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3년 전 퇴직한 국세청간부에 청와대가 놀아났다?

정윤회 문건 제보자, TK라인에 '정보정치'에 능하다는 평

등록|2014.12.08 21:09 수정|2014.12.08 21:09

▲ 박동열 전 대전국세청장. (자료사진) ⓒ 연합뉴스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보고서'의 핵심 내용 제보자가 전직 국세청 고위간부라고 밝혀지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세청장 교체 등 특정 인사를 위해 청와대의 동향보고서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정농단 보고서 유출사건과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8일 정윤회씨와 청와대 직원들의 정기모임과 그 안에서 나온 이야기를 박 경정에게 알린 건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라고 지목하고 소환 조사를 벌였다. 박 전 청장은 지난 7일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검찰에 소환됐고, 박 경정과도 두차례에 걸쳐 대질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박 경정의 통신내역과 위치정보 등으로 박 전 청장을 제보자로 특정했다. 세부적으로 다른 진술도 있지만 당사자들도 제보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객관적인 증거와 진술을 종합할 때 (제보자는 박 전 청장이) 맞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이 보고서와 관련해 다른 제보자는 없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을 지칭하는 '청와대 3인방' 등 청와대 직원들과 정윤회씨의 정기 모임이 있었다고 해도 박 전 청장은 참석 대상이 아니다. 보고서 내용상으로도 그렇고, 참석자 구성을 봐도 박 대통령의 정치 역정을 함께 한 적 없는 박 전 청장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따라서 박 경정의 보고서는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박 전 청장이 한 제보 내용으로 이뤄진 '전해 들은' 동향 보고서라는 쪽으로 좁혀진다. "나는 그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으로부터 그 이야기가 나왔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말(<조선일보> 2일 자 인터뷰)도 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TK출신에 '정보정치' 능하다는 평가

그렇다면  박 전 청장이 박 경정에게 이런 내용을 알린 이유는 뭘까. 문제의 보고서에 당시 국세청장의 업무능력을 거론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8일 자에 따르면 정윤회씨가 '김덕중 국세청장이 일을 제대로 못한다. 장악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고 이 보고서에 적혀 있다.

박 전 청장은 서울지방국세청 감사관, 국세청 세원정보과장, 대구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 대전지방국세청장 등 중요직책을 거쳤고 지난 2011년 6월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세무법인을 차린 박 전 청장은 지난 2월께 롯데쇼핑 등 사외이사로 영입됐다. 대기업이 사외이사로 권력기관 출신을 '바람막이'로 영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박 전 청장은 겸직까지하며 '전관 파워'를 과시한 셈이다.

경북 경산 출신으로 영남공고, 동국대를 졸업한 박 전 청장은 마찬가지로 TK 출신인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무혐의 처분이 났지만 박 전 청장의 뇌물 혐의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던 당시, 박 전 청장은 통상적으로 대기발령 나지 않고 국세공무원교육원장으로 영전했다. 이에 대해 TK 라인을 잘 탄 덕이라는 해석이 있다.

국세청 인사들은 박 전 청장을 정보정치에 능한 인물이라고 평한다. 조사국에서 오래 일했고, 지난 2006년 10월부터 세원 및 탈세정보를 다루는 국세청 세원정보과장을 맡아 경찰-검찰 정보담당자들과 두루 친분이 있고, 이를 잘 활용해왔다는 얘기다.

이런 이력 때문에 박 전 청장이 박 경정에게 김덕중 당시 국세청장 관련 정보를 흘린 데에는 또다른 배경이 있지 않느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전직 국세청 간부가 국세청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풍문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직원에게 전했다면 청장 교체를 노린 의도적인 행동 아니냐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세청 고위 간부는 "김덕중 당시 청장을 몰아내려는 공작이 아니었나 싶다"고 추측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