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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입수 언론사는 두 곳, 보도는 한 곳만

문건 유출 혐의 서울시경 정보1분실 경찰 2명 체포... 한화 정보팀에도 유출

등록|2014.12.09 20:57 수정|2014.12.09 20:57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보고서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확인되고 있다. 청와대 보고서가 유출돼 대기업에까지 흘러들어갔고, 두 곳 이상의 언론사가 보고서를 입수했지만 보도는 한 곳에서만 이뤄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9일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경찰관 2명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체포하고, 서울 장교동 한화S&C의 한 직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체포된 경찰관들은 보고서 작성자 박관천 경정의 소지품 중 청와대 보고서를 복사해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쫓겨난 박 경정이 정보1분실에 소지품과 문서들을 며칠간 보관했는데 이 때 청와대 보고서 유출이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들 경찰관에 의해 유출된 문건은 언론사에 전달됐다. 검찰은 경찰관들이 언론사 기자들과 통화한 사실을 통해 정씨 관련 보고서만 아니라 다른 청와대 보고서도 전달한 정황을 포착한 걸로 전해졌다.

유출된 문건을 입수한 언론사는 일단 두 곳으로 파악됐다. 한 곳은 정윤회씨 관련 보고서 내용을 보도한 <세계일보>이고, 다른 한 곳은 보고서를 입수하고도 보도하지 않았다.

서울시경 정보1분실 경찰 2명 → 언론사 두 곳과 한화그룹 정보팀 동시 유출

▲ 검찰은 9일 서울 종로구 한화 본사에서 한화 S&C 직원이 박관천 경정이 작성한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유출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한화 S&C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 유성호


한화S&C 직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한 건 유출된 청와대 보고서가 이 직원에게 제공됐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체포된 두 경찰관을 조사하면서 이같은 내용을 파악했다.

이 직원은 한화S&C 소속으로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정보팀 업무를 하고 있는 걸로 파악됐다. 그룹 차원에서 정·관계를 대상으로 정보를 수집·분석해 보고하는 게 주된 임무이므로, 이 직원이 청와대 보고서를 입수했다면 중요 정보로 분류해 그룹 수뇌부에 보고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이 직원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으며, 따로 사법처리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압수수색도 체포된 경찰관들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에 대한 증거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청와대 보고서가 정씨 관련 보고서 뿐 아니라 여러개가, 여러 곳으로 유출된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검찰은 보고서 유출 수사를 확대해 전말을 파악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고소를 제기한 정윤회씨 관련 문건 외에 수사과정에서 제기된 문서 유출까지 모두 수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동열 제보의 시작은 어디?... 안봉근 비서관 조사는 아직 신중

▲ 일명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보고서' 유출 및 명예훼손 사건 수사 관련 지난 4일 오전 박관천 경정(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피의자 신분으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검찰은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 3인방에 대한 소환조사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전날 박관천 경정,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김춘식 청와대 행정관 등 3인을 대질조사한 검찰은 이날도 박 경정과 박 전 청장을 소환조사 했다. 조사 초점은 박 전 청장이 박 경정에 전한 제보 내용이 어디서 시작됐느냐는 데에 맞춰졌다.

검찰은 박 전 청장의 통신내역 등으로 접촉인물들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필요한 조사는 하나도 빼지 않고 다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전 청장이 고향 후배인 안봉근 비서관과 자주 만나 정보를 나눴다는 보도까지 나왔지만, 안 비서관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하는데는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안 비서관 등 청와대 3인방에 대한 소환조사는 통신내역이나 압수물 등 객관적 물증에 대한 분석이 끝난 뒤에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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