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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분유 안 떨어지고 엄마들 안 굶었으면..."

[인터뷰] '위드맘 한부모 가정지원 센터' 이효천 대표를 만나다

등록|2014.12.09 09:45 수정|2014.12.09 09:46

▲ 이효천 대표 ⓒ 이효천


아직 아빠가 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많은 아이를 돌보는 한 남자가 있다. 아직 결혼하지 않아 아내가 없지만 많은 여성의 보호자를 자처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부산 서면에 있는 위드맘 한부모 가정지원 센터의 이효천 대표다. 미혼모와 아이들을 돌보는 열정과 사랑은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도 뚫을 태세다.

'센터 출신'이라는 낙인 두려워해

"2008년, 제가 스무 살이었을 때 고아원이나 청소년지원센터, 보호감찰소 등에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청소도 하고, 잡초도 뽑고 뭐든 시키는 대로 인력이 부족한 곳에서 봉사활동을 했어요. 당시는 제가 교회 전도사였을 때였죠. 그때 우연히 미혼모들을 만나게 됐어요. 제가 여태까지 만난 위기 청소년 중에서 미혼모는 도움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부류였습니다."

청소년 미혼모들은 임신으로 인해 부모와의 관계가 깨지고, 공동의 책임이 있는 남자에게도 버림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학업도 중단되고 부모, 친구들과 단절된 상태로 가정 밖으로 내몰리게 된다.  

"출산하려면 약 500만 원 정도의 금액이 들어갑니다. 아이를 떼라고 강요하는 부모님도 계시기도 하죠. (이곳을 찾는) 아이들은 자신이 (아이를) 책임 지기 위해 출산하려고 하는 엄마들입니다. 그런데 일할 수 있는 곳은 마땅치 않죠. 성매매 업소나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국가지원 기관인 미혼모센터나 쉼터로 가지 않고 제도권 밖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도 많다. 그 이유에 대해 이효천 대표는 "성매매 피해자들이 보호 센터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것은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라며 "미혼모들과 가출 청소년들도 같은 이유로 쉼터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정말 사정이 급해서 쉼터 등에 들어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출산한 첫째 아이가 3살 이상이 되면 제도적으로 혜택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도권 밖의 미혼모들이 생겨나는 겁니다."

흔히 고아나 노인은 소외 계층으로 여기는 반면, 미혼모에 대해서는 아직 냉랭한 시선을 가진 이들도 많다.

"'성적으로 문란할 것이다', '범죄나 성매매를 할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가진 분들도 있지만, 제가 만난 미혼모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도 많아요. 낙태하지 않고 적어도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려고 하는 아이들이었어요. 엄마라는 생명체는 강해질 수밖에 없는 부류입니다. 아무리 과거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그 아이들이 엄마가 되는 순간 바뀝니다."

아이들에게 제시하는 단 하나의 '조건'

이효천 대표는 미혼모를 돌보고 출산에 드는 비용과 생활 공간 등을 마련해 주면서 딱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자활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교육'에 관한 것이었다.

"아이를 낳으면 자기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 아이들에게 고등학교 졸업의 학력을 갖추라고 요구합니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아이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효천 대표는 최근 가장 안타까웠던 아이와 엄마의 사연을 전했다.

"남자가 상습적으로 아내의 돈을 갈취해서 나가요. 돈을 다 쓰면 다시 돌아와서 다 가져가고. 최근에는 부양 가족이 늘어나면 군 면제가 될 수 있어서 혼인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헤어져도 다시 혼인신고를 하는 건 부양자 가족 제도 때문이죠. 그런 상황에서 남자가 첫째 아이 앞으로 들어둔 적금과 방 보증금을 다 들고 도망갔어요. 그래서 이 여자는 아파트 상가 옥상에서 자고,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구걸해서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미혼모와 연락이 됐는데, 그들이 제 전화번호를 알려줘서 저를 만나게 됐어요. 상황을 들어보니, 목이 마를 때는 대학병원 1층 정수기에서 버려진 페트병에 물을 받아 마셨다고 하더라고요. 올해 11월에 만났는데 노숙 때문에 뱃속의 아이도 약해져 있었어요. 이후에 아이가 너무 약한 상태로 태어나 대학 병원 인큐베이터에 있어야 했습니다.

첫째 아이가 3살 이상이라 쉼터에도 못 들어가고, 둘째는 병원 인큐베이터에, 남편은 절도로 교도소에 있었죠. 교도소에 있으면 합의 이혼이 안 되고, 기초생활수급을 받으려고 해도 형 집행 6개월 이상부터 받아야 하고. 혼인 신고가 돼 있어서 한부모 가정 지원도 안 되고...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었어요."

이효천 대표는 백방으로 알아본 끝에 구청 긴급지원팀과 그녀를 연결했고, 다행히도 월세를 지원받게 됐다. 하지만 이 아이와 엄마가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증금이 필요한 상황. 현재 이효천 대표는 이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백방으로 뛰고 있다. 

만약 생명과 생계의 위협이 해결됐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집에서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어린 엄마들은 대부분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 혼자 키우는 어린 엄마... 우울증 걸리기도

"엄마들 대부분은 집 밖으로 안 나가요. 가족도, 친구도 없죠.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생활할 경우, 첫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둘째 아이를 돌보다가 첫째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그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대부분의 엄마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어요.

그래서 위드맘 한부모 가정지원 센터의 20대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를 돌봐주는 등 아이와 시간을 보내곤 해요. 엄마들은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잠깐 아이를 맡기고 개인적인 볼 일도 보는 등 그들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이효천 대표는 엄마가 우울하고 어두우면 아이들에게도 정서적으로 그 영향이 고스란히 미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엄마들이 정서적으로 안 좋으니까 아이들도 눈치를 많이 보고, 관심을 더욱 많이 받고 싶어 해요. 미혼모들은 제가 그 아이들의 아빠가 되어주는 줄 알지만 사실 전 미혼모들의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해지거든요."

이효천 대표와 오랜 시간 교제한 동갑내기 여자 친구도 미혼모와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함께하고 있다. 아직 이 단체가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고, 후원자도 10명이 안 될 정도로 팍팍한 현실이지만, 이효천 선교사는 그 속에서 매일 기적을 체험하고 있었다.

"최근에 사무실에 분유와 물티슈가 들어왔어요. 자원봉사자들이 그걸 보고 놀라워하고, 감사해 했죠. 뭔가 그렇게 쌓인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정말 많은 것이 부족하지만, 감사한 분들로 인해서 아이들도 엄마들도 굶지는 않고 지내고 있습니다.

살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아이들이에요. 그녀들의 커다란 울타리가 되어 주고 싶었어요. 외부에서 이 엄마들과 아이들에게 함부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또 위험한 곳으로 나갈 수 없도록 튼튼한 울타리가 돼보고 싶었습니다. 우린 평범한 가정을 꿈꿉니다. 우리 애들 분유 떨어지지 않고, 엄마들 안 굶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이효천 대표와 미혼모자를 응원합니다"
위드맘 한부모 가정지원 센터의 열악한 상황과 미혼모자들을 위한 이효천 대표의 헌신적인 소식을 듣고 남양유업 김방섭 차장이 분유와 두유를, 메이크디 이민정 대표가 가방을, 아기물티슈 브랜드 몽드드의 유정환 대표가 물티슈를, 한 여배우는 100만 원을 아이들 분유값에 써달라고 기부했습니다. 만나 교회 강청 집사와 이지현씨가 어린이 책과 장난감 등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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