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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무게감 있는 '펀치' 날리고 싶었다"

<위기의 삼성, 한국 사회의 선택> 북콘서트 열려... "이제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등록|2014.12.08 16:52 수정|2014.12.08 18:21
"삼성 총수 일가가 과연 지속 가능할까요. 삼성에 대해 제대로 알면 우리가 삼성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 조그만 희망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고요."

권영국 변호사는 신간 <위기의 삼성, 한국 사회의 선택>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5일 저녁, 서울 마포구 합정동 국민TV 지하 국민 카페에서 '삼성, 바로보다'라는 이름으로 책 <위기의 삼성, 한국 사회의 선택>을 위한 북콘서트가 열렸다. 연말 송년회 느낌을 물씬 풍긴 이번 북콘서트에서는 반올림 회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 등 60여 명이 참석해 카페를 가득 채웠다.

"책이 768페이지에 이르는데, 이렇게 두껍게 만든 이유가 뭡니까?"

사회자가 물었다. 지은이 중 한 명인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가 "일단 부피와 두께로 압도하면서 삼성에 무게감 있는 펀치를 날리고 싶었다"고 답하자 청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조 교수는 "아무도 삼성에게 노동 인권 유린 같은 문제를 따지지 않는다. 국가 권력과 언론을 대신해 이제 우리가 삼성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책을 쓴 소감을 밝혔다.

행사는 노래로 시작해 노래로 끝났다. 북콘서트는 핑계고, 사실은 삼성과의 싸움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연말 음악회 같았다.

▲ 박유진 씨의 <또하나의 소녀> 상을 배경으로 손병휘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 반올림


"삼성에게 부탁해요"

"왜! 알 권리가 중요한지~!"

뒤뚱뒤뚱 '알 권리 송'을 부르며 춤을 추는 황상기씨와 이종란 노무사가 뮤직비디오에 등장하자 곳곳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백만장자보다는 청년 백수 거기에 우리 모습이 있네" 초대가수이자 사회자인 손병휘씨의 '메이저보다는 마이너'는 처음 듣는 사람들도 열심히 따라 불렀다. "개미 지렁이 고라니 호랑이 느릿느릿 발걸음 맞춰봐 같이." 솔가와 이란이 부른 '같이 산다는 것'은 가사를 곱씹으며 음미하기 좋았다. "우린 앞에 나온 가수들처럼 프로도 아니고 뭐도 아니에요"라며 잔뜩 김을 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래패 '밧데리'는 프로가 아니라는 말이 무색하게 능숙한 솜씨를 뽐냈다.  

가수가 수차례 바뀌는 동안 무대 한 쪽에는 '또 하나의 소녀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황상기씨와 이종란 노무사의 인사 때 조각상을 만든 박유진씨가 등장해 깜짝 인사를 올렸다.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린 한혜경씨는 편지를 써 와 더듬더듬 읽어 내렸다. 그녀가 편지를 읽는 동안 사람들은 다들 천장만 바라봤다. 이종란 노무사는 눈물을 흘렸다.

"정말 삼성한테 부탁해요. 신입사원을 뽑았을 때 건강검진 1년에 한 번씩 하는 거 형식적으로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건강검진해서 다시는 저 같은 사람 나와서는 안 돼요. 내가 살아도, 이게 사람처럼 사는 거 아니거든요."

북콘서트에는 특별한 손님이 한 명 더 찾아왔다. "삼성전자서비스는 노조가 생기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하는 그. 바로 박성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지회장이었다.

"우리의 권리, 이제 주장할 수 있습니다"

▲ <위기의 삼성, 한국사회의 선택> 북콘서트 ⓒ 반올림


"제가 10년 정도 근무했는데, 노조가 생기면서 많은 게 변했어요. 우리는 점심 시간, 기본급, 업무 차량이 없었어요. 이제는 모두 생겼어요. 그런데 그런 건 다 집어치워도 돼요. 우리에게는 인격이 없었어요.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없었어요. 이제는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삼성 관리자들에게 개무시를 당하고 쌍욕을 먹으면 같이 항의할 수 있는 수많은 동지가 있어요. 우리에게는 희망이 없었는데, 이제 희망이 생겼어요."

박 부지회장은 "이직률이 굉장히 많이 줄었다"며 희망을 말했다. 황상기씨는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제가 살고 있는 속초 집에서 설악산이 보입니다. 집에서 보면 굉장히 멀리 있는 것 같고, 갈 엄두가 안 나요. 근데 일단 혼자서 가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이 나서고, 더 가다보면 더 많은 사람이 나서고, 같이 이야기하면서 가다 보면 정상까지 가는 거거든요.

삼성에 노동조합이 없잖아요. 노조를 만들려고 하면 와해하고 못 하게 하고. 그렇지만 한두 사람이 나서면 다른 사람이 또 나서는 거거든요.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할 수 있어요. 노동자가 자기 권리를 찾으려고 노력을 해야 찾아지는 것이지, 가만히 있는데 누가 절대로 찾아주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반올림 뉴스레터 팀의 아난 님이 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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