민이 되어버린 시대입니다. 꺼져가는 성장의 불씨는 이 땅의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앚아 갔으며, 이미 사회에 진출해 있던 이들의 자리도 서서히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그 자리를 다시금 채우는 것은 이제는 비정규직이라는 힘겨운 틀입니다.

지금 정부의 경제 정책은 너무나 일방향적으로만 질주해 나가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성장률을 끌어올려 다시금 고도성장을 추구하기 위한 질주의 레이스 처러 보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일은 더 이상 힘들다는 데에 있을 것입니다. 과거의 산업화 시절의 사고방식과 이미 타국에서, 특히 일본에서 수차례 실행되었고 혼돈의 결과를 초래한 인위적인 부동산 대책, 경기 부양 방식은 악순환의 고리를 재생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경주마가 아닙니다. 때로는 힘들수록 주변을 둘러보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볼 수도 있습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것은 비단 개개인의 삶에서만의 진리는 아니지 않을까요? 지금 이 순간, 새로운 경제적 길을 모색하기 위한 올바른 노력을 촉구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경주마가 아닙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