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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뭐예요?" 고3 취업 준비생들의 이야기를 듣다

등록|2014.12.09 18:27 수정|2014.12.09 18:27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11월 13일, 전국 고3들의 해방되었다는 날. 웃음소리 혹은 아쉬움의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날이다. 청소년 시절 대학진학은 눈앞에 있는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모두의 꿈이다.

그래서 수능 날엔 듣기평가를 위해 비행기가 빙빙 돌 정도로 온 나라가 집중한다. 당연히 우리의 고3들은 또한 이날을 위해 죽으라 달려왔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고등학생이 그렇진 않다. 여기 수능과 아무런 관계없는 고3들이 있다. 바로 대학을 가지 않고 취업을 선택한 취업준비생들이다. 과연 그들은 수능과 대학을 어떻게 생각할까? 귀 기울여 들어보자.

- 수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A : "솔직히 저랑 관련이 없다는 생각뿐이네요. 제 주변 친구들도 다 수능을 안 봐서."
B : "계륵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치자니 몇 년을 노력해야 하고 안 치자니 장래가 걱정되고…."
C :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사회에서 인재를 효과적으로 구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방법이 수능인 것 같아요."

- 수능을 안 본 기분은?
A : "글쎄요, 그냥 싱숭생숭하네요."
B : "갈등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너무 어린 나이에 사회를 접하고 일을 하게 되니까…. 엄청나게 큰 울타리에 혼자 살도록 내버려 둔 강아지 같은 꼴이라고 할까. 가끔 인문계에 진학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하기도 해요."
C : "좋지만은 않아요. 우리가 지금은 사회에 빨리 나가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엔 학력으로 차별이 있으니까. 언젠간 대학 간 친구들 차이가 벌어지겠지 하는 걱정도 되죠."

- 수능 본 친구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A : "불쌍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하네요."
B : "부럽죠. 결과가 어떻든 큰 짐을 덜어놓은 거잖아요?"
C : "보면 안쓰러워요. 12년을 수능을 위해 준비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오면 좋지만, 주변에 대학에 떨어진 애들도 많더라고요. 준비는 너무 길고 기회는 단 한 번, 좀 가혹하죠."

- 대학에 대해 어찌 생각하나?
A : "자신의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B : "대학은 여러 부류의 사람을 만나 볼 수 있는 곳이니까 사람을 겪어보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회에 나갈 준비를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네요."
C : "대학이 꼭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는 대학이 너무 많아서 정리 좀 했으면 좋겠어요. 유럽처럼 사회적 경험을 많이 쌓을 기회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번 2014년 수능의 응시 인원 중 재학생은 약 50만 명이다. 그런데 전국의 3학년 고등학생의 수는 약 60만 명이다. 따라서 올해 수능을 치지 않은 3학년 고등학생의 수는 약 10만 명이나 된다. 즉 모든 고3이 대학진학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지는 않다.

대학이 아닌 취업 또는 다른 길을 선택한 고3들, 어쩌면 그들의 선택이 더 용기 있고 더 큰 도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어른들은 수능을 본 고3, 대학에 진학하는 고3들만을 바라보고 응원하고 손뼉 치고만 있지는 않을까?

당당히 사회로 나가는 이들은 말한다. 대학 간 친구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경험을 쌓는 만큼 자신들은 좀 더 일찍 사회에 나가 땀 흘리고 노력할 것이니 훗날 우리의 선택이 차별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이다.

수능을 치지 않은 고3들에게도 얘기해주자. 그동안 수고했다고. 너의 선택을 응원한다고.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영환은 진주중앙고등학교 2학년 입니다.
- 이 글은 경남 진주 청소년신문 필통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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