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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 공원화? 남대문 상인 5만명 생존권은?

첫 시민 토론회... 상인들과 일부 지역 주민들 "서울시가 소통없이 졸속 강행"

등록|2014.12.08 20:12 수정|2014.12.08 20:16

남대문시장 상인 '고가공원 결사반대'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에 대한 첫 시민 토론회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서울역고가 공원 조성을 반대하고 있다. ⓒ 유성호


"서울역 고가 도로를 공원으로 만들면 남대문 시장 물건이 오가는 퇴계로가 막힙니다. 남대문 시장 종사자 5만 명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예요."(이민호 남대문상인회본부장)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이 시민 대상 의견수렴 첫날부터 남대문 시장 상인들과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들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서울시가 제대로 된 의견 수렴도 없이 사업을 졸속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2017년 봄까지 고가를 인도 전용 공원으로 만들 것"

▲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역고가 프로젝트 시민 토론회에서 이택근 서울시 도로관리과장이 서울역고가 프로젝트 사업설명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서울역 고가는 지상 17m 높이에서 서울역을 중심으로 동서를 잇는 914.5m 길이의 간선도로다. 1970년 만들어졌으며 노후로 인해 지난 2006년에는 안전진단결과 D등급 결정을 받았다. D등급을 받으면 노선버스 및 13톤 이상 차량의 통행이 불가능하다.

서울시는 그 이후 고가도로 철거와 관련한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지난 2013년 10월에는 박원순 시장이 직접 시 의회에서 철거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공원화 사업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지난 6월. 서울시는 고가도로 재활용이 박 시장의 선거 공약사항이라며 2개월 뒤인 8월에 서울역 고가를 공원으로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인도 전용 고가인 뉴욕의 하이라인파크처럼 도시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택근 도로관리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향후 일정을 세부적으로 소개했다. 설계 공모를 맡긴 후 내년 3월이나 4월 초에 설계안을 확정하고 2016년까지 공사를 마치고 2017년 봄에 개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서울시 안에 호의적인 상태다. 서울연구원의 민승현 책임연구원은 "서울시민 1000명 상대로 설문조사 결과 찬성이 54%, 반대가 44.5%이고 인근 주민의 경우도 찬성이 53.4%, 반대가 44.7%"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가 그룹은 66%가 찬성, 반대는 17%"라고 말했다.

"MB '청계천' 같은 대선 출마용 사업 아니냐는 얘기도 나와"

▲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역고가 프로젝트 시민 토론회에서 김란기 한국역사문화정책연구원 대표가 근대토목유산으로써 서울역고가의 의미로 주제 발표를 하자, 남대문시장 상인이 토론회 주제와 맞지 않다며 항의하고 있다. ⓒ 유성호


▲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대강당에서 서울역고가 프로젝트 시민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유성호


그러나 토론회 현장 분위기는 여론조사와는 온도차가 있었다. 장내를 채운 100여 명의 시민들은 대부분 반대 목소리를 냈다. 대부분이 남대문 시장 상인이나 고가도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현재 서울역 고가가 담당하는 교통적인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고가 도로를 공원으로 바꾸면서 새로운 도로를 대체해주지 않으면 지역이 고립된다는 것이다.

자신을 중림동 거주민이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지금도 버스가 안 다녀서 광화문에서 중림동까지 30분이나 걸린다"고 설명했다. 고가 도로를 공원화하면 결과적으로 일반 차량도 못 다니게 되기 때문에 중림동 인근이 섬처럼 된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시에서 주민들과 소통없이 무조건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포구 만리동도 사정은 비슷했다. 마포구의 한 구의원은 "만리동 일대에 1500여 개의 가내수공업 공장이 들어서 있는데 고가를 공원으로 만들면 이 지역 경제는 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장에서 남대문 시장으로 가기가 어려워지면 공장이 지역을 떠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포구의회 의원들은 현재 공원화 반대 서명을 내놓은 상태다.

남대문에서 꽃 장사를 하는 상인 박민자씨는 고가 공원화가 남대문 시장 물류 출입구인 퇴계로의 교통체증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토요일(6일)에도 퇴계로 인근 교통체증 때문에 결혼식장 꽃 납품 2건을 취소했다"면서 "남대문 시장이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갑자기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을 밀어붙이는것에 대해 '치적 쌓기'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박씨는 "지금 남대문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을 밀어붙이는 게 MB의 청계천처럼 대선용 사업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시의 소통과 의견수렴 과정이 미흡했음을 지적했다. 전상봉 서울시민연대 대표는 "사업 타당성 조사가 아직 진행중인 상태에서 서울시가 2015년 예산안에 118억 원의 사업비를 편성했다"면서 "이게 그렇게 긴급하게 해야 할 사안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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